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보험사 의료자문제도, 보험금 지급 거절 ‘악용’ 논란…“공통 의료자문단 구성 등 공정성 높여야”
[이지 돋보기] 보험사 의료자문제도, 보험금 지급 거절 ‘악용’ 논란…“공통 의료자문단 구성 등 공정성 높여야”
  • 양지훈 기자
  • 승인 2020.10.2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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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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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양지훈 기자 = 보험사 의료자문제도가 보험금 지급 거부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각 보험사는 계약자가 청구한 보험금이 약관상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의료자문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가 자문단을 위촉하는 직거래 방식이다 보니 보험금 지급 거절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보험금 지급 의료자문 10건 중 최대 7건이 부지급 판정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통 의료자문단 구성 후 임의 지정하는 자문의에게 소견을 받아 제도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21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총 자산 기준 5대 생·손보사의 지난해 평균 부지급율(보험금 지급 거절 비율)은 ▲생보사 67%(1만7652건 중 1만1845건) ▲손보사 22%(4만7472건 중 1만652건)로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사 대비 3배 높았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생보사 중 평균 부지급률이 가장 높은 곳은 ▲한화생명(3756건 중 2881건, 77%), 손보사 가운데서는 ▲메리츠화재(4915건 중 1415건, 29%)다.

이 외에 주요 생보사의 평균 부지급률은 ▲교보생명 72%(2734건 중 1979건) ▲삼성생명 65%(9863건 중 6433건) ▲미래에셋생명 56%(345건 중 193건) ▲NH농협생명 31%(954건 중 359건) 등이다. 손해보험사는 ▲KB손해보험 27%(8483건 중 2253건) ▲삼성화재 24%(2만46건 중 4889건) ▲DB손해보험 20%(7374건 중 1469건) ▲현대해상 9%(6654건 중 626건) 순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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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자문제도는 계약자가 청구한 보험금이 약관상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지 보험사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과정을 의미한다.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과잉진료와 보험사기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도입 취지는 좋지만 보험사에게 상당액의 자문료를 받는 구조여서 계약자의 불이익 등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즉, 보험사와 자문의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부족한 자문 소견을 작성해 줄 개연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의사 A씨는 지난 2018년 한 해에만 ▲삼성화재 1190건(2억3381만원) ▲한화손해 175건(3500만원) ▲메리츠화재 144건(2742만원) ▲흥국화재 112건(2301만원) ▲KB손보 74건(1147만원) ▲The-K 손보 72건(1140만원) ▲현대해상 26건(537만원) ▲롯데손보 18건(278만원) ▲MG손보 4건(65만원) 등의 의료자문을 요청 받았다. 총 1815건, 자문 수수료 약 3억5093만원이다.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최근 보험회사별 의료자문 자료를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보험사는 지난 한 해 동안 대형병원 소속 의사로부터 연간 8만건 이상의 소견서를 발급받고, 수수료 명목으로 약 16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병욱 의원은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남발하고, 해당사와 위탁 관계를 맺은 자문의를 통해 진행해 객관성 및 공정성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의료자문제도를 통한 높은 부지급률은 보험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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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

보험업계는 의료자문 비율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일 필요는 있다는 의견이다.

익명을 원한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 보험금 청구건 가운데 보험사에서 전문의에게 의료자문을 요청한 건은 1%에 불과하다”며 “보험사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을 전문의에게 묻는 과정이며, 제도를 악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보험 가입자가 믿을 수 있게 보험사에서도 의료자문의 객관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생명보험협회 의료자문 공시에 따르면 23개 생보사의 보험금 청구건 중 의료자문 실시건수 비율은 ▲2019년 하반기 0.18%(603만6151건 중 1만797건) ▲2020년 상반기 0.17%(577만8687건 중 9878건)다.

손해보험사는 1.3~1.5% 수준이다. 15개 손보사 보험금 청구건 중 의료자문 실시건수 비율은 ▲2019년 하반기 1.59%(167만3649건 중 2만6580건) ▲2020년 상반기 1.30%(166만3027건 중 21614건)다.

전문가들은 의료자문단 풀(pool)을 확대해 의료자문제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각자 자문 풀을 구축하지 않고, 공통 의료자문단 풀에서 임의(랜덤)의 의사에게 의료자문을 맡기는 방법으로 의료자문제도를 진행한다면 공정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생명보험협회와 대한정형외과학회가 맺은 업무협약이 좋은 예다. 보험업계가 더 많은 단체와 자문단 풀을 구성하고, 의료자문의 공신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지훈 기자 humannature8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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