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국내 금융지주 무늬만 ‘토종?’…外人, 지분 절반 이상 차지 “제도 개선 시급”
[이지 돋보기] 국내 금융지주 무늬만 ‘토종?’…外人, 지분 절반 이상 차지 “제도 개선 시급”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10.1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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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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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늬만 토종인 셈이다.

이에 금융지주가 배당을 실시하면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외국으로 빠져나간다. 국민들을 상대로 이자 장사를 벌여, 외국인에 퍼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전문가들은 국부유출 등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서는 국민연금 등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2일 이지경제가 8일 기준 국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와 2개(SC제일‧한국씨티은행) 외국계 시중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을 분석한 결과, 평균 69.2%다.

먼저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와 SC제일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각각 99.8%, 100%다.

씨티은행은 미국 씨티그룹 산하의 COIC(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 소속이다. SC제일은행 역시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금융의 SC동북아(SC NEA)가 지분 전체를 소유한 대주주다.

두 은행을 제외한 금융지주의 평균 외인 지분율도 53.8%로 과반을 넘는다.

KB금융이 65.76%로 가장 높다. 이어 하나금융 63.9%, 신한금융 59.68%, 우리금융 26.04% 순이다. 우리금융이 평균치를 낮췄지만 나머지 금융사들은 60%대 전후의 외인 지분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

이같은 수치는 지방 금융지주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모기업인 BNK금융지주는 외국인지분율이 같은 날 기준 46.6%다. DGB금융지주와 JB금융도 각각 45.4%, 38.7%로 상대적으로 낮은 축에 속한다.

금융지주의 외인 지분율이 높은 까닭은 외환위기의 영향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개방됐다.

이에 외국 자본도 금융 기관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국내 금융권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은행의 경우, 1998년 외국인의 국내 은행 소유가 허용된 이후 2000년 뉴브릿지 캐피탈이 옛 제일은행 지분 51%를 5000억원에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 자본의 국내 은행 인수가 본격화됐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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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외국인 지분이 증가하며 발생하는 문제는 금융지주사가 배당을 실시할 경우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금융지주사는 은행과 보험, 카드사 등의 자회사를 통해 국민을 상대로 돈을 번다. 특히 금융그룹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은 국민들이 맡긴 돈을 활용해 국민을 상대로 대출 영업을 하면서 이자수익을 창출한다.

이같은 구조에서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돈을 통해 외국인이 더 많은 이익을 거두는 모습은 국부유출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6개 금융지주와 은행이 지난해 외국인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총 2조2901억에 달한다. 조사 대상 금융사들의 지난해 순이익은 11조5877억원이다. 이 중 3조5874억원이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뿌려졌다.

금융사별로 보면 KB금융이 지난해 3조3118억원의 순이익 중 26%에 해당하는 8611억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배당기준일(지난해 12월31일) 당시 외국인 지분율은 66.54%로 5730억원이 외국인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외국인 지분율 64.41%)이 순이익 3조4035억원 가운데 8839억원(26%)을 배당했고, 외국인이 챙겨간 금액은 5693억원이다.

하나금융(66.87%)은 순이익 2조3916억원 중 배당금 6165억원(25.78%)으로 외국인에 4123억원이 지급됐다. 우리금융(30.26%)도 1조8722억원의 순이익 중 배당금 5056억원(27%), 외국인 배당액은 1530억원이었다.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지난해 각각 2942억원, 3144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이중 씨티은행은 653억원(22.2%)을, SC제일은행은 6550억원(208.31%)을 배당했다. 이 금액은 고스란히 외국계 모회사가 챙겨갔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배당 실시와 확대는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적절한 투자처가 없거나 건전성에 문제가 없을 시 적법하게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고, 투자심리를 자극해 주가를 올리는 효과가 있는 이유에서다.

다만 금융사의 경우, 외국인 비율이 워낙 높다 보니 국부유출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붙는 것.

익명을 원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배당은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주주라면 누릴 수 있는 정당한 권리”라며 “외국인 주주가 과도한 배당을 요구해 기업 가치를 훼손하지도 않고, 국내 금융사의 배당성향이 높지 않은 만큼 국부유출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높은 외국인 지분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은행주 보유한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주에 적극 투자하는 장기투자자는 사실상 국민연금밖에 없는데, 국민연금은 동일인의 주식보유한도 10% 규정으로 지분을 더 높이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은행지주사 주식 보유제한 대상에서 국민연금기금을 제외해야 외국인 지분 상승에 따른 국부유출 방어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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