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아파트 하자 민원 역대급 기록 눈앞…‘무책임’ vs ‘과민반응’ 갈등 격화
[이지 돋보기] 아파트 하자 민원 역대급 기록 눈앞…‘무책임’ vs ‘과민반응’ 갈등 격화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9.1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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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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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신축 아파트 하자 분쟁이 역대급 기록 달성을 눈앞에 뒀다. 올 들어 하루 평균 10건 이상의 관련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자 분쟁은 아파트 입주자와 건설사(시공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시공사는 입주자의 하자 민원을 ‘과민반응’으로 치부하고, 입주자는 시공사의 태도를 ‘무책임’으로 몰아세우는 모양새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토부 하자심사 분쟁조정위원회의 하자 접수 건수는 2226건으로 전년 동기(2211건) 대비 0.7%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역대 최다 건수를 기록할 것이 유력하다.

지난해 접수된 총 하자 건수는 4290건으로, 하자심사 분쟁조정위원회가 구성된 200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아파트를 짓다 보면 하자 발생은 불가피한 문제다. 벽지가 들뜨거나 벽의 균열, 바닥 결로 등이 대표적이다. 건설사는 입주자가 제기한 문제가 정당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받아들이고 곧바로 보수해주면 해결된다.

그러나 간단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드물다. 국토부 하자심사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하자 건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입주자와 건설사가 하자 여부를 놓고 대립하는 상황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립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건설사의 하자담보 책임기간은 2년~5년이다. 다만 건설사가 ‘곧 고쳐주겠다’고 한 뒤 하자보수를 차일피일 미룰 경우, 입주자가 나설 수 있는 대처 방안은 마땅히 없다.

이에 입주자들의 마음은 급해지는데 보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불만이 커져 결국 감정싸움까지 치닫는 경우가 자주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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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입장에서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최근에는 입주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해 큰 문제가 없는 부분도 꼬투리를 잡아 이를 하자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예컨대 올 여름 태풍 피해를 입은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서 ‘싸구려 중국산 유리’를 써서 파손됐다고 우기는 상황까지 생겼다는 전언이다.

입주민들은 건설사들을 ‘배째기’식으로, 건설사들은 입주민 요구를 ‘떼쓰기’로 인식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하자로 판명되면 보수를 책임지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하자 책임이 없는 경우까지 떠안게 되는 점에서는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며 “업계에서는 블랙컨슈머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준

하자 분쟁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기본적으로 부실 시공 자체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증가 ▲급격히 늘어난 입주 물량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아파트 건설 현장에 숙련도가 떨어지고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과거보다 시공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최근 몇 년간 아파트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공사가 진행된 탓도 있다는 것.

아울러 공사 기간 단축, 원가 절감 등 건설사들이 비용을 낮추려 하면서 하자가 발생하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갈등을 키운다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린다.

실제 하자 분쟁 건수 중 하자로 인정된 것이 4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핵심은 하자 관련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모호한 기준으로 시공사와 입주자 간에 불필요한 소모전이 벌어지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시간과 감정 낭비만 발생하고 있는 것. 상황에 따라 책임의 소재가 달라질 수 있는 도배나 타일 등 마감 공사의 하자가 대표적이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달 하자 분쟁을 방지하고 입주민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관련 개정안은 오는 11월 시행에 들어간다.

현행 12개 항목을 보완 및 변경했을뿐만 아니라 13개 항목을 신설해 하자 항목을 31개에서 44개로 늘렸다. 신설된 항목은 도배, 바닥재, 석재, 가구, 보온재, 가전기기, 승강기, 보도·차도, 지하주차장, 옹벽, 자동 화재탐지설비·시각경보장치, 가스 설비, 난간 등으로 이전보다 판정 기준이 구체화돼 입주민들의 권익이 한층 증진될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는 판단 근거가 부족했는데 공공기관이 하자 분쟁까지 가기 전에 미리 명확한 기준을 마련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특히 막대한 힘을 가진 건설사와 달리 상대적 약자인 입주민들에게 좀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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