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은 말썽쟁이?…법‧규정‧의무 위반 등 3년9개월간 과태료만 ‘수백억’
[이지 돋보기] 은행권은 말썽쟁이?…법‧규정‧의무 위반 등 3년9개월간 과태료만 ‘수백억’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10.0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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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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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각종 법 규정, 의무 위반 등으로 3년9개월간 지급한 과태료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주로 실명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고객에게 통지해야하는 의무를 게을리 해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은행원이 사적 이익을 위해 고객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활용한 경우도 있었다.

더욱이 지난해 불거진 해외금리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굵직한 사건에 대한 제재까지 더해졌다.

5일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제재관련 공시를 분석한 결과, 8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SC제일‧한국씨티은행) 주요 은행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3년9개월 동안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 받은 건수(제재 조치일 기준)는 총 57건이다.

금감원 제재관련 공시는 금융회사의 법·규정 위반행위나 시스템적인 문제점 및 개선점을 적발했을 경우, 제재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조치 사항을 확정한 뒤 게시된다. 제재를 받은 금융사에게는 자체 조치의뢰부터 과태료, 과징금, 기관주의, 기관경고 등의 징계가 내려진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10건 ▲2018년 18건 ▲2019년 17건 ▲올해 1~9월 12건이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각각 12건으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재를 받았다. 농협은행은 2017년과 2019년에 각각 4건, 2018년 3건, 올해 1건의 제재를 받았다. 하나은행은 2018년 5건, 지난해 3건, 올해 4건이다.

다음으로 많은 곳은 우리은행(9건)이다. 올해에만 무려 5건의 제재가 확정됐다. 나머지 4건은 모두 지난해 받았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제재 받은 내역이 없다. 이어 신한은행이 2017년 2건, 2018년 5건, 지난해 1거 등 총 8건으로 뒤를 이었다.

KB국민은행(2017년 1건, 2018년 2건, 2019년 2건)과 한국씨티은행(2017년 2건, 2018년 1건, 2019년 1건, 올해 1건)의 제재 건수는 각각 5건이다. IBK기업은행은 4건(매년 1건씩)이었다.

가장 제재가 적은 곳은 SC제일은행으로 2018년과 지난해 각각 1건 총 2건에 불과했다.

57건의 제재로 은행권이 부과 받은 과태료는 총 568억1290만원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279억4070만원을 부과 받아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나은행 207억100만원이었다. 두 은행의 과태료(486억4170만원)는 총 금액의 85.6%에 달했다.

이어 ▲신한은행 30억9620만원 ▲국민은행 26억5000만원 ▲NH농협은행 12억2350만원 ▲씨티은행 9억9880만원 ▲SC제일은행 3000만원 순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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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홀

은행권이 받은 제재는 주로 고객 통지나 보고‧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2017년 6월 환경미화원 노동조합원 100명의 동의와 실명 확인을 거치지 않고 저축예금 계좌를 개설했다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또 예금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명의인의 사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자녀가 대신 계좌를 개설토록 한 사례도 있었다.

KB국민은행은 2013년 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퇴직연금 3071건(대상자 1만7028명)에 대해 부담금 미납내역을 기한 내 통지하지 않아 금감원에 적발됐다. 퇴직연금은 사용자 부담금이 납입 예정일로부터 1개월 이상 미납된 경우, 7일 이내에 미납내역을 통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것.

고객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활용한 경우도 있었다. NH농협은행의 한 지점장은 2013년 7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자신의 소송에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객 3명의 개인신용정보를 41차례 무단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금융위원회 기술금융 실적평가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자 실적을 늘리기 위해 일반 대출로 취급한 여신을 기술금융 실적평가 자료에 포함한 사례도 있다.

은행권이 수십억~수백억원대의 과태료를 물게 된 것은 DLF사태 등 대형사고 영향이다. DLF의 판매은행인 우리와 하나은행은 올 3월 각각 197억1000만원과 167억8000만원을 부과 받았다.

KB국민과 신한은행은 특정금전신탁(ELT) 상품 홍보와 파생상품 판매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해 지난해 12월 각각 25억원, 30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자본시장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ELT 상품을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홍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 또 파생상품 투자권유 자격이 없는 직원들이 파생상품인 ELS(주가연계증권)·ETF(상장지수펀드) 신탁의 투자를 권유한 사실도 적발됐다.

NH농협은행의 경우에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펀드와 관련해 증권신고서를 미제출해 공시의무 위반 혐의로 올 6월 10억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OEM 펀드를 투자자 수 49명 이하인 사모펀드로 쪼개 팔아(시리즈 펀드)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한 것이 징계 사유였다.

은행권의 상습적‧대형 금융사고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체제 정비와 더불어 징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내부통제 강화대책 등이 나오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아 예방이 되지 않고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 것”이라며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사에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과징금을 높게 책정하고, 형사처벌도 크게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권은 시스템 정비와 점검, 정기적인 직원 교육을 통해 재발 방지와 예방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들어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재발 방지와 예방을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시스템을 정비하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경영 목표도 소비자 보호에 조금 더 주안점을 두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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