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개인연금시장에서 ‘악전고투’…보수적 운용 방식에 수익률 ‘쥐꼬리’
[이지 돋보기] 은행권, 개인연금시장에서 ‘악전고투’…보수적 운용 방식에 수익률 ‘쥐꼬리’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7.1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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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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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개인연금(연금저축‧퇴직연금 등)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덩치는 크지만 수년째 연 1~2%대의 저조한 수익률이 결정적이다. 노후대비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면서 개인연금시장은 급성장세다. 이같은 상황에서 은행권의 보수적인 상품 운용이 수익률 저조와 외면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금저축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총 143조4000억원으로 전년(135조2000억원) 대비 6.1%(8조2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입자는 562만8000명에서 566만1000명으로 0.6%(3만3000명) 늘어났다.

개인연금시장은 노후 대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기금 고갈 우려와 확실하지 않은 지급보장 탓에 신뢰를 잃으면서 개인연금이 집중 조명 받고 있다.

대표적인 개인연금 제도인 연금저축은 개인이 노후대비를 위해 자발적으로 가입‧납입하는 연금상품 제도다. 연간 납입금액 400만원 한도로 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수익금 등에 붙은 세금을 과세 이연해줘 노후대비 및 절세상품으로 인기가 높다.

연금저축은 보험사에서 다루는 ‘연금저축보험’과 증권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 은행에서 취급하는 ‘연금저축신탁’으로 나뉜다.

이중 연금저축신탁의 신규 판매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중단됐다. 손실보전이 가능한 연금저축신탁의 구조가 연금자산 운용 현실과 동 떨어진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에서였다. 위험성은 낮은 대신, 안정성만을 추구하느라 보수적으로 운영해 수익률이 1~2% 초반대로 저조하다. 즉, 국민의 노후 대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안정형제1호’는 판매가 중지되기 직전인 2017년 한 해 수익률이 1.14%에 불과했다. 기업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안정형 1호도 1.33% 수준이었다. 같은 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9%인 점을 감안하면 수익은 없고, 오히려 손해만 입은 ‘마이너스 수익률’인 셈이다.

2018년까지 이같은 현상이 이어지다 지난해 들어서야 겨우 2%대에 진입한 상태다. 반대로 증권사에서 다루는 연금저축펀드는 수익률이 보통 6~10%에 달하는 등 신탁보다 훨씬 높다.

이에 연금저축시장에서 은행권의 비중은 하락 추세다. 지난해 연금저축신탁 적립금은 17조4000억원으로 전년(17조2000억원) 대비 1.3%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연금저축펀드는 같은 기간 12조2000억원에서 14조5000억원으로 19.1% 증가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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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P

은행권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퇴직연금이다. 각종 세액공제 혜택으로 무장해 최근 조명받기 시작한 개인형 IRP를 필두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지난해 말 기준 개인형 IRP 적립금은 17조6000억원으로 전년(12조9000억원) 대비 36.4%(4조7000억원) 급증했다.

시장은 키웠지만 덩칫값은 아직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IRP 점유율이 가장 높은 4대(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시중은행의 IRP 수익률은 평균 2.76%다.

연금저축에 비하면 준수한 성적 같지만 함정이 있다. 수익률이 6%대인 원리금 비보장을 제외하고 원리금 보장만 따졌을 경우, 평균 수익률은 1.43%로 반 토막 난다. 은행권의 전체 퇴직연금 가운데 원리금 보장형에 투입된 자금이 지난해 말 기준 85.7%에 달한다.

결국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연 1%대의 저조한 수익률만을 거두게 되는 것이다.

은행권도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실시 중이다. 수수료 절감은 물론 조직을 개편하고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퇴직연금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또 주기적으로 가입 이벤트 등 마케팅을 통해 적극적으로 가입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후 대비 목적의 개인연금은 장기간 예치‧운용되는 자금이고 앞으로 수요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은행에서도 역량을 집중하는 분야”라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수익률 개선이 더딘 것은 금융기관의 한계 탓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은행권은 가장 안정적인 금융사로 평가되는 만큼 금융소비자 역시 안전한 자산 운용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익 실현을 통한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금융사의 노력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 역시 자산운용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승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개인연금상품은 대부분 10년 이상 유지되는 장기 상품”이라며 “시장 환경 변화에 맞게 대응하면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적합하면서 적극적인 자산운용이 필수”라고 진단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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