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양지훈 기자 = 올해 1분기 상장사 차입금이 전분기 대비 20조원 늘었다.
22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코스피 상장 623개사의 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총 차입금은 386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0조원 증가했다. 분기당 5조원씩 늘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증가 폭이 커졌다.
차입금 의존도는 같은 기간 21.6%에서 22.5%로 상승했다. 상장사 차입금 구성은 회사채(39.9%), 은행 등 차입(33.5%) 순이다. 은행 등에서의 차입금은 14조9000억원 늘었고,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은 5조3000억원 이뤄졌다.
업종별로는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본 ▲항공 ▲대형유통 ▲관광‧레저 ▲조선 ▲섬유의복 등 5개 업종에서 차입금 의존도가 모두 상승했다. 특히 항공업(5.3%포인트↑)에서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해 4분기 대비 ▲항공 5.3%포인트(58.5%→63.8%) ▲조선 2.3%포인트(17.7%→20.0%) ▲관광레저 1.4%포인트(19.5%→20.9%) ▲대형유통 1.1%포인트(31.4%→32.5%) ▲섬유의복 0.8%포인트(19.1%→19.9%) 각각 상승했다.
현금흐름표 상 영업현금흐름은 모든 업종이 나빠졌다. ▲항공 ▲대형유통 ▲관광‧레저 ▲조선 등 4개 업종은 순현금흐름이 지난해 1분기 ‘유입’에서 올해 1분기 ‘유출’로 악화됐다.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번 것보다 나간 게 더 많았음을 의미한다고 한국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투자가 활발할수록 마이너스 폭이 커지는 투자현금흐름은 1분기 모든 업종에서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폭이 축소(투자규모 축소)되거나 플러스로 전환(투자자산 매각)됐다. 특히 투자활동 중 ‘지분‧금융상품 및 기타자산 투자’ 관련 현금흐름이 대형유통을 뺀 4개 업종에서 플러스였다.
이는 기업들이 영업활동에서 빠져나간 현금을 금융상품‧지분 등 자산 매각으로 충당한 것이라고 한국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코스피 상장사 623개사의 영업현금유입은 올 1분기 20.1%(4조5000억원) 증가하고 투자현금지출이 24.6%(5조1000억원) 늘었다. 다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622개)의 지난해 1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영업활동 현금유입은 13.0%(2조5000억원) 줄고 투자활동 현금지출이 26.4%(5조2000억원) 감소해 투자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 증자 등 재무활동을 통한 자금 조달은 두 경우 모두 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들이 코로나19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투자지출을 줄이고 자금 조달을 늘렸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올 1분기 총자산 대비 현금비율은 영업현금흐름 축소에도 오히려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와 저유가 등 예상치 못한 경제 충격으로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차입금 의존도가 상승했다”며 “이번 위기가 종식될 때까지 자금 공급이 막힌 곳은 없는지 정부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지훈 기자 humannature83@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