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삼성vs대우 ‘반포3주구’ 수주전, 진흙탕 싸움 변질…비방‧소송 등 ‘클린 경쟁’ 무색
[이지 돋보기] 삼성vs대우 ‘반포3주구’ 수주전, 진흙탕 싸움 변질…비방‧소송 등 ‘클린 경쟁’ 무색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5.1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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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재훈 기자
사진=정재훈 기자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삼성물산(대표 이영호)과 대우건설(대표 김형)의 진검승부가 예고됐던 서울 강남 재건축 최대어 ‘반포3주구’ 수주전이 과열 혼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비방과 유언비어, 소송전이 난무하고 있는 것.

대우건설은 삼성물산과 스타조합장 A씨를 고소·고발했다. 삼성물산과 유착관계가 있는 것으로 의심받는 A씨가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조합원들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에서다.

대우건설도 논란에 휩싸인 건 마찬가지. 앞서 대우건설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불법 홍보전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설명회에서도 음해성 발언이 오갔다. 홍보물 배포 과정에서는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서울시와 서초구청의 탁상행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포3주구는 서울시가 1호 클린수주 사업장으로 지정한 곳이다. 공정 경쟁이 이뤄지도록 판(가이드라인)을 깔아주지는 않고, 과열 양상으로 치닫자 채찍만 휘두르려 한다는 것이다.

18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반포3주구(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수주전에서 비방과 유언비어, 소송전 등 날카로운 신경전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은 스타조합장 A씨를 앞세워 대리 홍보를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씨는 반포3주구 조합원을 상대로 삼성물산을 옹호하는 발언을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이와 관련, 지난 7일 서울 방배경찰서에 삼성물산과 A씨를 명예훼손 및 수주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대우건설도 떳떳하지 못하다. 앞서 대우건설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반포 소재 한 아파트와 대우건설 반포지사에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는 모두 불법 홍보 활동이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사전설명회를 개최하거나 개별 접촉을 금지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9일 열린 합동설명회에서도 네거티브(음해성 발언이나 행동) 전쟁을 펼쳤다. 특히 양 사는 자사의 강점보다 경쟁사를 헐뜯는 데만 집중했다는 전언이다. 클린수주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홍보물 관련 신경전이 펼쳐졌다. 반포3주구 조합과 입찰에 나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13일 조합원들에게 홍보물을 3개씩 보내기로 합의하고 우편물 발송을 위해 인근 우체국에 모였다.

대우건설은 이 자리에서 만약의 상황을 가정해 우편물 일부만 개봉해 서로 확인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삼성물산이 보내는 홍보물을 개봉했더니 합의된 3개가 아니라 6개가 들어 있었다. 더욱이 반포3주구와 관련 없는 신반포15차 재건축 해지총회 책자까지 동봉돼 있어, 현장 분위기가 험악해졌다는 전언이다. 신반포15차는 앞서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놓고 갈등이 생겨 계약을 해지한 곳이다.

대우건설의 강력한 항의로 삼성물산이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다시 포장해 보내는 선에서 일단락됐지만 클린수주 방침이 무색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익명을 원한 반포3주구 조합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경쟁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단점이 아닌 장점을 놓고 싸웠으면 좋겠다”면서 “시공사 선정 후 불법 홍보 행위로 인해 무효화 될까 봐 염려 된다”고 우려했다.

사진=삼성물산, 대우건설
사진=삼성물산, 대우건설

탁상행정

반포3주구는 서울시가 클린수주 지정 구역으로 선정한 곳이다. 특히 이번 수주전은 그동안 공정경쟁을 외쳤던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맞대결로 좁혀져 더욱 기대가 컸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이후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이 과열되자 정비사업에서 물러나는 등 클린수주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대우건설 역시 비방전보다는 정정당당한 수주전을 지향할 뜻을 공공연하게 밝혔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잡음만 생기는 형국이다.

이에 서울시는 이달 12일부터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위법행위를 살펴보기 위해 현장 정밀조사에 돌입했다. 서초구가 단속해왔지만 업체 간 경쟁이 워낙 거센 탓에 시가 직접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시는 시청과 서초구청 관계자, 변호사 등 10명으로 구성된 조사팀을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제안서 및 홍보 책자 등을 분석해 입찰 과정 전반에 걸친 법 위반 여부를 살펴볼 방침이다.

서울시가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반포3주구 수주전을 공정경쟁으로 유도하겠다며 현장 정밀조사에 착수했지만 뒷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서초구청은 지난달 29일 조합 측에 보낸 클린수주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통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조합원에 홍보물을 발송하지 않도록 조치 ▲시공자 홍보관, 단층 정도의 최소 규모로 설치하거나 반포주공아파트 회의실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시가 클린수주를 위해 사전에 개입해 보다 구체적이고 단호한 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진흙탕 싸움이라는 비판 여론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심정이라는 하소연이다. 서초구청이 사실상 홍보창구를 막아버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

익명을 원한 삼성물산 관계자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못한 것과 관련, 잘못한 점은 인정하고 불필요한 신경전이 있었다는 것도 안다”면서도 “공식적인 홍보 방법이 없다 보니, 의도치 않게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라 안타깝다. 말 못 할 사정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익명을 원한 대우건설 관계자 역시 “반포3주구 수주를 위해 파격적인 사업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홍보를 할 수 없으니 답답하다. 홍보관 운영이 시공사 선정 전 약 2주에 불과한데 그것마저도 컨테이너박스 하나 정도”라며 “수주를 위해 6개월 이상 준비하는데 홍보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마저 부족하다. 홍보공영제가 있어도 의미 없는 상황이다. 조합이 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 역시 서울시와 서초구청의 행정력이 아쉽다는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건설사들이 재건축 사업을 따내기 위해 과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클린수주를 표방했다면 그에 걸맞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더 나은 경쟁이 펼쳐졌을 가능성이 컸고, 정비사업의 기준이 마련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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