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금융당국, 불완전판매 논란 무해지보험 손본다…해지환급금 하향 조정 가닥
[이지 돋보기] 금융당국, 불완전판매 논란 무해지보험 손본다…해지환급금 하향 조정 가닥
  • 양지훈 기자
  • 승인 2020.07.28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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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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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양지훈 기자 =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 논란을 야기한 무‧저해지환급형보험(이하 무해지보험)을 손본다.

방향은 해지환급금을 적게 지급하는 대신, 보험료가 기존보다 저렴해지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시행 시기는 오는 10월부터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일부 보험설계사가 높은 만기 환급률을 강조하며, 무해지보험을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안내하는 이른바 불완전판매가 자행돼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 까닭이다.

보험업계는 입장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에 따라 상품의 장점이 사라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또 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표준형 보험과 무해지 환급금 보험 환급률 비교(27일 발표한 개정안 포함). 자료=금융위원회
표준형 보험과 무해지 환급금 보험 환급률 비교(27일 발표한 개정안 포함). 자료=금융위원회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무‧저해지환급금 보험 상품구조 개선’ 내용을 포함하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오는 10월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해지보험은 일반 보험 대비 보험료가 10~30% 저렴하지만, 중도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무해지) 50% 미만인(저해지) 상품이다. 보험료가 싸기 때문에 계약 만기 후 돌려받는 환급금이 총 납입보험료와 비슷하거나 더 많다.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이 지난 2015년 7월 보험업법 개정 이후 저해지 환급형 종신보험을 처음으로 판매한 이후 무해지 환급형은 암‧치매보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퍼졌다.

현재 A생명보험사에서 판매 중인 기본형 종신보험과 해지환급금 미지급형 종신보험을 비교하면, 해지환급금 미지급형 상품의 보험료는 31.4% 더 저렴하고 환급률은 30.2%포인트 더 높다.

▲40세 ▲남자 ▲20년납 ▲보험가입금액 1억원 ▲월납 기준 A생보사 ‘기본형’ 종신보험의 가입 기간별 누적 보험료는 ▲1년 310만8000원 ▲5년 1554만원 ▲10년 3108만원 ▲20년 6216만원이다. 만기 해지 시 환급금은 5954만8000원, 환급률(납입보험료 대비 해지환급금 비율)은 95.7%다.

같은 조건에서 ‘해지환급금 미지급형’ 종신보험의 누적 보험료는 ▲1년 236만4000원 ▲5년 1182만원 ▲10년 2364만원 ▲20년 4728만원이다. 만기 해지 시 환급금은 5954만8000원이며 환급률은 125.9%다. 일부 보험설계사가 만기 환급률 100%를 초과를 강조해 보장성 무‧저해지보험을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판매했다는 점이 불완전판매 이슈를 키운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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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무해지보험은 저렴한 보험료와 높은 환급률이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무해지보험 상품 가입 유의사항 자료에 따르면 2015~2018년 관련 상품 계약건수는 무려 50배 이상 증가했다.

연도별 신계약건수는 ▲2015년 3만4000건 ▲2016년 32만1000건 ▲2017년 85만3000건 ▲2018년 176만4000건이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108만건으로 집계돼 연간 계약건수가 200만건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판매가 늘자 금융당국은 소비자 민원 급증 가능성을 우려해 소비자 경보(주의 단계)를 발령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보험료 납입 기간이 20년 이상인 계약이 대부분(▲생명보험 58% ▲손해보험 71%)”이라며 “향후 경기 침체로 인한 해지 증가 시 민원 급증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무‧저해지 환급금 보험 가입 시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차원에서 소비자 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소비자 보호와 보험사 위험 관리 차원에서 무해지보험 상품 구조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태기 금융감독원 생명보험검사국 상시감시팀장은 “무‧저해지 환급형 보험 구조 변경은 불완전판매를 줄여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또 보험사가 단기 성과에 치중해 무‧저해지 환급형 보험을 대량으로 판매한 후 상품 해지율이 예상보다 낮으면 책임준비금 마련 부담이 커지는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관리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상품 종류 다양화 등 기존 취지가 무의미해졌다는 한탄과 금융당국의 조정 방침에 따르겠다는 입장 등으로 반응이 갈리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환급률이 일반 보험상품과 비슷해지면 무‧저해지 보험은 장점을 상실하게 된다”며 “현재 판매 중인 무‧저해지 환급형 보험의 환급률을 조정하면 사실상 소비자의 상품 선택 폭이 좁아지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내린 결정인 만큼 보험사는 금융당국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융위원회의 환급률 조정 결정으로 조만간 변경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진단이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생명‧연금연구실장은 “불완전판매 최소화와 보험사 책임준비금 리스크 차단은 금융시장 안정화와 직결되므로 금융당국이 상품 구조 개선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환급률을 조정하면 소비자의 상품 선택 폭이 줄어들고, 규제로 인해 보험사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시장의 성장이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진 않기 때문에 향후 보험시장의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양지훈 기자 humannature8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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