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안국약품, 수익성↓‧대표 구속 등 ‘풍전등화’라는데…어준선·어진 일가에 고배당 ‘마이웨이’
[이지 돋보기] 안국약품, 수익성↓‧대표 구속 등 ‘풍전등화’라는데…어준선·어진 일가에 고배당 ‘마이웨이’
  • 이민섭 기자
  • 승인 2020.04.2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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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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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이민섭 기자 = 안국약품이 어준선(83세) 회장과 어진(56세)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갑을 두둑하게 하는 고배당 정책을 고수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어준선 회장과 그의 장남 어진 부회장 등에게 짭짤한 가욋돈을 챙겨주는 동안, 안국약품은 수익성과 생산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탓이다.

더욱이 어진 부회장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이어서 도덕적 해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안국약품을 둘러싼 악재는 고스란히 주식시장에 반영됐다.

코스닥 상장사인 안국약품의 올 1월2일 종가는 1만750원. 시가총액 1441억원이다. 그러나 4월17일 종가는 9570원. 시총 1248억원을 기록했다. 3개월 새 193억원이 증발했다.

그래픽=이민섭 기자
그래픽=이민섭 기자

21일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안국약품의 2019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매출 1558억5175만원, 영업이익 24억1784만원, 당기순이익 21억4192만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2018년(1857억4562만원) 대비 16.1%(299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153억원, 131억원) 대비 각각 84.3%, 83.9% 급감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2018년 8.23%에서 6.69%포인트 떨어진 1.54%로 집계됐다. 1000원어치 팔아서 1.54원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직원 1인당 생산성도 뒷걸음질 쳤다. 2018년 2620만원에서 82.6%(2165만원) 급감한 455만원에 그쳤다.

이밖에 기업의 곳간을 의미하는 현금성 자산은 2018년 214억원에서 2019년 227억원으로 6.0%(13억원) 증가했다. 연구개발비는 163억원으로 전년(144억원) 대비 13.1%(19억원) 늘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0.07%로 2.91%포인트 상승했다.

안국약품은 수익성이 감소하면서 재무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유동비율은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유동성이 크며 통상적으로 200% 이상 유지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부채비율은 100% 이하를 표준 비율로 간주하며, 비율이 높을수록 고위험군에 속한다.

안국약품의 지난해 유동비율은 36.9%로 전년(34.9%) 대비 2.0%포인트 개선됐으나 기준치(200% 이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부채비율은 46.8%로 같은 기간(44.6%) 대비 2.2%포인트 악화됐지만 기준치(100% 이하)를 크게 밑돌면서 안정적인 모습이다.

117.6%

안국약품은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고배당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배당금은 25억2100만원의. 2018년과 동일한 금액으로, 배당 성향은 무려 117.6%다.

배당금 최대 수혜자는 오너 일가다. 전체 지분 중 오너 일가는 47.01%의 지분율이다.

어진 회장은 지분율 22.68%로 5억7176만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또 어준선 부회장(지분율 20.53%)은 5억1756만원, 어 부회장의 차남인 어광 안국건강 회장(3.8%)은 9579만원을 수령했다.

한편 안국약품의 실적 악화는 소화기계‧호흡기‧순환기 용제, 해열진통제 등 주요 제품의 내수‧수출 부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의약품별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소화기계 용제 190억원(전년比 10.3%↓) ▲호흡기 용제 373억원(17.4%↓) ▲순환기 용제 379억원(21.3%↓) ▲해열진통제 47억원(45.9%↓) 등 전 품목에서 감소했다.

부재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안국약품을 진두지휘한 어진 부회장의 부재도 실적 악화의 원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어 부회장은 1998년부터 대표직을 맡아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또 2016년 어진 회장을 제치고 안국약품 최대주주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 불법 리베이트 의혹 등에 연루되며 경영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어 부회장은 2016년 1월 안국약품 중양연구소 직원들에게 개발 중인 혈압강하제, 항혈전응고제 약품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 없이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8년 11월 영업사원들의 임금을 부풀려 지급한 후 이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리베이트를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는 2019년 9월 어 부회장을 불법 임상시험 및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구속 수감했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어 부회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안국약품의 고배당 정책과 관련, 쓴 소리를 쏟아냈다.

한동호 우석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만 기업의 수익성, 건전성이 악화된 상황과 사내 분위기 등을 고려했을 때 고배당 정책을 고수한 것은 지탄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권오인 경제정책시민실천연합회 재벌개혁본부국장도 “기업마다 배당을 실시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아마도 주주들과의 약속이 우선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에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주주 구성원 가운데 오너 일가가 50%에 육박하는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과 실적 악화, 오너 구속 등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도덕적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안국약품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노석문 안국약품 홍보팀장은 “한미 FTA를 비롯해 포지티브 시스템, 신약도입 시 보험약가 등재의 어려움 등 여러 외부 환경 요인에 따른 의약품 매출 저조, 오너 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전체적인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적 개선을 위해 고려대, 인제대 등과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해 고부가가치 의약품 개발을 진행하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과의 투자, 공동개발을 통해 차세대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 등의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면서 “오픈이노베이션과 R&D 투자를 통해 바이오의약품의 파이프라인 확대를 비롯한 기술 수출의 기회로 반전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섭 기자 minseob0402@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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