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천도론’에 들끓는 세종시 집값…천정부지→고평가 위험 신호 감지
[이지 돋보기] ‘천도론’에 들끓는 세종시 집값…천정부지→고평가 위험 신호 감지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10.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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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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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세종시 집값이 급등했다. 많이 오른 곳은 2배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세종시 집값 상승률은 전국 1위다. 거래량도 폭증하고 있다.

배경은 이른바 ‘세종 천도론’이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이 급격히 오르자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세종시 집값이 폭등하는 모양새다.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세종 아파트 가격이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폭탄 돌리기’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7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세종시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88만1000원을 기록해 1년 만에 42.58% 상승했다. 올해 1월 1159만6000원과 비교하면 36.96% 폭등이다.

세종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실거래가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고운동에 위치하는 ‘가락마을 20단지’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해 8월 3억9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올해 8월에는 6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1년간 3억6100만원 올랐고 116.83% 상승률을 나타냈다. 2배가 넘게 뛴 셈이다.

다정동의 ‘가온마을 6단지’ 전용면적 108㎡는 지난해 8월 5억7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8월에는 10억7000만원에 집주인이 바뀌었다. 1년간 5억원이 올랐고 상승률은 87.72% 기록했다.

거래량도 폭증하고 있다. 올 8월 세종시 주택매매 거래량은 2164건으로 한국감정원 통계가 작성된 이후(2012년 7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8월보다 무려 462.1%나 급증한 수준이다.

이같은 현상은 ‘세종 천도론’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올 7월 국회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 각 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해 폭발적인 집값 상승세를 잡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은 오히려 세종 아파트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셈이 됐고, 이후 가격이 무섭게 치솟는 부작용이 됐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최근 1년~2년간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면서 “이에 정치권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행정수도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이른바 ‘세종 천도론’이 제기됐고, 이후 세종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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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세종시의 집값 상승세는 반 년 이상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 집값 상승 추세는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그동안 큰 폭으로 오른 집값 상승 피로감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에 따른 투자 심리가 꺾인 탓이다.

먼저 현재 세종시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매매가격이 고평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연구원이 전국 16개 시도와 강남4구를 대상으로 중위가격으로 산정한 내재가치 대비 매매가격비율 분석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세종의 내재가치 대비 매매가격이 208.5%에 달했다.

지방의 경우 6대 광역시 평균 내재가치 대비 매매가격비율은 131.1%였다. 8개도 지역은 123.7%였다. 세종 지역이 그 외 지역보다 내재가치 대비 주택가격이 70~80%가량 고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내재가치 대비 매매가격이 세종시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는 곳은 지난 몇 년간 집값이 급등한 강남4구(213.5%)와 서울(179.8%) 정도에 불과하다.

투자 심리가 한풀 꺾이며 법인 매물도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8월 세종시에서 법인이 개인에게 매도한 아파트 물량은 902건으로 집계됐다. 통계가 시작된 이래 법인이 세종시 아파트 매물을 사들인 건수는 총 1184건에 이른다. 사실상 보유하고 있는 모든 물량을 처분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세종시에 아파트 공급이 충분하다는 것도 집값 상승을 억제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보통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종시에는 추석 이후에도 꾸준한 물량 공급이 일어날 예정이다. 물량은 5966가구(분양 3366가구, 임대 2600가구)로 조사됐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세종시의 집값 상승은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세종 천도론’이라는 실체 없는 호재 영향이었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상승세는 향후 나타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 호재, 정책, 수요와 공급의 논리 등 일반적인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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