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디지털‧비대면 대환대출 속도전…저금리‧규제 여파 ‘우량고객’ 확보 경쟁
[이지 돋보기] 은행권, 디지털‧비대면 대환대출 속도전…저금리‧규제 여파 ‘우량고객’ 확보 경쟁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9.0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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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디지털‧비대면 대환대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량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 일환이다.

금융 소비자들은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자 더 낮은 이자율로 상품을 갈아타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 은행권이 고객 확보를 위해 대출 갈아타기 상품(대환대출)과 서비스를 줄줄이 내놓는 것.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지난달부터 비대면 대환대출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대환대출은 기존의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새로운 대출을 받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A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B은행의 금리 등 조건이 더 좋다면, B은행에서 돈을 빌려 A은행 대출을 갚고 이후 B은행에 상환을 이어나가는 방식이다.

만약 연 3%의 금리로 2억원을 10년 분할 상환으로 대출 받았을 때 금리가 0.5%포인트 낮아지면 월 5만원 가까이 절약할 수 있다.

은행 대환대출 상품은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다만 최근 출시된 상품들은 비대면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신청이 간편해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출 심사 및 서류 제출 등을 모바일로 진행하고 지점 방문을 최소화하는 것.

일부 은행은 대출 신청부터 입금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만 진행하는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오랜 개점휴업을 끝내고 정상 영업에 돌입한 케이뱅크가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20일 시장 재진출을 위한 승부수로 100%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을 꺼내들었다. 대환대출 시 최대 5억원까지 최저 연 1.64% 금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또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10종에서 2종으로 줄였다. 기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인감증명서 등 서류를 준비해야 했지만, 케이뱅크는 사진촬영과 등기번호 입력만으로도 인증이 가능하게 했다.

NH농협은행도 이달 10일 모바일을 이용해 다른 은행 신용대출을 농협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NH로 바꿈대출'을 출시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여러 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 내역과 대출 한도 금리를 확인하고 대출 신청할 수 있다. 영업점 1회 방문으로 대환대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나은행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12월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대환대출 모바일 상품인 '원큐 신용대출'을 출시해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도 올 3월 비대면으로 판매 중이던 직장인 신용대출을 통합한 '우리원(WON)하는 직장인 대출 갈아타기'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밖에 신한은행은 비대면 대환대출 서비스 출시를 위한 시스템 검토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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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은행권이 서로의 대출 고객을 뺏기 위한 대환대출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인해 기존의 영업 방식으로는 고객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치라는 측면에서도 경쟁을 부추긴다.

대환대출을 찾는 소비자는 이미 은행권에서 대출 심사를 통과한 우량고객일 가능성이 높다. 낮은 금리를 내세워 대환대출을 늘린다면 수익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것. 여기에 비대면 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해 업무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한다는 복안이다.

기술의 발전이 대환대출 경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디지털 뱅킹 기술의 발달로 은행권은 비대면 대출 심사 및 처리가 가능해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은행‧상품별 금리 비교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아울러 금리와 우대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움직이는 적극적인 금융소비자들이 증가한 것도 관련 시장을 꿈틀거리게 했다. 금융과 유목민(Nomad)을 합성한 신조어인 ‘금융노마드’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금융 대환대출 등으로 인해 대환대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고, 저금리 기조로 금리 비교에 관심 있는 소비자가 늘면서 문의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3법 시행에 따른 마이데이터 도입도 은행권의 대환대출 경쟁에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소비자의 금융정보뿐만 아니라 통신 정보 등을 활용한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이 개발되면 고객들에게 더욱 낮은 금리나 높은 한도로 대출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에서다. 은행 간 대출금리·한도 등의 비교도 더욱 수월해진다.

다만 금리가 조금 더 낮다고 무턱대로 대환대출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되레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대환대출은 기존 은행에서 받은 대출을 중도 상환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수료가 부과되는 탓이다.

대출 받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중도상환을 할 경우에는 통상 1~2%의 수수료를 내야한다. 아끼려는 이자보다 더 많은 돈을 토해내야 할 수도 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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