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기업 2곳중 1곳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리쇼어링(해외공장 국내복귀)을 고려하는 기업은 이중 3%에 불과했다. 또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예상한 기업 중 3분의 1 이상은 별다른 대비책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비금융업 매출액 상위 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글로벌 공급망 타격으로 기업 활동의 차질을 경험한 기업은 전체 응답 기업(157곳)의 56.7%였다.
산업별로 보면 자동차·자동차부품 제조기업에서는 해당 기업의 66.7%가 기업 활동에 차질을 빚었고, 기계·장비 제조업은 57.1%, 석유·석유화학제품 제조업은 50.0%의 기업이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48.4%였다. 그러나 이들 중 37.4%는 '별다른 대비책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어 ▲공급망 지역적 다변화(21.2%) ▲협력사 직접관리 및 네트워크 강화(20.2%) 등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생산기반의 국내 이전 등 리쇼어링을 고려한다는 답변은 3%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석유 및 석유화학 제조업(75.0%),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제조업(66.7%)에서 응답자 과반수가 공급망 체제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봤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과 석유 및 석유화학 제조기업들은 가장 많이 꼽은 대비책은 공급망의 지역적 다변화(자동차 관련업 40%, 석유․석유화학 관련업 50%)였다.
이는 코로나19로 부품 조달과 생산 차질을 겪은 기업들이 생산거점을 지역적으로 다변화해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경련 측은 설명했다.
기업들은 기업 관련 규제 등 제도적 어려움(24.3%)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비책 수립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우려했다. 이어 ▲자금력 부족(22.4%) ▲정보 부족(18.7%) ▲인력 부족(18.7%) 등이 주요 애로사항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될 경우 정부 지원책으로 보호무역 기조 완화를 위한 국가 간 통상협력 강화(26.1%)를 가장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산시설 디지털화․고도화 등 내부 공급망 역량 강화 지원(21.6%) ▲기업관련 규제 완화(19.9%) 등의 정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따른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리쇼어링과 관련해 기업 3곳 중 1곳(32.5%)은 세제 혜택·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 기업지원 제도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노동 규제 완화(24.8%), 판로개척 지원(20.1%), 리쇼어링 기업 인정 기준 확대(10.7%) 등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기업의 리쇼어링 수요를 증가하고 활성화하려면 미국, 일본과 같은 과감한 지원과 동시에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해외로 이전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핀셋 지원으로 유턴 시 국내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