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4대 금융지주 수장 ‘장기집권’ 체제 구축…시민사회 “제왕적 권력 견제 강화해야”
[이지 돋보기] 4대 금융지주 수장 ‘장기집권’ 체제 구축…시민사회 “제왕적 권력 견제 강화해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8.1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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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왼쪽부터)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각사
김정태(왼쪽부터)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각사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4대(신한‧KB국민‧하나‧우리) 금융지주 회장들이 잇따라 연인‧재연임에 성공하며 장기집권체제에 돌입했다.

수장의 장기집권은 회사 경영을 안정시키며 사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최대 10년에 가까운 장기집권으로 인해 형성되는 제왕적 권력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셀프 연임’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더욱이 금융지주 회장들의 상대적 고령화와 장기집권은 금융권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 움직임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은행과 카드, 보험 등 각 금융지주 주요 계열사는 디지털 전환과 초저금리 등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1960년대에 출생한 비교적 젊은 CEO(최고경영자)를 전진 배치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수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물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김 회장의 임기는 지난 2012년 3월부터 오는 2021년 3월까지 무려 9년에 달한다. 3년씩 총 3차례 연임에 성공한 결과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2014년 11월 취임한 후 2017년 11월 연임에 성공했고, 올해 11월까지 6년간 재임한다. 윤 회장이 올해 3연임에 성공할 경우, 김 회장과 같은 9년의 임기를 채우게 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2017년 취임한 조 회장의 임기는 연임 성공으로 2023년 3월까지 총 6년이 됐다. 손 회장 역시 지난해 우리금융 출범으로 회장직에 올라 우리은행장과 겸직으로 1년의 임기를 채운 뒤 연임 성공으로 3년의 임기를 더 보장받았다.

더욱이 조 회장과 손 회장은 3연임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들이 재연임까지 성공한다면 조 회장은 최대 9년, 손 회장은 7년 동안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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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문이 아닌 상황에서 10년 가까이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5년만 넘어가도 장수 CEO 소리를 듣는다.

금융지주는 장수 회장을 꾸준히 배출해 왔다. 일례로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은 2001년 8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9년간 회장으로 재임했다. 후임인 한동우 전 신한금융 회장의 재임 기간도 6년(2011~2017년)이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도 3연임을 통해 2005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7년간 재임했다. 우리금융은 이팔성 전 회장이 2008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5년간 회장직을 유지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장기집권에 성공한 반면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단명을 피하지 못해 대조됐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09년말 이후 10년간 퇴임한 주요 금융사 44곳의 대표이사(은행장 포함) 81명의 재임 기간은 평균 3.4년에 불과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생명보험 4.8년 ▲증권사 4.3년 ▲은행 3.0년 ▲카드 2.5년 등이다.

더욱이 각 금융지주는 디지털 전환과 초저금리 등 급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 대표에 1960년대생 인사들을 전진배치 하고 있다. 반면 금융지주 회장들은 1950대생(김정태 1952/ 윤종규 1955/ 조용병 1957/ 손태승 1959)으로 ‘고희(古稀)’을 바라보고 있어 대조적이다.

실제로 KB금융에서는 허인 국민은행장과 이동철 국민카드 사장이 1961년생이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는 1963년생이다.

신한금융에서도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가 1961년생이고,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은 1967년생이다. 하나금융은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김인석 하나생명 사장이 모두 1963년생 동갑이다.

권력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집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연임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강행하는 모습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손 회장은 올 3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지난해 대규모 손실 논란을 일으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았다. 금감원 중징계를 받은 임직원은 임기 종료 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금지된다.

그러나 손 회장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본안 소송과 판결이 나오기 전에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며 맞섰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일단은 연임에 성공한 상황이다.

조 회장 역시 신한은행장 재임 시절 있었던 채용비리 사태에 연루돼 법률 리스크와 관련된 금융당국의 견제를 받았지만 연임 행보를 강행했다. 김 회장과 윤 회장 역시 2017년 연임 당시 ‘셀프연임’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바 있다.

회장의 연임 여부는 1차적으로 그룹의 사외이사들이 판단한다. 문제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는데 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 CEO가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그 사외이사가 CEO 연임을 결정하는 구조다. 이사회를 장악한 회장의 제왕적 권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지주 회장의 독단적 경영을 방지하기 위한 경제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회장들이 오랜 기간 동안 재임한다면 그만큼 회사 내부 장악력이 커질 것”이라며 “독단적인 경영이나 판단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장치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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