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세 유지시, 올 연말 휘발유 1천900원·경우 1천700원 돌파 가능
“기름값에 포함된 세금 내려야”…휘발유·경유 값서 61%·48% 세금
[이지경제=정수남 기자] 국내 유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국제 유가가 올랐기 때문이지만,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유가 안정 등 실효성 있는 경제 정책을 내지 못한 점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9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8일 전국 주유소 평균 유가는 리터(ℓ)당 휘발유가 1535원, 경유가 1333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로써 국내 유가는 지난해 11월 18일부터 142일 연속 오르게 됐으며, 이 기간 휘발유는 16.6%(218원), 경유는 19.3%(216원) 각각 올랐다.
세계에 코로나19가 여전히 창궐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과 기저 효과 등으로 올해 세계 경제가 다소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서다.
이에 따라 국내 유가에 각각 2주와 4주의 시간을 두고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과 싱가폴 현물 가격은 지난해 11월 2일부터 소폭 등락을 보이면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제 7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61달러로 지난해 11월 초(36달러)보다 69.4% 올랐다. 같은 기간 싱가폴 시장에서 배럴당 휘발유와 경유는 79.5%(39달러→70달러), 73.7%(38달러→66달러) 각각 급등했다.
이 같은 추세를 지속할 경우 올 연말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가 111달러, 싱가폴 유가는 각각 145달로러, 109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이던 2012년 두바이유는 124달러(3월 4일), 싱가폴 시장에서 휘발유 가격이 138달러(4월4일) 경유가격이 140달러(3월 27일)와 큰 차이가 없다.
이를 감안할 경우 국내 유가도 꾸준 오를 전망이다.
국제 유가 상승분과 1분기 국내 유가 상승 폭 등을 반영하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2분기말 1652원, 3분기말 1779원, 올해말 1915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은 각각 1448원, 1574원, 1710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종전 사상 최고이던 2012년 국내 유가 평균인 휘발유 1986원, 경유 1806원과 비슷하다.
현재 정부에 유가 안정책이 없다는 이 같은 가격 전망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 측은 “유가 안정을 위해 알뜰주유소 확산 등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국내외 유가가 오르기 시작한 2011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정유 4사에 한시적으로 기름값 100원 인하를 요구했으며, 알뜰주유소 확대와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실시 등 다양한 유가 안정책을 펼쳤다.
당시 정부는 대형마트에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유소 설치를 추진했지만, 주유업계 반발로 무산됐다.
경기도 성남시 성남대로 복정동 구간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형태(49, 남) 사장은 “올해 국내외 유가는 꾸준히 오르겠지만, 2012년 수준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서는 기름값에 포함된 세금을 내리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2019년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 ℓ당 휘발유에 893원, 경유에 885원의 세금이 매겨졌다. 같은 해 평균 휘발유 가격이 1472원, 경유가 1392원 인점을 고려하면 유가에 각각 61%, 48%가 세금이다. 정부는 1년 세수의 20% 정도를 자동차를 통해서 걷고 있다.
정수남 기자 perec@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