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카드업계, “아! 옛날이여~”…힘겨운 핀테크 협업, 마케팅 비용 독박 등 ‘을’ 전락
[이지 돋보기] 카드업계, “아! 옛날이여~”…힘겨운 핀테크 협업, 마케팅 비용 독박 등 ‘을’ 전락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7.2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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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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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카드사들이 핀테크 업체들의 기세에 눌리며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정부의 수수료율 인하 등의 영향으로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가장 큰 수익원인 결제서비스부문에서 핀테크와 경쟁을 벌이며 점유율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한 토스 등에 마케팅까지 의존하게 되면서, 카드사의 위치가 ‘을’로 전락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일각에서는 핀테크 업계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 덕을 보는 반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묶여 활동을 제한받는 카드사를 두고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영업점은 총 206곳으로 2017년 말(331곳)보다 37.8% 감소했다.

카드업계의 영업점 감소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모집인 영업비용 대비 비대면·온라인 마케팅 효과가 더 큰 영향이다.

모집인을 통해 신규 카드 1장을 발급하려면 10만~15만원의 영업비용이 든다. 또 이렇게 확보한 회원을 유지하는 데에 추가로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에 카드사들은 모집인에게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기보다는, 다른 플랫폼과의 제휴에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카드사들은 토스나 카카오 등 핀테크 업체의 플랫폼과 연계한 공동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같은 방식은 사업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20~30대의 젊은 신규 고객 유치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카드사와 핀테크 업체의 마케팅은 구색만 ‘공동’ 마케팅일 뿐 카드사가 비용을 전부 떠안는 구조다.

카드사가 핀테크 업체와 손잡고 벌이는 마케팅은 신용카드 가입자가 한 명 늘어날 때마다 카드사가 플랫폼사에 일정액의 광고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또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경품이나 혜택 비용도 카드사가 전액 부담한다. 이 과정에서 핀테크 업체가 부담하는 비용은 없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간편송금 핀테크 플랫폼 토스가 7개(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전업 카드사와 지난해 공동으로 진행한 마케팅 중 비용을 분담한 비율은 0%였다.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 역시 신한‧삼성‧우리카드와 제휴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전액 카드사에게 떠넘겼다.

공동 마케팅의 경우 제휴사끼리 마케팅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평균적으로 카드사가 부담하는 비용은 마케팅 비용의 최대 50% 수준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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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카드사들이 ‘을’이 돼 모든 비용을 감당하더라도 핀테크 업체와의 공동 마케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규제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적용받는 카드사는 마케팅 비용 통제 등 여러 규제를 받는다. 반면 전자금융거래법 아래에 있는 다수의 핀테크 업체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

실제로 정부가 올 5월 전 국민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카드사들은 직접 마케팅에 나설 수 없었다. 정부와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열 마케팅 자제를 당부 받은 까닭이다. 때문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신청 이전부터 마케팅을 계획했던 카드사들이 줄줄이 취소한 바 있다.

반면 핀테크 플랫폼을 통한 마케팅은 유효했다. 토스 등을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면 캐시백을 주는 등의 우회 마케팅은 계획대로 실시 된데다 아무런 제지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사 입장에서는 불공평한 입장을 감수하고서라도 핀테크 업체와의 불편한 협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같은 ‘역차별’이 카드사와 핀테크의 공정한 경쟁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원한 카드사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들은 보통 새로운 시장 참가자들이 많은 만큼 성장과 시장 안착을 지원하기 위한 규제 완화 등의 배려가 물론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현재는 기존 금융사들과의 형평성과 공정 경쟁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과한 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도 이를 인식하고 핀테크 업계에 대한 규제 조절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핀테크는 새로운 영역으로 그간 인센티브를 줬는데 이제는 중대한 지점에 왔다"며 "서로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카드산업이 혁신하기 위해서는 카드사들 역시 핀테크 플랫폼을 지향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카드사는 결제 기술, 인프라, 빅데이터 측면에서 핀테크 업계보다 더 강점을 갖고 있다”며 “이를 활용해 차별화된 융합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장착한 핀테크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게 카드사가 추구해야 할 미래”라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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