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코로나19 1년 현장은③…금융·증권
[이지 돋보기] 코로나19 1년 현장은③…금융·증권
  • 양지훈 기자
  • 승인 2021.02.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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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 ‘빅4’ 순익 11조원 달성…KB·신한·하나 ‘늘고’ 우리 ‘줄고’
투자자예탁금 66조원, 119%↑, 거래대금은 6조원 211%↑

[이지경제=양지훈 기자, 문룡식 기자] #. 이지 돋보기
금융권은 지난해 초 불거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 ‘위기’에서 ‘기회’를 찾았다.

[글 싣는 순서]
① 코로나19 1년 현장은…유통
② 코로나19 1년 현장은…IT·전자·통신
③ 코로나19 1년 현장은…금융·증권
④ 코로나19 1년 현장은…자동차

지난해 금융그룹 ‘빅4’는 당기순이익 11조원을 달성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신한, 국민, 하나, 우리금융그룹의 기업이미지. 사진=양지훈 기자, 문룡식 기자
지난해 금융그룹 ‘빅4’는 당기순이익 11조원을 달성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신한, 국민, 하나, 우리금융그룹의 기업이미지. 사진=양지훈 기자, 문룡식 기자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한 지난 1년은 금융권에게 있어 ‘위기 속에 기회’였다.

전염병의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실물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부동산과 주식 시장은 이례적으로 돈이 몰려 호황을 이루면서 금융권도 특수를 톡톡히 누린 것이다.

금융권은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코로나 정국을 극복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를 위한 행보를 착실히 밟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빅4(KB, 신한, 하나, 우리)’ 금융그룹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0조9035억원이다.

이는 전년(10조9791억원)보다 0.7% 줄어든 규모지만, 대부분 제조 기업의 실적이 크게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탁월한 실적이다.

이중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3개 금융지주는 전년대비 실적이 늘었다.

실제 KB금융은 전년대비 4.3% 늘어난 3조455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신한금융도 0.3% 불어난 3조4146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2조6372억원으로 전년보다 10.3% 급증했다.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우리금융은 계열사 부족으로 지난해 실적이 감소했다. 우리금융의 계열사 확충계획안. 사진=양지훈 기자, 문룡식 기자
우리금융은 계열사 부족으로 지난해 실적이 감소했다. 우리금융의 계열사 확충계획안. 사진=양지훈 기자, 문룡식 기자

우리금융은 같은 기간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25.4% 감소한 1조3965억원을 달성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계열사가 부족한 점을 고려하면 우리금융 역시 코로나19 정국에서 선방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난해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내수는 깊은 침체에 빠졌다. 경제성장률이 1997년 외환위기(IMF)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했고, 기업은 대기업과 중소‧중견 등을 가리지 않고 경영실적 급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금융권의 호실적은 유가증권 시장의 활황과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급증이 주도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증시자금 추이를 통해 지난해 말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65조5227억원으로 연초(29조8599억원)보다 119.43%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5조7637억원에서 17조9289억원으로 12조1652억원(211.06%)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3월19일 연중 최저치(1457.64)를 기록한 코스피지수는 개인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어 V자 곡선을 그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말 2873.47로 장을 마감한 후 올해 들어 3000~3200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증시 호황으로 금융지주에서는 계열 증권사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정국에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뿐만이 아니라 증권업계 전체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누렸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양지훈 기자, 문룡식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정국에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뿐만이 아니라 증권업계 전체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누렸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양지훈 기자, 문룡식 기자

KB증권은 지난해 578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대비 60.6% 증가한 규모다. 하나금융투자의 영업이익도 37.7% 급증한 48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정국에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뿐만이 아니라 증권업계 전체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누린 셈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증권업계 최초로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원 시대(1조1047억원, 전년대비 51.8%↑)를 열었다. 같은 기간 메리츠증권(8280억원, 21.8%↑), NH투자증권(7873억원, 36.8%↑), 삼성증권(6793억원, 31.2%↑) 등도 20%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청약 증거금 기록이 2번이나 경신되는 등 공모주 청약 열풍도 거셌다.

투자 정보 컨설팅 업체인 IR큐더스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은 76개사, 공모금액은 5조7888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공모 규모는 전년대비 51.9% 급증했다.

공모 규모 1000억원 이상인 ‘대어급’ 기업이 8개사였으며, 이 가운데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은 공모주 청약 증거금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은 76개사, 공모금액은 5조7888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모 규모는 전년대비 51.9% 급증한 것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진=양지훈 기자, 문룡식 기자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은 76개사, 공모금액은 5조7888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모 규모는 전년대비 51.9% 급증한 것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진=양지훈 기자, 문룡식 기자

지난해 6월 SK바이오팜 공모주 일반 청약에는 30조9889억원의 증거금이 모여 2014년 제일모직이 세운 기록(30조649억원)을 경신했다. 9월에는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일반 청약에 58조5543억원이 몰리며 SK바이오팜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공모 청약 신청금 가운데 80% 이상은 증권사 계좌에 고스란히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대형 공모주 청약을 주관했던 증권사들은 청약 참여자들의 꾸준한 투자를 유도했다.

금융지주 계열사의 맏형인 은행 역시 증시 활황으로 불붙은 ‘빚투(빚내서 투자)’와 부동산 가격 급등이 불러온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내 집 마련)’ 열풍으로 대출 수요가 증가한 덕에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가계뿐만이 아니라 기업 대출도 급증했다. 실제 지난해 연간 은행권 대출 증가폭은 207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1.8% 증가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그룹들이 호실적을 이뤄내기까지의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만큼 금융그룹들의 성적도 악화되리라는 게 당초 시장의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은행 이익의 중심이 이자 마진 축소가 불가피한 만큼 금융그룹 전반의 수익성도 나빠질 것이라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2019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계속 낮췄다. 이전 연 1.75%였던 기준금리는 2019년 7월 1.50%로 인하됐고, 같은 해 10월에는 1.25%로 떨어졌다. 서울 중구 한은. 사진=이지훈 기자, 문룡식 기자
한국은행은 2019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계속 낮췄다. 이전 연 1.75%였던 기준금리는 2019년 7월 1.50%로 인하됐고, 같은 해 10월에는 1.25%로 떨어졌다. 서울 중구 한은. 사진=양지훈 기자, 문룡식 기자

한국은행은 2019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계속 낮췄다. 이전 연 1.75%였던 기준금리는 2019년 7월 1.50%로 인하됐고, 같은 해 10월에는 1.25%로 떨어졌다.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 확산되자 한은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 컷’을 단행했다. 이어 5월에도 0.25%포인트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까지 한은은 기준금리를 0.50%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제로금리 시대를 연 것이다.

이를 감안해 금융그룹들은 향후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았으며, 이들 빅4가 지난해 적립한 충당금은 3조894억원으로 전년대비 1조2052억원이 늘었다. 충당금은 손실 흡수 능력을 높여주지만 과도할 경우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반면, 지난해 대규모로 불거진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는 금융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는 원금이 사라져 환매 중단을 선언했고, 이를 판매한 은행 등에도 불똥이 튀었다. 판매사가 운용사의 현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취약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펀드 판매가 급격이 줄면서 비이자부문 수익이 위축됐고, 금융당국의 조치에 따라 부실 책임에 따른 배상금도 물어야 하는 등 악재가 뒤따랐다.

지난해 은행권은 증권 계열사의 선전으로 은행 계열사의 실적 저조를 만회했다. 시중은행의 한 대출 창구, 사진=양지훈 기자, 문룡식 기자
지난해 은행권은 증권 계열사의 선전으로 은행 계열사의 실적 저조를 만회했다. 시중은행의 한 대출 창구. 사진=양지훈 기자, 문룡식 기자

현재 금융그룹의 관심은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다.

금융그룹이 그동안 꾸준히 추진하던 디지털 전환(DT)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기존에는 없던 분야에까지 디지털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이 적용되는 등 영역과 혁신성이 한층 확대됐다는 평가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가 금융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항에서, 금융그룹이 코로나19 기간 일군 디지털 혁신은 향후 경쟁력을 가를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은행연합회 한 관계자는 “금융권은 코로나19 창궐로 종전 재무지표 개선에만 몰두하던 과거의 행보와는 달리,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 방식을 추구하게 됐다”며 “실제 국내 주요 금융룹들은 지난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화두로 삼고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ESG는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뜻한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기업이 이익만 취하기보다는 환경과 사회, 모든 이해관계자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며 “코로나19를 다같이 극복하고 감염병 이후 시대에 닥쳐올 위기에서도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금융의 역할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지훈 기자 humannature8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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