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문 정부 ‘임대차 3법’, 전세 패닉 불렀다…전문가 “부작용 방지 등 후속대책 시급”
[이지 돋보기] 문 정부 ‘임대차 3법’, 전세 패닉 불렀다…전문가 “부작용 방지 등 후속대책 시급”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8.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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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지경제DB,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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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꺼내든 ‘임대차 3법’이 전세 패닉을 불렀다.

관련법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앞으로 세입자가 4년간 마음 편히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임대차 3법이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본격화 후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이 자취를 감췄다. 또 전셋값이 폭등했다. 더욱이 임차인과 임대인의 갈등이 불거지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작용 방지를 위한 후속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 187인 중 찬성 185표, 기권 2표로 통과시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주택 임대차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다는 이유로 임대차 3법의 즉시 시행을 선언했다.

개정안은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 한 차례 2년 계약 갱신이 가능하게 했다. 또 계약 갱신 시 보증금을 5% 이상 증액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월세상한제도 함께 도입했다. 각 상한선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5% 이내에서 상승폭을 정하도록 했다.

이에 세입자는 전·월세 계약을 한 차례(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2년 계약이 끝나면 세입자는 2년을 더 살지 말지 결정해 집주인에게 2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 집주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세입자의 계약 기간 연장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상 임차인은 4년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월세를 연체했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임차인이 동의 없이 주택을 전대한 경우 ▲중대한 과실로 주택을 파손한 경우 ▲직계존속·비속 등의 실거주가 필요한 경우 등을 제외하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

그동안 을(乙) 입장에서 설움을 삼켰던 세입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법이라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법이 새롭게 적용되면서 일시적인 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계약 갱신과 상승률 제한으로 임대차 시장이 한층 더 안정화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그동안 부동산 정책은 주택과 도시건설을 경제성장주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구매력 있는 자가보유자·다주택자 기반의 제도하에서 구매력 없는 세입자는 정치와 정책대상에서 배제됐다”며 “31년 만에 진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세입자들은 변화의 동력을 바라보게 됐다”고 강조했다.

우려

임대차 3법은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을(乙)의 입장에서 주거 불안에 떨었던 세입자들이 갑(甲)과 동등한 입장에서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다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전세의 월세 전환 ▲신규 전세 계약 관련 임대료 상승 ▲임대료 폭등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임대차 3법 시행 후 전셋값이 폭등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0.14%)보다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주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12월 30일(0.19%) 조사 이후 7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강남 4구가 서울 전체의 전셋값 상승세를 주도했다. 강동구(0.31%)는 지난주(0.28%)에 이어 서울에서 전셋값이 가장 크게 올랐다.

지난주 각각 상승률이 0.24%, 0.22%였던 강남구와 송파구는 이번주 0.30% 올라 상승폭을 키웠고 서초구도 지난주 0.18%에서 이번주 0.28%로 오름폭을 키웠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전셋값 폭등은 임대차 3법 시행과 저금리 기조 영향과 더불어 물량 부족도 한 원인이다.

KB국민은행이 최근 발표한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4.6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4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는 경우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4년 뒤다. 보상심리가 작용돼 4년 뒤 새로운 임차인을 받을 때 전세가를 크게 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년마다 전세금이 오를 때는 전세를 산지 2년차부터 전세금 걱정을 하겠지만 앞으로는 4년차에 들어서면 걱정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그만큼 전세금 인상폭에 대한 체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공급

문제는 전셋값을 안정시킬 물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급대책은 아직 계획단계로 제시된 물량이 모두 공급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또 실제 입주까지는 3년~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신규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4만8501가구에서 내년 2만5021가구로 급감한다. 경기도 입주 예정 물량도 올해 12만1567가구에서 9만8112가구로 크게 줄어든다. 전세시장 공급원으로 작용하는 입주물량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전셋값 폭등이 우려된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규 공급 물량이 쏟아지지 않으면 정부가 내놓은 임대차 3법이 효과를 보는 것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3기 신도시가 조성되고 입주까지 빨라도 5년 정도 걸릴 텐데 제도와의 시차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빠르고 안정적인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라도 좀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도움이 절실한 상황.

이를 위해 실효성 있는 전·월세 전환율 대책, 신규 계약에도 적용되는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 등의 적극적인 임차인 보호 대책이 요구된다는 전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차인과 더불어 임대인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에서 생길 갈등을 해소하고 나아가 상생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다.

장 교수는 “임대인의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것이 이 제도의 연착륙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임대인 입장에서는 리스크에 대한 햇지 효과를 위해 어떤 방법이라도 동원할 것이다. 세금 완화 등 임대인의 마음을 보듬어 줄 추가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임대인에 대한 제도균형과 임대인의 사유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의 임대차 종료 정당 사유 외 세입자 퇴거 및 재계약 거부사유를 좀 더 다양화하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시 시장의 제도변화 수용성에 맞는 경과규정(소급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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