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혼돈의 부동산 시장, 실거래가 급등락 반복…‘신고가 VS 급매물’ 착시현상 주의보
[이지 돋보기] 혼돈의 부동산 시장, 실거래가 급등락 반복…‘신고가 VS 급매물’ 착시현상 주의보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9.16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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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DB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DB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 여파로 거래량이 말라붙는 등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로 접어들었다.

거래가 급감했지만 서울 곳곳에서 신고가를 갱신하는 아파트가 나타나고 있다. 내 집 마련이 다급해진 무주택자들이 적극적인 주택 매수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20~30대 젊은층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했다는 신조어)’로 아파트를 매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급매물이 나오는 모습도 포착됐다. 부동산 법인이나 다주택자들의 세금 회피용 물량으로 파악된다.

신고가와 급매물이 뒤엉키면서 부동산 시장이 혼란스럽다. 특히 매물 잠김 현상에 거래량이 많지 않아 한 건의 거래만 이뤄져도 호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수 있다. 거래량이 동반되지 않는 호가 상승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16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이뤄진 총 3596건의 매매 거래 중 2230건(62%)이 신고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10건의 거래 중 6건이 신고가였던 셈이다. 특히 서울 은평구의 경우 151건 중 113건(74.8%)이 신고가였다.

서울 지역은 고가와 중저가 아파트를 가리지 않고 신고가 행렬에 동참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광장동 광장11현대홈타운 전용면적 84㎡가 이달 18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7월 기록했던 종전 최고 실거래가 17억5500만원보다 4500만원 상승한 가격이다.

서울 도봉구 창동 동아청솔아파트 84㎡는 지난달 11일 9억원(14층)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9억5000만원~9억7000만원에 달한다. 전용134.94㎡는 7월 10억원을 찍으며 강북에서는 보기 드물게 10억원 대열에 합류했다.

서울 노원구에서도 10억원이 넘는 신고가 아파트가 나왔다. 월계동 풍림아이원 전용 84㎡는 지난달 7억8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이달 들어 10억2000만원(6층)에 매물이 거래됐다. 해당평형에서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을 회피하기 위해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갈수록 짙어진 영향이다. 더욱이 20~30대 젊은층에서 매수에 나선 영향도 크다. 집값 상승을 두고만 볼 수 없는 30대가 이른바 ‘영끌’ 구매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저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형국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체적으로 물량이 잠기자 매수 대기자가 참지 못하고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호가가 단숨에 높아지는 현상”이라며 “최근 시장에 나오는 매물 자체의 총량이 많지 않아 이 안에서 신고가 거래도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혼란

서울 아파트시장에 급매물이 쌓이고 주택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9월 2째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전주(101.5) 대비 5.3포인트 하락한 96.2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서울지역 부동산중개업소들을 조사해 산출한 지수로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그렇지 않으면 매도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서울에서 이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6월 2째주 이후 13주 만이다.

특히 급매물도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국에서 급매물 증가량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로 718건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3463건이던 급매물은 이날 4181건으로 20.7% 늘었다.

급매물 증가세는 강남권과 양천, 마포 등에서 뚜렷했다. 강남구와 양천구는 이달 들어 각각 급매물이 71건 늘면서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 가장 증가세가 뚜렷했다. 이어 ▲서초구(365→433건) ▲송파구(197→262건) ▲마포구(96→161건) 순으로 급매물 증가량이 많았다.

이 통계는 공인중개사가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을 올릴 때 급매로 표시한 것들을 집계한 것이며 특히 정부의 허위매물 처벌 방침으로 중개사들이 아무 기준 없이 급매로 올리지는 않는 만큼 어느 정도 시장 상황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급매물 증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아파트가 심심치 않게 신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면적 192㎡는 지난달 26일 20억5000만원(14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7월 17일 25억4000만원(10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4억9000만원 떨어졌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943㎡는 지난달 24억4000만원(18층)에 매매됐다. 7월에 형성됐던 매매가격보다 2억6000∼4억1000만원 낮아졌다.

이같은 현상은 세금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와 법인 소유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는 상황에서 낮은 가격에 나온 매물의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고가와 급매물이 뒤엉키는 등 현재 부동산 시장은 쉽사리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거래량이 동반되지 않기 때문에 쉽사리 방향을 알 수 없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이날 기준 3038건으로 7월 거래량(1만623건)의 28% 수준을 기록했다.

거래량이 움츠러들면 한두 건의 거래만 성사돼도 호가가 널을 뛰게 돼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이 커진다. 향후 주택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패닉바잉·패닉셀링’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형성되는 시장 가격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때문에 단순히 보여지는 가격에 대한 착시현상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더욱이 내년 상반기 중 세금 문제로 처분해야 할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매물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가격 변동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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