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전세가율 6년1개월만에 최저치, 전셋값 안정 신호?…집값 급등 착시효과, 시장 불안 가중 우려↑
[이지 돋보기] 전세가율 6년1개월만에 최저치, 전셋값 안정 신호?…집값 급등 착시효과, 시장 불안 가중 우려↑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5.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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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지경제DB,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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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꾸준히 상승하는 반면 전세가율은 약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집값 급등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지적이다.

보통 전세가율이 떨어지면 전세시장이 안정됐다고 본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이 낮아진다는 뜻에서다. 하지만 집값 급등에 따른 전세가율 하락은 전세시장의 안정화를 논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매매시장이 잔뜩 움츠러들고 장기적인 관망세에 접어들면서 이들 수요가 전세로 옮겨가는 형국이다.

코로나19 여파와 이에 따른 실물경제 타격 그리고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새로운 동력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전세난 등 관련 시장의 불안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11일 KB국민은행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6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65.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3월(64.6%) 이후 6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도권 전세가율은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하락 중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54.7%, 인천 73.1%, 경기 65.1%를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의 통계도 비슷한 흐름이다. ‘4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65.9%로 2014년 2월(65.8%) 이래 6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을 말한다. 전세가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실제 매매금액보다 전셋값이 크게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봄 이사 시즌이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 및 수도권의 전세가격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02% 올랐다. 경기·인천과 신도시는 각각 0.01% 상승에 그쳤다.

그러나 수치만으로 전셋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셋값 하락에 따른 현상이 아니어서다. 오히려 전세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KB부동산에 따르면 4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3억2799만원, 서울은 4억8511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에는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3억1565만원, 서울이 4억6682만원을 기록했다. 반년 만에 수도권이 약 1200만원, 서울이 약 2000만원 뛴 것이다.

더욱이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4월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00.6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 0.12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며 전년 동월 99.2 대비로는 1.40포인트나 뛰었다. 서울의 경우 같은 기간 99.2에서 101.0까지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 1.81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전국 기준 0.65포인트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수도권이 2배, 서울이 3배에 달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금의 전세가율은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나타난 착시효과에 불과한 것”이라며 “지금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전세가율이 아니라 전셋값이 상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이지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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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정부는 급등한 주택시장을 누르기 위해 12.16대책, 2.20대책 등을 쏟아내면서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매매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했고, 이후 코로나19 여파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 등이 겹치면서 꽁꽁 얼어붙었다.

매매시장이 장기적인 관망세로 접어들면서 전세시장에 수요가 몰리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투자수요 감소까지 겹쳐 전세 매물이 더욱 감소하는 형국이다. 또 전세 만기 시 대부분 재연장으로 이어져 시장에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는 전언이다.

실제 전세 거래량도 눈에 띄게 꺾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2월에 각각 1만888건, 1만2482건의 거래량을 기록했는데 3월과 4월에는 7378건, 4821건으로 급감했다. 5월은 현재까지 386건에 그치고 있다.

공급에 관한 지표인 전세수급지수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54.8을 기록했다. 수도권은 148.6이다.

전세수급지수는 KB국민은행이 전국 회원 중개업소를 상대로 전세 수요 공급 동향을 조사해 작성한다. ‘공급부족’, ‘적절’, ‘공급충분’ 중 선택하게 해 0~200 범위로 작성한다. 공급부족이라고 답변한 사람이 많을수록 100보다 수치가 높아진다. 전세 공급이 부족하면 전셋값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지난주 서울 도심에 7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5.6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이 발표되면서 매수 관망세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기획관리본부 리서치팀장은 “5.6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사전 청약이 가능해지면서 3기 신도시 분양을 받으려는 수도권 청약 수요가 전세 대기 수요로 머물 것으로 예상돼 국지적인 매물 부족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매매시장 빙하기가 전세시장의 뇌관을 터트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 등 정부의 규제 기조가 급매물을 유발하고 이에 따른 매매가 하락이 전망되고 있다”며 “매매와 전·월세는 따로 구분할 수 없고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매매가가 떨어지면 반대로 전셋값이 오르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세시장이 혼란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주택시장은 시장에 맡기는 게 좋지만 급등과 급락 등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갑작스럽게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의견도 있다.

함 랩장은 “2018년부터 30만호 이상이 공급됐기 때문에 올해 조금 줄었다고 해서 공급 문제가 크게 발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셋값이 상승할 수는 있겠으나 불안을 논하기에는 섣부르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년에도 물량이 줄 것으로 보여 내년 이후에는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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