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10대 증권사 ‘거수기’ 사외이사, 평균 연봉 5851만원…시민사회 “책임감 느껴야”
[이지 돋보기] 10대 증권사 ‘거수기’ 사외이사, 평균 연봉 5851만원…시민사회 “책임감 느껴야”
  • 양지훈 기자
  • 승인 2020.06.2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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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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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양지훈 기자 = 10대(자기자본 기준) 증권사 사외이사가 지난해 수령한 평균 연봉이 5851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 사외이사가 1인당 9675만원으로 가장 높은 연봉을 받았다. 대신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7100만원, 6052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키움증권은 3660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증권사 사외이사는 높은 보수를 받으면서도 이사회 안건마다 찬성으로 일관해 사실상 거수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다만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안건에 대한 논의가 사전에 충분히 이뤄지기 때문에 거수기라는 비판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과 사외이사가 기업의 경영 투명성 강화 등을 위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22일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2019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10대(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메리츠증권‧하나금융투자‧키움증권‧대신증권) 증권사의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위원 포함) 연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평균 지급액은 5851만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사외이사에게 가장 많은 보수를 지급한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다. 4명에게 평균 9675만원을 지급했다.

대신증권은 4명에게 각각 7100만원을 지급해 신한금융투자의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6명에게 평균 6052만원(한국금융지주 사외이사 겸임 연봉 기준)의 연봉을 책정했다.

이밖에 ▲미래에셋대우 5825만원 ▲NH투자증권 5800만원 ▲삼성증권 5700만원 ▲KB증권 5120만원 ▲메리츠증권 4985만원 ▲하나금융투자 4600만원 ▲키움증권 3660만원 순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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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증권사는 지난해 이사회를 총 157회 개최했다. 이들 증권사에 소속된 사외이사들은 평균 15.7회 참석해 의결사항을 논의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사회를 13회 진행했다. 사외이사 평균 연봉은 9675만원. 참석할 때 마다 744만원을 벌었다. 삼성증권 사외이사는 총 12회 참석해 회당 475만원씩 챙겼다.

이어 ▲메리츠증권(이사회 11회, 회당 453만원) ▲하나금융투자(11회, 418만원) ▲NH투자증권(14회, 414만원) ▲KB증권(13회, 393만원) ▲대신증권(20회, 355만원) ▲키움증권(11회, 332만원) ▲미래에셋대우(20회, 291만원) ▲한국투자증권(32회, 189만원) 순이다.

10대 증권사가 이사회를 통해 다룬 주요 의결사항은 총 427건. 이 가운데 ‘부결’ 처리된 안건은 하나금융투자 ‘내부통제규정 개정의 건’이 유일했다.

‘보류’는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에서 각각 1회씩 나왔으나, 보류된 세 안건 모두 차기 이사회에 다시 상정돼 가결됐다.

사외이사의 투표권 행사로 시각을 좁히면 의견 일치(찬성) 성향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10개사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총 1902표의 투표권을 행사했으며, 이 가운데 ‘반대’와 ‘보류’는 각각 8표(0.4%), 15표(0.8%)에 불과했다.

반대표가 가장 많이 나온 증권사는 하나금융투자다. 지난해 3월 ‘내부통제규정 개정의 건’에 대해 사외이사 5명 모두 반대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서는 2건의 반대표가 나왔다. 호바트 리 엡스타인 사외이사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맨해튼 195 Broadway 오피스 부동산펀드 수익증권 관련 승인의 건’에 반대 의견을 내놨다. 김태원 사외이사는 같은 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금융 확약 및 참여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김대식 키움증권 사외이사는 지난해 6월 ‘계열사와 회사간의 거래 (IT 관련 사항)’ 안건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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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는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도입된 제도다. 기업 최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취지다.

10대 증권사 사외이사는 금융권 출신뿐만 아니라 법조‧경영‧회계‧건설 등 각계각층의 인사가 공존한다. 이는 경영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주요 안건에 찬성으로 일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와 동떨어진 모습이다.

취지 무색, 거수기 논란 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경영 환경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경영진이 그들의 의지와 충돌하는 의견을 (사외이사가) 제시하는 것 자체를 원치 않는 경우가 발생하게 마련“이라며 “기업이 사외이사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든 강한 제재가 없었던 것도 문제”라고 피력했다.

일각에서는 이사회에 상정되는 안건은 대개 내부에서 많은 검토를 거쳤기 때문에 찬반 구분이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방문옥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책임연구원은 “이사회에 상정되는 안건 대다수는 의결안으로 나오기 전부터 내부에서 많은 검토를 거친다”며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하는 행위가 실무에서 브레인스토밍(아이디어 생산 회의) 등을 통해 토의하는 과정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찬성 의견 위주인 이사회를 이른바 ‘거수기’로 간주하는 것은 과한 면이 있다고 본다. 반대 의견이 있을 때만 최선의 결과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사외이사제도 개정안을 발표했다. 법제처는 올 1월 사외이사 재직 연한 신설 등을 담은 상법 시행령 개정안 심사를 완료했다. 연임에 제한이 없었던 기존과 달리 개정안은 한 상장사에서 사외이사 임기를 6년(계열사까지 합하면 9년)으로 제한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사외이사 인적 자원 풀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방 책임연구원은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한다는 것은 한 회사에 오래 머물면서 생길 수 있는 유대관계 등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임기가 짧아지므로 기업들은 자사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찾게 돼 사외이사 인적 자원 풀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민사회단체는 거수기 논란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에게 경영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 사무처장은 “이사회에서 가결된 안건과 관련해 경영상 문제가 발생하면 사외이사가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눈치를 보지 말고 반대 의견도 얼마든지 낼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지훈 기자 humannature8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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