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갈 곳 잃은 뭉칫돈 잡기 혈안…‘신탁’ 앞세워 저금리‧고령화시대 해법 모색
[이지 돋보기] 은행권, 갈 곳 잃은 뭉칫돈 잡기 혈안…‘신탁’ 앞세워 저금리‧고령화시대 해법 모색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11.0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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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뉴시스
사진=픽사베이, 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갈 곳 잃은 뭉칫돈을 잡기 위한 해법으로 자산관리 즉, 신탁을 주목하고 있다.

저금리‧고령화시대와 맞물려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다. 자산이 많은 고령층이 이자 수익이 쪼그라든 예금통장에 돈을 묵혀두는 대신, 자산관리 목적으로 신탁에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탐스러운 먹거리다. 초저금리로 인한 이자수익 하락과 정부의 대출 규제 여파로 비이자부문 수익 확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에 각 은행은 차별화된 신탁 상품들을 내놓으며 고객 모시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은행권 신탁 수탁고는 509조6996억원으로 전년 동기(472조1766억원) 대비 8%(37조5220억원) 증가했다.

신탁은 ‘믿고 맡긴다’는 의미로 고객이 금융회사에 현금성 자산이나 부동산 등을 맡기는 상품이다. 금융사는 이를 일정 기간 동안 운용‧관리해 수익을 낸 뒤 수수료를 받는다. 1대1 맞춤형 종합자산관리서비스인 셈이다.

신탁은 크게 현금 등을 맡기는 금전신탁과, 금전 이외의 부동산 등 재산을 맡기는 재산신탁으로 나뉘며 은행 비이자이익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은행 신탁부문이 증가세를 보이는 이유는 저금리와 고령화시대를 맞아 자산관리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예금이자 수익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성은 있지만 수익률은 더 높은 신탁에 눈을 돌린 것이다. 여기에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려는 은행권의 경영 전략이 맞물리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이 본격적으로 신탁 상품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시기는 저금리 시대가 도래 한 2015년 전후부터다. 이후에도 은행권은 1인 가구나 이산가족, 애견인을 대상으로 한 이색 신탁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또 목표 수익률을 내지 못하면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과감한 마케팅으로 시장을 키웠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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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6일 'KB내생애(愛)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초고령 사회의 진입과 저출산,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 변화에 맞춰 출시된 상품이다.

평소에는 특정금전신탁으로 자산관리를 해주고, 아프면 의료비나 생활비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유명한 의사를 소개해주는 서비스도 결합됐으며 사후에는 유산 처리도 해준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5일 ‘사전증여신탁’을 내놨다. 공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해 금전을 증여하고, 이를 장기투자해 자녀의 재산 기반을 마련해주는 상품이다. 부모가 투자해 목돈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보다 일찌감치 증여를 한 후 자녀 이름으로 돈을 굴려 돈을 불리는 것이 세제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활용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28일 자유적립식 신탁상품 'IBK안심상조신탁'을 출시했다. 5만원부터 500만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는 적립식 신탁상품으로 본인 사망 때 지정된 상조회사 서비스를 할인된 가격에 제공한다. 상조금을 은행에서 보관‧운용하고 언제든 중도해지 수수료 없이 해지할 수 있다.

비대면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0일부터 주가연계신탁(ELT)과 인덱스 및 2차전지ㆍ바이오ㆍ헬스케어 등의 상장지수펀드(ETF) 26종 상품에 대해 영상통화를 활용한 비대면 신탁 신규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뱅킹 어플리케이션(앱) 쏠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앞서 국민은행도 올해 5월 업계 최초로 영상통화를 활용한 비대면 신탁 서비스를 내놓은 바 있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탁은 고령화 시대와 저금리에 맞물려 개인 고객은 물론이고 기업 고객도 많이 찾고 있다”며 “자산관리 수요가 증가하고 다양한 형태의 신탁 상품이 등장하는 만큼 시장의 성장 기대감은 여전히 크다”고 설명했다.

전망

신탁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도 신탁은 크게 성장했다.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신탁 금융상품을 이용한 노후설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신탁시장의 수탁고는 1263조엔이다. 우리 돈으로 1경원이 넘는다.

2009년 이후 연평균 4.2%씩 성장하며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2배에 달했다. 우리 금융사 전체 신탁 수탁액은 약 969조원으로 GDP의 50%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성장 기회는 여전하다.

금융당국도 이를 지원하기 위해 신탁업 제도 개선을 준비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8월 고령자의 안정적 노후생활에 기여하는 신탁 형태의 금융상품을 개발·공급한다는 내용을 담은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내놨다.

고령자의 인지 상태가 양호할 때 효과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하도록 수탁재산 범위를 확대하고 후견지원신탁(치매신탁)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도 다양한 신탁 상품 공급을 통해 고령 사회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정희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빠른 고령화 속도와 치매인구의 급속한 증가에 대응해 금융업계는 다양한 신탁상품 공급으로 고령자의 노후생활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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