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시중은행, 부동산 임대업 ‘큰손’ 급부상…유휴 점포 앞세워 최근 5년간 3천억 수익
[이지 돋보기] 시중은행, 부동산 임대업 ‘큰손’ 급부상…유휴 점포 앞세워 최근 5년간 3천억 수익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10.1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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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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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시중은행들이 부동산 임대사업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업점(점포)을 통폐합하면서 생긴 유휴 부동산에 임대를 놓으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 은행권이 매년 벌어들이는 임대 수익은 수백억원에 달한다. ‘갓물주(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얘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19일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4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시중은행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5년간 투자부동산을 통해 벌어들인 임대 수익은 총 3229억1000만원이다.

투자부동산은 임대 수익이나 시세차익 등을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말한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5년 576억1700만원에서 2016년 608억7200만원으로 늘었다가 ▲2017년 590억4400만원으로 소폭 감소한 후 ▲2018년 677억7900만원 ▲2019년 775억9800만원으로 증가했다. 2015년과 지난해 임대료 수익을 비교하면 4년 만에 34.7%(199억8100만원) 불어났다.

은행별로 보면 가장 많은 임대수익을 벌어들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2015년 244억원 ▲2016년 231억8500만원 ▲2017년 251억6900만원 ▲2018년 275억5900만원 ▲2019년 278억5900만원으로 5년 간 총 1281억7200만원의 임대료를 거둬들였다.

다음으로는 KB국민은행이다. 총 952억8300만원을 벌었다. ▲2015년 222억5200만원 ▲2016년 214억9200만원 ▲2017년 177억1400만원 ▲2018년 181억6200만원 ▲2019년 156억6300만원이다.

하나은행은 5년간 592억5900만원의 임대료를 챙겼다. ▲2015년 53억3600만원 ▲2016년 111억6800만원 ▲2017년 115억8200만원 ▲2018년 169억7800만원으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141억9500만원으로 감소했다.

우리은행은 ▲2015년 56억2900만원 ▲2016년 50억2700만원 ▲2017년 45억7900만원 ▲2018년 50억8000만원 등에 머물다가 ▲2019년 141억9500만원으로 급증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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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

은행권이 짭짤한 임대수익을 낼 수 있게 된 것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점포 통폐합의 영향이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줄자, 점포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공실이 된 은행 소유의 건물에 세를 놓는 것이다.

임대업이 가능한 것은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단행된 은행법 및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의 영향이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12월 은행의 임대 가능 부동산 면적을 1배에서 9배로 완화했다. 기존에는 은행이 가용하는 범위 만큼의 면적만 임대할 수 있도록 제한했지만 이를 풀어준 것.

예를 들어 개정 이전에는 은행이 보유한 10층짜리 건물 중 5개 층을 은행에서 사용해야 나머지 층을 임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감독규정 개정으로 은행이 1개 층만 사용하고 나머지 9개 층에 세를 놓을 수 있게 되면서 그만큼 임대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 수익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됐다.

더욱이 2016년 4월 은행법 개정에서는 아예 은행 임대 면적 규제가 폐지됐다. 이에 은행권은 투자를 목적으로 한 부동산 구매는 물론, 소유 건물에서 영업점을 운영하지 않고도 모든 면적을 임대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지점을 폐쇄해도 규제 때문에 임대하지 못하고 공실로 둬야 했던 곳까지 수익 사업이 가능해졌다.

규제 완화는 시중은행의 투자부동산 규모를 키웠다.

4개 은행이 보유한 투자부동산 규모(취득가액 기준)는 2015년 2조1601억6300만원에서 지난해 2조5945억6300만원으로 20.1%(4344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의 임대 전략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지점이 입점한 건물도 점포는 2층으로 올리고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1층은 세를 놓거나, 아예 영업점 내에 카페 등을 입점시키는 방식인 ‘카페 인 브랜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2016년부터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점에 커피전문점 브랜드 ‘폴 바셋’을 들여 한 지붕에서 영업 중이다. 또 신한은행은 2017년 서울 명동지점을 리모델링해 대형 할인마트와 빵집 등 편의시설을 들였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휴 부동산이 발생하면 매각을 하거나 임대를 두는 등 선택지가 나뉘는데, 매각을 선택해도 해당 부동산이 규모와 입지조건 등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을 경우에는 매수자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는 임대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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