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모바일뱅킹 위세에 눈칫밥 먹는 ‘ATM’…스마트‧공동운영 등 생존 방안 모색
[이지 돋보기] 모바일뱅킹 위세에 눈칫밥 먹는 ‘ATM’…스마트‧공동운영 등 생존 방안 모색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6.01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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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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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은행 자동화기기의 입지가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자동화기기는 그동안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인 대표적인 ‘혁신금융’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모바일뱅킹 등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눈칫밥 신세로 전락했다.

1일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8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SC제일‧한국씨티은행) 주요 은행의 ATM 설치‧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ATM 수는 3만1128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3만2912대) 보다 5.4%(1784대)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에만 매달 149대가 사라진 셈이다.

은행 ATM은 매년 감소세다. 최근 3년(2016~2019년) 간 변동 현황을 보면 지난 2016년 말 3만8034대에 달했던 것이 ▲2017년 말 3만5114대(-7.7%, 2920대) ▲2018년 말 3만2912대(-6.3%, 2202대) 등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포함하면 3년 간 총 6906대(-18.2%)의 기기가 없어졌다.

단순히 현금 인출과 이체만 가능한 CD기는 2016년 말 106대에서 2017년 말 13대로 대폭 줄어든 후 지난해 말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남은 13대는 모두 신한은행 소유로 공항 등 일부 지역에서 환전 전용으로만 운영된다. 다른 은행의 CD기는 모두 사라졌다.

현금 인출 외에도 입금과 공과금 납부 등 다양한 기능을 더한 ATM이 등장하면서 CD기의 입지가 좁아졌고, 사실상 금융시장에서 퇴출된 것이다.

ATM은 모바일 뱅킹이 대세로 떠오른 이후 CD기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2019년중 국내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전체 금융서비스 전달채널 중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해 입출금·자금이체서비스를 이용한 비중은 59.3%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100명 중 60명은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해 계좌이체와 입출금 거래를 한다는 뜻이다.

반면 CD‧ATM 등 자동화기기를 통한 업무 처리 비중은 26.4%로 인터넷뱅킹의 절반도 채 안 된다.

조회서비스는 차이가 더욱 극명하다. 지난해 조회서비스 이용건수 기준 인터넷뱅킹의 비중은 90.3%에 달했다. 반면 CD‧ATM을 통해 제공된 조회서비스는 1.8%에 불과해 창구(6.4%)보다도 낮았다.

이처럼 이용자가 줄어들자 은행권이 비용 절감을 위해서 자동화기기를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ATM은 한 대당 가격이 1000만원이 넘는 고가 기기인데다 설치를 위한 공간 확보, 관리‧보수 등의 비용을 지속적으로 지출해야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권은 ATM 한 대당 매년 평균 166만원의 운영손실을 입는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스마트

은행권에서 자동화기기가 완전히 퇴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높다. 여전히 인터넷뱅킹보다 ATM을 더 선호한다는 비중도 적지 않다. 또 최신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ATM이 등장하면서 수요를 이어나가리라는 관측이다.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과거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근 20년간 은행권에서 혁신이라고 하는 것 중 쓸 만한 것은 ATM 하나뿐이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의 규제 완화와 무분별한 혁신 시도를 비판하려는 목적의 발언이지만, 뒤집어서 보면 그만큼 ATM이 뛰어난 혁신성을 보여줬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ATM의 도입으로 은행원의 업무량은 획기적으로 줄었고, 고객의 금융서비스 편의성과 접근성은 대폭 향상됐다. 그야말로 혁신금융의 ‘원조’라고 할 만한 성과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은행권은 ATM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비중이 늘고 있는 스마트ATM이 대표적이다.

스마트ATM은 영업점 업무의 80~90%를 수행할 수 있는 고기능 자동화기기다. 각종 생체인증으로 본인확인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비대면으로 계좌개설, 카드‧통장‧OTP(일회용 비밀번호) 발급 등 기존 창구에서 주로 이뤄지던 업무가 가능하다. 화상 화면을 통해 은행원과의 상담도 할 수 있다.

스마트ATM의 설치‧운영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스마트ATM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33대다. 전년 말(133대)과 비교하면 1년 새 100대가 늘었다. 올해 말에는 300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은행이 ATM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동화기기의 감소 추세는 은행이 의도적으로 기기만 없앴기보다는 점포 통폐합 과정에서 사라진 비중이 높은 것”이라며 “모바일 뱅킹에 익숙치 않은 고객의 ATM 활용 등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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