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 점포, 언텍트 확산에 존재감↓…전문가 “차별화된 고객경험 공간으로 진화해야”
[이지 돋보기] 은행 점포, 언텍트 확산에 존재감↓…전문가 “차별화된 고객경험 공간으로 진화해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5.1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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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 영업을 책임져온 각 점포(지점 및 출장소 등)가 갈수록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금융 생태계가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언텍트(비대면) 채널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일선 영업점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탓이다.

더욱이 은행권은 비용 효율화를 명분으로 현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자연스럽게 점포수가 줄고, 비대면 채널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모든 금융 거래가 비대면으로 이뤄질 날도 멀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영업점의 생존에 무게를 싣는다. 여전히 창구 거래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또 점포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차별화된 고객경험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8개(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SC제일‧한국씨티은행) 주요은행의 전국 영업점(지점+출장소)은 지난 2015년 말 6096개에서 지난해 말 5554개로 5년 새 500곳 가까이 사라졌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말 6069개에서 ▲2016년 말 5920개로 149곳이 줄었다. ▲2017년 말에는 5617개로 대폭(303곳) 축소됐고 이후 ▲2018년 말 5612개로 5곳 ▲지난해 말 5554개로 58곳이 감소했다.

2016년과 2017년에 영업점 구조조정이 휘몰아친 것은 은행권의 비대면 금융거래 강화 전략이 본격화된 영향이다. 이후부터는 상시 체제 전환과 함께 점포 감축이 지속되고 있다.

2016년과 2017년에 점포 폐쇄 및 통폐합이 대거 이뤄졌다. 2018년에는 잠시 쉬어가듯 소폭 줄어든 것에 그쳤으나 지난해 다시 감소세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수신 영업‧관리의 최일선인 영업점의 위축은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서비스 확대 영향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달 1일 발표한 ‘2019년중 국내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전체 금융서비스 전달채널 중 인터넷뱅킹을 통해 입출금·자금이체서비스를 이용한 비중은 59.3%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1년 전보다 6.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영업점을 통한 업무 처리 비중은 같은 기간 7.9%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년 동기 8.8%에서 0.9%포인트 뒷걸음질 쳤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조회‧이체‧입출금 업무가 비대면 서비스로 대체된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생존

은행권 영업점의 중요성과 존재감 약화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 있다. 지난해 1월 있었던 KB국민은행 노조의 총파업이다.

전국에 지점만 1000개에 달하고 직원은 1만7000명이 넘는 국내 최대 은행에서 절반이 넘는 9500명이 파업 당시 창구를 비웠다. 19년 만에 일어난 총파업에 시장에서는 큰 혼란을 우려했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혼란은 없었다. 지점들은 파업 당일 빠짐없이 문을 열었고, 일부 서비스가 제한돼 고객 불편을 초래하긴 했지만 업무 마비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업무 처리가 평소처럼 가능하다 보니 파업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당시 KB국민은행의 비대면 거래 건수는 전체의 86%를 넘어섰다. 여신 등 복잡한 업무 처리는 일부 제한됐지만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서비스는 은행원 절반이 빠져도 문제없이 제공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최근 코로나19 유행의 영향으로 사회적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은행권 역시 비대면 서비스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선 영업점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금융 고객이 여전히 많은데다, 비대면 채널에서 대체하지 못하는 영업점의 역할도 존재하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에서 처리하기 곤란한 여신 업무 등은 영업점을 통해야 하는 등 여전히 대면 채널 고유의 역할은 존재한다”며 “영업점의 중요성이 떨어졌다기보다는 대면과 비대면 채널의 역할이 분담됐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영업점의 숫자가 줄어든 만큼 점포 하나하나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효율화를 위해 점포를 통폐합해 줄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에 못지않게 신규 지점도 많이 내고 있다”며 “오히려 점포수가 줄어든 만큼 한 영업점에서 더 많은 고객을 맞이해야 하니 점포의 질을 올리는 시도를 하는 등 관심과 중요성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 영업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수요와 니즈 변화에 맞춰 차별화된 고객경험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조수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 고객은 영업점에서 금융거래 중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해결과 복잡한 상품 서비스 문의 및 상담 등 전문적인 금융자문을 기대한다”며 “고객의 니즈에 맞춰 디지털 채널과는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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