[이지 돋보기] 은행권, 제로금리 시대에 연 5%대 고금리 상품 출시 봇물…고객 심리 노린 미끼 우려↑
[이지 돋보기] 은행권, 제로금리 시대에 연 5%대 고금리 상품 출시 봇물…고객 심리 노린 미끼 우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4.2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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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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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연 4~6%대 고금리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고객들 반응 역시 뜨겁다. 제로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한 푼의 이자라도 더 챙기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

다만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고금리 특판상품을 자세히 뜯어보면 한계가 뚜렷한 즉,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 고객의 심리를 노린 미끼 상품을 내건 고금리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7월 연 1.75%였던 기준금리를 1.50%로 전격 인하했다. 이어 같은해 10월 1.25%로 내렸고, 올해 3월에는 한 번에 0.5%포인트(p) 인하하는 ‘빅 컷(큰 폭의 금리인하)’을 단행해 연 0.75%까지 떨어트렸다.

사상 첫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예·적금 상품의 금리도 주저앉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2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은행의 순수저축성 예금금리는 1.43%에 불과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은행이 연 4~6%의 고금리 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이 지난 2월3일부터 5일까지 한시 판매한 ‘더 하나 적금’을 들 수 있다. 간판을 ‘KEB하나은행’에서 하나은행으로 새 단장한 기념으로 내놓은 상품으로, 연 최고금리가 5.01%다.

파격적인 이자율에 금융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나은행의 모바일뱅킹 어플리케이션(앱) ‘하나원큐’는 앱 대기자가 1만명을 넘어서며 거래가 지연됐다. 영업점 역시 가입 희망 고객이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다는 전언이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3일 동안 총 132만3745명이 가입했고, 입금액은 3666억원에 달했다.

우리은행이 판매 중인 ‘우리 여행적금2’는 ‘더 하나’ 적금보다 높은 최고 연 6%대의 금리를 제시한다. 우리은행은 또 이달 8일 현대카드와 제휴한 연 5.7% 금리의 ‘우리 Magic 적금 by 현대카드’를 내놨다.

이밖에 신한은행은 최고 연 5%의 이자율이 적용되는 ‘첫 급여 드림 적금’을 판매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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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혹

고금리 상품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혜택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월 납입액이 적거나 가입기간이 1년 이내로 제한되는 등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또 연 4~6%대 금리를 온전히 보전 받으려면 다른 상품 가입이나 자동이체 설정 등 각종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미끼 상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하나은행이 판매했던 ‘더 하나’ 적금은 최고 금리가 연 5.01%지만 이는 우대 조건을 다 채웠을 때 적용받을 수 있다.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하나은행 입출금 통장에 자동이체를 등록해야 하고 온라인 채널로 가입해야 했다.

기본 금리가 연 3.56%로 다른 상품 대비 높긴 하다. 그러나 최고 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하나은행 입출금 통장을 개설하고, 모바일뱅킹 어플리케이션(앱)도 가입해야 했던 구조인 것이다.

더욱이 해당 상품은 가입기간 1년, 월 납입액은 최대 3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결국 모든 조건을 충족해 이자를 최고로 많이 받아봐야 세후 기준 8만2650원에 불과하다. 고금리 적금에 대해 쏠쏠한 이자 수익을 바랐던 금융 고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우리은행의 연 6% 적금 역시 기본 금리는 연 1.8%에 불과하다. 우대금리를 4.2%포인트 더해야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조건은 은행 첫 거래 고객이거나 급여 수령, 공과금 자동이체 등이다. 또 우리카드 전월 실적과 공과금 카드 납부 등의 추가 우대사항도 붙는다. 이 역시 입출금 계좌와 카드 등을 추가로 개설해야 적용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의 첫 급여 드림 역시 최고 금리는 연 5%지만 이를 온전히 받지는 못한다. 급여이체 실적 3개월을 달성하면 우대금리 1%포인트, 6개월 유지 시 2%포인트, 9개월을 넘겨야 3%포인트가 적용되는 탓이다. 상품 가입 이후 9개월 이체 분부터 3개월간만 최고 연 5%의 금리가 적용되는 구조다.

은행권의 이같은 고금리 마케팅은 금융 고객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직장인 최모(32)씨는 “적금 상품을 알아보던 중 연 5% 이상이라는 말에 가입하려다가 각종 우대조건을 보고 포기했다”며 “카드나 다른 통장 개설 등 주거래은행을 갈아탈 수준의 조건인데 그런 것 치고는 실제 수령하는 이자가 많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은행권은 고금리 마케팅에 대한 지적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고객들에게 혜택을 돌려주려는 의도 역시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판이나 제휴 상품 등 고금리 적금 상품을 통해 많은 고객이 유입되기를 기대하는 목적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기본 금리를 비교적 높게 책정하고, 비교적 간단한 조건을 통해 높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고객에게 최대한 혜택을 주고자 하는 노력도 알아 달라”고 피력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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