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중남미 국가, 건설 투자 확대 긴급 처방…국내 건설사 “군침 돌지만 ‘그림의 떡’” 한숨
[이지 돋보기] 중남미 국가, 건설 투자 확대 긴급 처방…국내 건설사 “군침 돌지만 ‘그림의 떡’” 한숨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9.0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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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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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코로나19에 치명상을 입은 중남미 국가들이 경기 활성화를 위한 긴급 백신을 처방한다. 인프라 개발 등 건설 투자에 120조원이 넘는 돈이 투입될 전망이다.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국내 건설업계에 희소식이 될 법도 하지만 한숨 소리부터 들린다.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다.

먼저 중남미 시장은 언어와 문화 등이 비슷한 스페인이나 지리적으로 가까운 미국 등이 강세다.

더욱이 대부분 사업이 민간투자를 동반하는 PPP 방식이어서 민간투자를 잘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사들이 중남미를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또 각 건설사는 현지 정보 공유 능력 등 전문가 역량 강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중남미 주요 국가가 코로나19로 위기에 봉착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 투자 ▲신재생에너지 ▲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멕시코 정부는 1000억 달러(한화 약 118조4900억원) 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아울러 에너지 프로젝트를 포함한 공공·민간 인프라 개발 계획 발표를 앞두고 있다.

콜롬비아는 올해만 60억 달러(7조1094억원) 규모의 인프라사업을 재개한다. 5G 인프라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경기 부양을 준비 중에 있다. 또 도로, 철도, 운하, 공항 등의 사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칠레는 인프라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년 3월까지 총 14개 주요 인프라 사업에 36억 달러(4조2656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는 코로나19에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에넬 그린파워 칠레(Enel Green Power Chile)사는 총 1억8000만 달러(2132억8200만원)를 투자해 ‘레나이코(Renaico)Ⅱ 풍력발전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아르헨티나는 1억3000만 달러(1540억3700만원) 규모의 270개 공공 프로젝트를 재개할 전망이다. 브라질은 세아라주(州) 포르탈레자(Fortaleza) 담수화플랜트 공사를 추진한다. 페루는 우아야가(Huallaga) 1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실사 설계에 착수할 예정이다.

중남미 지역은 올해 코로나19에 초토화가 됐다. 세계은행(WB)이 지난 6월 발표한 글로벌 경제 전망자료(Global Economic Report)에 따르면 멕시코, 브라질, 칠레 등 중남미 경제가 급격히 추락했다. 올해 중남미지역 경제성장률은 7.2%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중남미 대부분 국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긴급 백신을 투입하는 것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중단된 사업을 재개하고 발주 예정이었던 사업을 다시 추진해 경제 성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중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남미 지역의 코로나 피해는 매우 극심한 상황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기록될 전망”이라며 “중남미 각국 정부가 코로나가 가져올 경제 충격에 대비해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투자 활성화를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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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

국내 건설사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중남미에서 만큼은 유독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퇴보하는 형국이다.

실제 우리 건설사가 올해 중남미 시장에서 거둬들인 수주액은 8월 현재 2억8571만 달러에 불과하다. 전체 해외수주액(177억6725만 달러)의 1.5% 수준이다. 전통적인 수주 텃밭인 중동(80억9179억 달러), 아시아(76억7348억 달러)와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최근 3년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2억8039만 달러 ▲2018년 7억3001만 달러 ▲2017년 3억6234만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2014년 약 67억 달러를 수주한 뒤 꾸준히 내리막길이다.

중남미 시장은 국내 건설사에 ‘가시밭길’인 셈이다. 이는 언어와 문화 등이 비슷한 서구권 건설사들과의 경쟁에서 철저히 밀린 까닭이다. 심지어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마저도 중남미에서는 생소한 기업에 불과하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정치적 불안 요소도 국내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진출을 가로막는다. 중남미 대부분 국가는 정권이 바뀌게 되면 기존에 추진하는 사업이 연기되거나 사라지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그러나 국내 건설사들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남미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게 중요하다는 평가다. 미주개발은행(IDB)에 따르면 중남미 시장에서는 향후 30년간 매년 1500억 달러(177조7650억원) 규모의 인프라 개발 수요가 예상된다.

다만 중남미 국가 대부분의 사업이 민간투자를 동반하는 PPP 방식이라는 게 걸림돌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PPP 사업에 유독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우리 건설사들이 중남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금융지원 확대 및 현지 정보 공유, 전문가 역량 강화 등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이들 국가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걸 감안했을 때 금융 조달이 가장 큰 걸림돌이자 해결해야 할 숙제다. 기업도 자체적으로 금융조달능력을 키우고 정부도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중남미를 기회의 땅으로 만들 수 있다.

익명을 원한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PPP 방식으로 민간 재원을 확보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현지화, 지역 전문가 양성 등을 비롯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적극적으로 도전한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 기업은 K-방역 등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보건 분야 건설시장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 중남미 국가들의 포스트 코로나 행보를 계속해서 모니터링하면서 관심을 가진다면 코로나 이후 또 다른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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