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흥행 참패 ‘뱅크사인’, 공인인증서 대체할 수 있을까?…범위 제한 등 한계 뚜렷
[이지 돋보기] 흥행 참패 ‘뱅크사인’, 공인인증서 대체할 수 있을까?…범위 제한 등 한계 뚜렷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6.1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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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 공동인증서 ‘뱅크사인(BankSign)’이 최근 다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공인인증서가 ‘공인’이라는 독점적 지위를 잃게 되면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인증서 경쟁이 시작된 까닭이다.

다만 뱅크사인이 긴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대세 인증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용 범위가 은행권으로 제한되는 등 한계가 명확한 탓이다. 또 출시를 앞둔 경쟁자들을 제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 공동인증서 뱅크사인의 실사용자는 4월 말 기준 30만2000명이다. 2018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해 출시 2년을 앞두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매우 저조한 성적표다.

실제로 경쟁자들과 비교하면 확연한 온도차다.

앞서 2017년 6월 출시된 ‘카카오페이 인증’ 사용자는 현재 1000만명을 넘어섰다. 또 지난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내놓은 휴대폰 기반 인증서 패스(PASS)는 이용자 가 2800만명에 달한다.

뱅크사인은 은행연합회와 회원사(은행) 공동으로 개발한 전자인증 수단이다. 분산장부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용자가 은행 한 곳에서 뱅크사인을 발급받으면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 사업에 참여한 모든 은행에서 사용할 수 있다. 타행을 이용할 때마다 별도의 인증서를 등록해야 하는 기존 공인인증서 이용의 단점을 없앤 것이다.

보안성도 높였고 유효기간 역시 공인인증서(1년)보다 긴 3년이다. 이에 출시 초기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것도 잠깐. 발급 방식이 공인인증서 못지않게 복잡한데다가 인증 속도가 느리고, 사용처도 제한적인 등 한계가 속속 드러났다. 사용자가 굳이 공인인증서를 버리고 뱅크사인으로 갈아타야 할 만한 유인이 부족했던 것.

이에 뱅크사인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식었고, 이후 금융 고객은 물론 은행권에서조차 버린 자식 취급을 받으며 방치돼 왔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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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던 뱅크사인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공인인증서 제도의 폐지가 결정된 까닭이다.

지난달 2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공인인증서의 의무 사용을 폐지하는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공인인증서는 그동안 지녀왔던 우월한 법적 효력이 사라지면서 ‘공인’의 지위를 잃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오는 11월부터는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 이에 이를 대체할 사설 인증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 과정에서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뱅크사인이 다시 주목받은 것이다.

뱅크사인은 이미 상용화돼 별도의 개발이나 협의 없이 바로 대체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다만 뱅크사인이 은행권의 주요 인증 수단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계가 워낙 명확하기 때문이다.

우선 범용성이 너무 낮다. 공인인증서는 은행 업무뿐만 아니라 증권이나 카드, 보험 등 다른 금융거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도 신원확인이 필요한 서비스에서는 공인인증서를 요구한다. 반면 뱅크사인은 은행 업무에만 이용처가 한정된다.

뱅크사인의 운영 주체인 전국은행연합회 역시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사용 범위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놨었다. 국세청 ‘홈택스’와 정부 전자민원포털 ‘민원24’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경쟁

경쟁 인증서들도 뱅크사인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기존 공인인증서다. 의무사용만 폐지될 뿐 공인인증서를 통한 인증은 앞으로도 계속 서비스된다.

더욱이 공인인증서의 발급 기관인 금융결제원이 이번 법률 개정에 맞춰 각종 개선안을 준비 중이다. 인증서 발급 절차를 대폭 개선하고, 비밀번호 단순화와 유효기간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만약 공인인증서 개선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뱅크사인이 내세웠던 무기가 사라지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은행권이 뱅크사인 활성화보다는 자체 개발 인증서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자체 인증서 ‘KB모바일인증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인증서는 KB금융 전 계열사 모바일 서비스를 공인인증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신한·하나은행도 공인인증서를 대처할 자체 인증서를 포함해 다양한 인증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융결제원의 API(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를 활용해 금융권에서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증서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이용률이 저조한 뱅크사인보다, 앞으로 개선될 공인인증서나 은행의 자체 인증서 개발에 더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며 “뱅크사인이 성능을 개선하고 인지도를 끌어올려 이용자를 늘리지 못한다면 지금보다 더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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