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KB금융 노조, ‘윤순진‧류영재’ 앞세워 노조추천이사제 ‘4수’ 끝낼까
[이지 돋보기] KB금융 노조, ‘윤순진‧류영재’ 앞세워 노조추천이사제 ‘4수’ 끝낼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9.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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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금융권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논의가 또다시 수면에 떠올랐다.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오는 11월20일 임시주주총회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기로 나서면서다. KB금융 노조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시도는 이번이 네 번째다.

이번에는 4수를 끝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또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이 최근 여당(더불어민주당)의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배경도 있다.

만약 KB국민 노조 추천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된다면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인 다른 금융사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11월20일 개최 예정인 임시주주총회에서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를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주주제안을 추진한다.

조합의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상법'과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엄연히 말하면 노조추천이사제와는 법률적 근거와 선출 및 운영방식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추진을 노조추천이사제와 비슷하게 보고 있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참여시킨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KB금융 우리사주조합장은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만큼 노조의 의견도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노조추천이사제란 노조 측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이사회 등 회사경영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노동자 대표가 참여해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경영진과 함께 하도록 하는 ‘노동이사제’의 전단계로 평가된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감시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근로자의 지나친 경영 참여로 인한 기업 운영 차질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등 일장일단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 주주제안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 주주제안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

전망

KB금융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은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셔 왔다. 우리사주조합과 노조가 함께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세 차례 사외이사를 추천했 있지만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017년과 2018년 주총에서 표를 얻지 못해 부결됐고, 지난해 후보자는 KB금융 계열사 소송계약에 대한 이해 상충 문제로 자진 철회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먼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이번 KB금융 우리사주조합에 환영의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여기에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된 것도 제도 도입에 긍정적이다.

박 위원장은 KB금융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앞서 있었던 KB금융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입법도 추진 중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전국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명문화한 것이다.

우리사주도 지난해 후보의 결격 사유로 철회한 것을 보완해 이번에는 복수의 후보를 내세웠다. 또 주총에서 힘을 얻기 위해 지분을 늘려나가는 등 올해는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권은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의 선임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실제 선임으로 이어진다면 다른 금융사에서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움직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KB금융 외에도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노조는 매년 사외이사 추천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 올해 초 노사 합의를 통해 ‘은행은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이끌어낸 바 있다. 현재 기업은행 사외이사 4명 중 김정훈, 이승재 이사 등 2명의 임기가 각각 내년 2월과 3월에 만료된다. KB금융의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익명을 원한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자리에 노조가 후보 1인을 추천‧선임되도록 추진해 노조추천이사제가 제도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의 노조추천이사제 시도가 올해 역시 좌절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후보를 추천한다고 해도 선임되려면 주총에서 주주들의 표를 얻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조추천이사제로 인한 노조의 경영 참여가 신속한 의사 결정을 방해하거나 경영 불안정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어 보통 주주들은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그동안 제도 도입이 고배를 마셨던 이유도 주총을 통과하지 못한 이유였고, 이번에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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