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금융지주, 연말 배당 앞두고 ‘고심’…금융당국 ‘배당 자제’ 권고에 주주가치 훼손 등 우려
[이지 돋보기] 금융지주, 연말 배당 앞두고 ‘고심’…금융당국 ‘배당 자제’ 권고에 주주가치 훼손 등 우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12.1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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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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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금융지주사들이 연말 배당을 앞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배당을 줄이고 현금을 넉넉히 쌓아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라는 의도다.

반면 금융지주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방침이 주가 하락 등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코로나19 위기극복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은행지주회사의 배당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불확실성이 다시 커진 만큼 실물부문 자금공급을 담당하는 금융지주의 배당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감원은 은행권과 배당 축소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윤석현 금감원장은 이달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 같은 것을 해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지 점검하고, 그에 따라 은행권과 협조해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안을 찾으려 한다"고 전했다.

윤 원장의 발언은 한시적으로 배당 성향을 낮췄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면 다시 배당을 늘리거나, 스트레스 테스트를 바탕으로 추가 배당 관련 지침을 내리는 방안 등 다양하게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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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

금융지주 소속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방침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올 한해 중간배당 최소화, 분기배당 도입 또는 배당 확대 자제 등 금융당국의 권고를 이미 따랐는데, 연말 배당까지 제동이 걸리면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금융지주들은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견실한 실적을 기록했다.

4대(KB‧신한·우리‧하나금융) 금융지주사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3조5512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2439억원) 대비 9.4% 늘었다.

코로나19 위기에 대비해 충당금도 충분히 쌓은 데다 실적도 우수한 상황에서 배당을 축소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

만약 배당을 줄일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은행주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럴 경우 주가 하락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배당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행주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KB금융지주 주가는 이달 8일 기준 전날(4만7200원) 대비 2.75%(1300원) 떨어진 4만5900원을 기록했다. 신한지주는 0.73%(250원) 3만3800원, 우리금융은 1%(100원) 내린 9950원, 하나금융 역시 1.84%(650원) 떨어진 3만4750원을 나타냈다.

건전성부문에서도 배당 여력은 충분한 상태다.

금감원이 발표한 '2020년 9월말 기준 은행지주회사의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 기본자본비율, 보통주자본비율 및 단순기본자본비율은 각각 14.72%, 13.30%, 12.09%, 5.66%로 규제 비율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의 배당이 법적으로 제한되는 경우는 BIS 기준 규제비율보다 낮거나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는 경우다. BIS 총자본비율은 10.5%, 기본자본비율 8.5%, 보통주 자본비율 7.0%가 규제 하한인데 금융지주들은 이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실적이 나쁘거나 건전성이 악화됐다면 모르겠지만 둘 다 양호한 만큼, 주식회사로서 주가 방어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라도 배당 축소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국내 금융주들은 주가 변동이 크지 않아 배당주라는 인식이 투자자들에게 널리 퍼져있는 만큼 배당에 문제가 있을 경우, 투자가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배당 축소나 중단 보다는 예년 수준의 배당 성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올 7월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2000억원 넘게 더 쌓았음에도 이익이 증가하자, 금감원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같은 수준(5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권이 감독당국의 권고와 코로나19 추가 충당금 적립 등에 따라 상당규모의 이익 유보 등에 나섰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적어도 배당성향 유지 정도는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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