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신혼부부 ‘특별공급’, 저소득자만 혜택?…‘기울어진 운동장’에 형평성 논란 가중
[이지 돋보기] 신혼부부 ‘특별공급’, 저소득자만 혜택?…‘기울어진 운동장’에 형평성 논란 가중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7.0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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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DB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DB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문재인 정부가 무주택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내놓은 ‘주택(공공‧민영) 특별공급’이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특별공급 소득 기준을 부부 합산 7200만원~8600만원대로 설정했다. 언뜻 보면 합리적인 수준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특별공급을 혜택을 누리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올해 대졸 초임 평균 연봉은 3382만원. 단순 계산으로 합산하면 6764만원이다. 여기에 결혼 적령기인 32~35세에 도달하는 동안의 연봉 인상분을 고려하면 부부 합산 소득은 8600만원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

이에 ‘기울어진 운동장(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푸념 섞인 말이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50% 수준까지 상향 조정돼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늦어진 결혼 적령기와 높아진 소득 수준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7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 기준은 공공주택의 경우 월 평균 소득 100% 이하(부부 모두 소득이 있는 경우 120%), 민영주택의 경우 월 평균 소득 120% 이하(부부 모두 소득이 있는 경우 130%)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기준 3인 이하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는 555만4983만원, 120%는 666만5980원이다. 연봉으로는 100%가 약 7200만원, 120%는 8600만원대 수준이다.

신혼부부 중 도시근로자 월 평균 소득 조건을 비롯해 무주택 세대원, 청약통장 가입 기간 등 세부 사항이 들어맞으면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이 된다. 1회에 한해 기회가 주어진다.

대상 주택은 전용면적 85㎡ 이하의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이다. 다만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가 9억원 초과 주택은 제외된다.

한편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사회적 이슈인 인구수 저하 및 결혼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신혼부부들에게 내 집 마련의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마련한 제도이며 월평균 소득은 세부 기준 중 하나다.

공감

문제는 상당수의 신혼부부가 특별공급 대상 소득 기준에 공감할 수 없다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맞벌이 부부의 합산 연봉인 8600만원이 결코 일부 ‘고소득’으로 분류할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대졸 초임 평균 연봉은 3382만원. 단순 계산으로 대졸자 2명의 합산 소득은 6764만원이다. 결혼 적령기인 32~35세까지 연봉이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부부 합산 연봉은 8600만원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8600만원을 세후로 환산하면 월 576만원정도다. 이를 두 명으로 나누면 1인당 300만원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1인당 월 300만원이 안 되는 금액을 고소득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또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소득 기준을 넘어서게 돼 혜택에서 제외된다.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라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특별공급 소득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익명을 원한 30대 여성은 “특별공급 소득 기준을 넘어섰다고 해도 집을 마련하는 건 꿈만 같은 일이다. 아끼고 아껴도 평생 집을 마련할지 모르겠다”며 “부부 합산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50% 수준까지는 상향해야 보통의 서민들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실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최근 몇 년간 상승세가 지속돼 웬만한 신혼부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섰다.

실제 KB국민은행 리브온 월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6월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중위매매가격은 9억2582만원이다. 2008년 12월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고치다. 강남 지역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11억6345만원까지 치솟았고 강북도 6억5504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신혼부부가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품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지난달 분양한 SH 고덕강일14단지 공공분양주택 59㎡ 중 신혼부부 대상 31세대에 기타지역 포함 총 2550건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8단지 역시 47세대 모집에 3865명이 신청한 것이 방증이다.

다만 소득 기준을 조금이라도 넘어선 신혼부부에게는 희망 고문이다. 어떻게든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갈아타는(?) 꼼수까지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기회가 이제는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늦어진 결혼 적령기와 높아진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현재의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관한 소득 기준에 손을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제 막 사회에 뛰어든 신혼부부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줄 수 있는 접근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급격한 제도 개선보다는 현행을 유지하면서 향후 늘어날 공급량에 맞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팀장은 “앞으로 신혼부부를 위한 특별공급이나 신혼희망타운 등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게 되면 현재의 소득 기준이 점차 완화되고 더 많은 신혼부부를 위한 제도로 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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