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세종‧대구 부동산시장 ‘이상신호’…“문재인 정부 대책에 한쪽은 지고, 한쪽은 뜨겁다”
[이지 돋보기] 세종‧대구 부동산시장 ‘이상신호’…“문재인 정부 대책에 한쪽은 지고, 한쪽은 뜨겁다”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8.3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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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지경제DB, 픽사베이
사진=이지경제DB, 픽사베이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영향으로 대구와 세종시의 부동산시장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껏 달아올랐던 대구는 차갑게 식고 있다. 법인 매도 물량이 급증했지만 전체 거래량은 줄고 있다. 투자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풍선효과의 민낯이 드러나는 모양새다.

반면 세종시는 날이 갈수록 열기가 뜨거워지는 형국이다. 미분양은 없고 법인 매도 물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수도 이전 등의 이슈로 실거주 수요가 풍부하고 투자 가치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3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기준 법인이 개인에게 아파트를 매도한 건수는 658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4851건)보다 36% 늘어난 수치로 올 들어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법인의 아파트 매각이 급증한 배경은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한 자구책으로 분석된다. 앞서 정부는 법인이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매수 및 보유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6.17대책을 통해 세금 부담을 강화했다.

정부 대책에 화들짝 놀란 법인 중에서도 특히 대구에서 나온 물건이 유독 많았다. 7월에만 대구에서 총 468건이 거래돼 6월(88건) 대비 431% 폭증했다. 반면 대구에서 법인이 개인에게서 사들인 아파트는 103건으로 전월 173건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에 대구 주택시장의 열기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인의 아파트 매입은 투자 성격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세금 부담이 커졌다고 해도 향후 가치가 올라간다면 매물을 움켜쥘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세금 부담이 커지면 물건을 내놓게 된다고 풀이할 수 있다.

세종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실제 세종에서는 법인의 매도 물량이 감소했다. 6월 258건이었던 거래가 7월 들어 45건으로 대폭 줄어든 것이다. 법인이 개인에게서 매수한 아파트 물량은 전월 24건보다 줄어든 16건이지만 차이가 크지 않다.

이는 실거주와 투자 수요가 결합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수도 이전 이슈가 강하게 작용했다. 실거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자연스럽게 투자 가치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완성추진단-국정과제협의회 간담회에서 우원식 단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태년(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7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완성추진단-국정과제협의회 간담회에서 우원식 단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명암

법인들의 차익실현 및 절세용 주택 매물이 내년 봄 이사철까지 꾸준히 나올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대구에서 법인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개발 호재 등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했지만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으로 거품이 꺼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대·광(대구·대전·광주)’으로 불리면서 대구와 함께 뭉칫돈이 몰렸던 대전과 광주의 법인 매도를 보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구의 법인 매물이 폭증할 동안 광주와 대전의 법인 매도 물량은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광주는 6월 72건에서 7월 97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대전은 오히려 156건에서 153건으로 줄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법인거래 비중은 많아 봤자 10% 안팎이라 대세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동안 유입됐던 법인 투기 수요가 정부 규제로 인해 빠져나가는 형국이다.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인의 매도 물량을 차치하더라도 대구와 세종의 온도 차는 확연하다. 미분양 물량과 거래량 등이 대표적이다.

대구는 대도시 중 미분양 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로 꼽힌다. 7월 현재 대구 미분양 물량은 940호다. 부산을 제외하면 광역시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반면 세종은 그렇지 않다. 미분양 물량이 수개월째 없다.

거래량을 살펴봐도 대구와 세종의 차이는 눈에 띈다. 대구에서 주택 거래는 소강상태를 보이는 반면 세종의 주택 거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구의 경우 7월 7721건의 주택 거래로 전년 동월 대비 88.3% 늘어났으나 전국 평균인 110.0%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있었던 세종의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04.8%나 늘었다.

특히 실거주 수요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세종시에서 매매된 5606개의 아파트 거래 건수 중 갭투자는 단 186건으로 3%밖에 되지 않는다.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외지인 투자도 적지 않다. 세종은 신축아파트 위주로 도시가 깨끗하고 쾌적하며 녹지비율이 높고 편의시설이 많은 곳이다. 이에 인접 도시인 대전, 청주, 공주, 오송, 오창, 천안 거주자들은 세종시에 살기 위해서 아파트를 매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량, 매매가, 전세지수 등 모든 면을 다 살펴봐도 세종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며 “언제까지 상승 여력이 있을지 속단할 수는 없지만 공급량이 부족하고 수요는 많아 추가 규제가 나오지 않으면 당분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의 경우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인근에 산업단지가 생기면서 가치가 떨어지는 모양새”라며 “수성구 등 몇몇 인기 지역을 제외하면 장기적인 하락 국면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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