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260조’ 기술금융, 양적 성장 이뤘지만 질적 성장은?
[이지 돋보기] ‘260조’ 기술금융, 양적 성장 이뤘지만 질적 성장은?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1.01.1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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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뉴시스
사진=픽사베이, 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기술신용대출’의 규모가 지난해 26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인 성장은 충분히 이뤄냈다는 평가다. 다만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로 인한 성적표라고 볼 수는 없다. 국책은행이 실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데다가, 민간은행의 참여를 독려하고자 실적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등 정부 주도적인 성격이 강했던 탓이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가 늘고 정부의 각종 금융지원이 더해지면서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올해부터는 대출규정을 전반적으로 강화한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이 시행된다. 이에 향후 은행권이 기술금융의 질적 성장을 이뤄낼지 여부가 주목된다.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누적 기준 국내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64조5911억원이다. 관련 자료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4년 7월 잔액이 2000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전년 말(205조4834억원) 비교하면 10개월 만에 28.8%(59조1077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건수 역시 48만9084건에서 66만6648건으로 36.3%(17만7564건) 늘었다.

기술금융은 우수한 기술은 갖고 있지만 자본이 부족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등에 기술력을 담보도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일반적인 기업대출과는 달리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에 대한 평가 비중이 높다. 여기에 우대금리 제공과 대출한도를 높여줌으로써 원활한 자금조달을 돕는다. 때문에 창업·초기 기업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같은 특성을 바탕으로 기술금융의 실적은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 3월 처음으로 잔액이 100조원을 돌파한 뒤 2019년 10월 200조원에 도달하기까지 2년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성장이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은행별 기술금융대출 잔액을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81조3256억원으로 압도적 선두다. 이어 KB국민은행(38조8743억원), 신한은행(36조1212억원), 우리은행(33조4404억원), 하나은행(31조91억원) 등의 순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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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입

문제는 이같은 기술금융의 성장이 민간 은행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주기적인 실적 공개와 더불어 평가를 통해 순위 및 등급을 매기고 인센티브나 불이익을 주는 등 적극 개입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매년 상‧하반기 기술금융 평가를 실시해 대형은행과 소형은행 등 은행그룹별로 나눠 순위를 나누고 있다.

우수 성적을 받은 은행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출연하는 금액을 감액 받는 인센티브를 얻는다. 반대로 하위 3개 은행은 가산된 출연금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모든 은행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매달 대출 잔액과 건수 등의 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즉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은행 줄 세우기를 실시함으로써 경쟁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에서는 금융당국의 눈치 탓에 실적 압박을 받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에 경우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내 경기침체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성장세가 확대된 일시적인 요인도 있다.

때문에 기술금융의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져왔다.

이에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올해부터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운영할 방침이다. 기술금융 대상 업종의 기술력 평가 항목을 세분화하고, 은행과 기술신용평가사들이 기술등급을 줄 때 현장실사를 의무화하는 등 전반적으로 선별과정을 강화한다.

급속도로 규모가 커진 기술금융의 무분별한 대출을 막고, 편법 대출 등 부적절한 대출사례나 대출평가 조작사례를 줄여 질적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복안이다.

대출 위주의 현재의 모습에서 벗어나 투자 중심의 기술금융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출 중심의 성장은 지속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반면 투자로 지원 방식을 바꾸게 되면 은행권은 우수 기업을 찾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기술 심사 인력을 투입하고, 우수기술 선별 역량을 강화하는 등 질적인 개선을 이뤄야 한다. 이는 기술금융의 장기적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송재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술금융 지원 목적은 우수 기술 보유 기업에 자금이 공급되고 국제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지속적으로 출현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기술금융이 정부 주도의 양적 지원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향후에는 금융회사 등 민간 주도 기술금융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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