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분석] 한국타이어, 제2 금호아시아나 되나?
[집중 분석] 한국타이어, 제2 금호아시아나 되나?
  • 정수남 기자
  • 승인 2021.04.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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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회장 보유 주식, 차남 현범 사장에 전량 매각…최대주주 변경
장남 현식 부회장 “부회장서 물러날터”…국민연금 등, 주총서 장남 편
“능력 있는 자녀에 경영권 승계 추세”…사측 “최대 주주 변경이 팩트”
한국타이어그룹 (왼쪽부터)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의 경영권 다툼이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정수남 기자,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그룹 (왼쪽부터)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의 경영권 다툼이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정수남 기자, 한국타이어

[이지경제=정수남 기자] 3세 경영에 들어간 한국타이어그룹(한국앤컴퍼니)이 흔들리고 있다. 2010년대 후반 들어 실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데다, 최근에는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다시 발생해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조양래(83) 회장은 2018년 장남 현식(51) 씨를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에, 차남 현범(49) 씨를 주력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사장으로 각각 임명하면서 가업 승계를 본격화했다.

그러다 조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앤컴퍼니의 주식 2194만26932주(지분율 23.59%) 전량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차남 현범 사장에게 지난해 6월 26일 모두 매각했다.

이로 인해 4남매의 지분율은 현범 42.90%(3990만1871주), 현식 19.32%(1797만4870주), 희원 10.82%(1006만8989주), 희경 0.83%(76만9583주) 등으로 현범 사장이 최대 주주로 자리했다.

당시 현범 사장은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앞둔 상태였으며, 이로 인해 한국타이어 사장에서 물러나면서 가업 승계가 현식 부회장으로 기울었다.

다만, 조 회장이 블록딜로 현범 사장에게 가업 승계의 무게 중심을 뒀다는 게 재계 설명이다.

조양래 회장 보유지분 23%, 현범 사장에게 블록딜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해 11월 20일 원고와 피고의 항소심을 모두 기각하면서 현범 사장은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반면, 같은 달 26일 한국앤컴퍼니 이사회는 현식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체에서 현식과 현범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의결했다.

당시 현식 부회장은 한국앤컴퍼니의 보통주 132만5090주를 이달 19일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매각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현식 부회장의 지분율은 17,90%(1664만9786주)로 하락하게 된다.

경영권 승계에서 멀어진 현식 부회장의 자포자기인 셈이다. 이에 따라 그는 올해 2월 대표이사 부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도 천명했다.

이를 감안해 한국앤컴퍼니 주식회사 이사회는 종전 현식 의장 대신 현범 의장을 이달 1일 임명했다.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일단락되는 분위기였지만, 지난달 30일 열린 한국타이어그룹 주주총회에서 현식 부회장이 불씨를 살렸다.

이날 주총에서 현식 부회장 측이 제안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가 사내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현범 사장과 한국앤컴퍼니 이사회는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를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다.

조현식 부회장이 국민연금과 개미 투자자의 힘을 빌어 경영권 승계 싸움에 재도전한다. 서울 역삼동 한국타이어 사옥. 사진=정수남 기자
조현식 부회장이 국민연금과 개미 투자자의 힘을 빌어 경영권 승계 싸움에 재도전한다. 서울 역삼동 한국타이어 사옥. 사진=정수남 기자

올해부터 기업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보유 지분이 많더라도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의결권을 3%로 제한받게 되면서 현식 부회장이 승기를 잡았다는 게 증권가 진단이다.

국내 증권가 큰 손인 국민연금이 현식 부회장이 제안한 이 교수 선임에 찬성의사를 밝히면서 소액주주 역시 현식 부회장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22.61%,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7.74%다.

이를 감안할 경우 현식 부회장이 19일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것을 보인다. 현식 부회장의 지분과 이들 우호 지분을 합하면 지분율 49.67%로, 현범 사장의 지분율을 6.77%포인트 앞서게 되기 때문이다.

30일 오전 열린 한국타이어 주총에서는 현범 사장이 우세했다. 현범 사장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이미라 제너럴일렉트릭(GE) 한국 인사 총괄이 선임돼서다.

이로 인해 재계 38위인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2000년대 초 현대그룹에 이어 2010년대 초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형제이 난’이 재현될 것이라는 게 재계 우려다.

한국타이어, 경영권다툼 지속 전망…왕자의 난 재현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현대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 현대그룹, 현대산업개발 등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유화학그룹과 금호아시나아그룹으로 각각 분리됐다. 이중 현대자동차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을 제외하고, 모두 기업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이중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영권 다툼으로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을 이끌고 분가하면서 그룹의 세가 크게 축소됐다. 여기에 박삼구 전  회장이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위기를 불렀다. 자산 14조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이 대항한공의 품으로 안기게 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계 순위가 60위권 밖으로 밀리게 된다. 금호는 지난해 말 현재 27개 계열사를 둔, 자산 17조6000억원으로 재계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현식 부회장은 일처리가 깔끔하지 않고, 산만해 조 회장 눈 밖에 났다”며 “종전 국내 재벌기업들이 장남에게 가업을 물렸지만, 최근에는 능력 있는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추세”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식 부회장과 현범 사장의 경영능력 검증이 더 필요하다.

현식 부회장은 취임 해인 2018년 전년보다 6%(122억원) 증가한 211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이듬해 1709억원, 지난해 1565억원으로 3년 전보다 26%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현식 부회장도 비슷하다.

현식 부회장과 현범 사장은 취임 후 경영 능력의 지표인 영업이익이 꾸준히 줄었다. 한국타이어 초고성능 타이어. 사진=정수남 기자
현식 부회장과 현범 사장은 취임 후 경영 능력의 지표인 영업이익이 꾸준히 줄었다. 한국타이어 초고성능 타이어. 사진=정수남 기자

한국타이어 사장에 오른 2018년 702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7939억원)보다 11.5% 급감하더니, 이듬해에는 544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628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보다 15.5% 늘었지만, 현범 사장의 실적이 아니다. 현범 사장이 지난해 법정에 서면서 공동대표인 이수일 사장이 한국타이어 경영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현식 부회장과 현범 사장이 흑자를 냈지만, 영업이익이 경영능력의 지표인 만큼 경영 수업이 더 필요하다는 게 재계 판단이다.

현식 부회장과 현범 사장은 각각 1997년, 1998년 입사해 2002년과 2004년 각각 상무를 달면서 경영에 참여했다. 두 사람의 경영 참여 기간이 각각 18년과 16년으로 상대적으로 짧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가 현범 사장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본지 질문에 “지난해 12월 22일 최대 주주 변경을 공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 회장이 현범 사장을 후계자로 낙점한 것 아니냐’는 본지 질문에도 “최대 주주 변경이 팩트”라고 일축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타이어그룹은 전년보다 5계단 하락한 재계 38위에 올랐으며, 소속 회사 수는 1곳이 감소한 24곳, 자산액은 1000억원이 줄어든 9조4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정수남 기자 perec@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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