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비주류 ‘다세대·연립’ 가격·거래↓…문 정부 고강도 규제에 투자 매력 ‘급냉각’
[이지 돋보기] 비주류 ‘다세대·연립’ 가격·거래↓…문 정부 고강도 규제에 투자 매력 ‘급냉각’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6.2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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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주택 시장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빌라(다세대·연립)의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가격 상승에 편승해 잠시 반등의 시기도 있었지만 최근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거래량 역시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이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정부 정책이 내 집 마련 수요를 중저가 아파트로 쏠리게 하고 있다. 또 재개발 문턱이 높아지면서 빌라의 투자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더욱이 아파트 대비 주변 인프라가 취약해 향후 가격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가격은 0.02% 하락했다. 전월까지 8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지난달 하락 전환한 것이다.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거래량에 따르면 4월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등 빌라 거래량은 4064건을 기록했다. 거래가 급증했던 지난해 12월 5241건과 비교하면 22.45% 감소한 수준이다. 

강북 빌라의 하락폭이 강남보다 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에서 같은 빌라, 같은 평형의 매물이 한 달 새 1000만원 떨어졌고 두 달 만에 3000만원 내린 경우도 있었다. 

서울 빌라의 매매가는 지난해 8월 0.01% 상승한 뒤 올해 4월까지 꾸준히 상승곡선을 이어왔다. 특히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지난해 12월에는 0.36% 상승한 바 있다. 

서울 빌라 매매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아파트값과 함께 오르는 일종의 ‘풍선효과’였다. 

매매는 엄두가 나지 않는 고가 아파트 대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집을 장만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선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돼 시세차익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3기 신도시 개발을 기다리는 실거주자들이 잠시 머물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그러나 아파트 대세론과 가격 상승 피로감까지 겹치면서 연립주택 등 빌라의 선호도가 다시 시들해지는 모양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아파트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너무 고가가 형성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빌라가 대체 투자로 선택받은 것 같다”면서 “재개발 수요까지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거품이 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외면 

거품이 꺼진 배경은 빌라 수요자들이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실제 서울 외곽 지역의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는 서울 아파트값이 떨어지던 지난 몇 달간 상승세를 유지하며 가격을 높여왔다. 지난달 거래량도 전월 대비 21.65% 늘었다. 

서울 내 중저가 아파트의 경우, 실거주는 물론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비교적 크기 때문이다. 17일 발표된 정부의 추가 규제 전까지는 6억원 이하 아파트는 비교적 대출이 용이하다는 이점도 있었다. 

경매 시장에서도 중저가 아파트의 인기는 뜨겁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5월 서울 내 감정가 6억원 미만 아파트는 총 34건이 매물로 나와 그중 26건이 낙찰되면서 낙찰률 76.5%를 기록했다. 

반면 연립 등 다세대 주택의 경우에는 재개발 호재가 아니라면 딱히 가격 상승을 노릴 수 없는 구조다. 향후 재건축은 물론이고 교통 등의 개발 호재에 따라 가격이 급등하는 아파트와는 큰 차이다. 

더욱이 빌라의 경우 아파트보다 실거주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아파트 단지 내외에서 기초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과 달리 빌라는 생활 인프라가 취약하다. 또 치안 등도 불안요소다. 

빌라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아파트보다 떨어지는데 생활환경마저 좋지 않아 굳이 매입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하락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어서다. 

정부가 재개발 고삐를 더욱 죄고 있어 투자의 매력이 상실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등에서 임대주택 비율을 최대 30%까지 의무화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재개발의 경우 재건축보다 사업 진행이 더뎠는데 앞으로는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아울러 1인가구 증가에 따라 노후되거나 생활인프라가 좋지 않은 빌라의 위치가 모호해졌다. 가족 단위라면 실생활이 편리한 아파트 거주를 선호하고 1~2인 소규모 가구라면 편의시설 등을 갖춘 오피스텔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빌라는 대부분 서민형에 해당되는데 기반시설이 열악하다 보니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1인가구 수요는 오피스텔로 빠져나가고 아파트 우선 순위는 이어지고 있다. 빌라라는 상품이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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