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쌍용차 ‘5전 5기’ 이번에도 회생 가능할까?…“답 없다”
[특집] 쌍용차 ‘5전 5기’ 이번에도 회생 가능할까?…“답 없다”
  • 정수남 기자
  • 승인 2021.05.10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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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환 자동차제작소 모태, 67년 역사…4번손바뀜 겪어
마힌드라 최대주주 지위 포기 선언…5번째 주인 찾아야
882억원 자본자식…평택공장 자산재평가, 자본잠식 탈피
노사민정, 쌍용차 정상화 위해 주력…범시민운동 발족 등
“군살빼고 고정비용 줄여야…노조, 직원 조정 결사 반대”

쌍용자동차는 1954년 1월 출범한 ‘하동환 자동차제작소’를 모태로 한다. 당시 24세의 청년 하동환은 6.25 전쟁 직후 미국군이 남기고 간 미군 트럭에서 엔진과 변속기 등을 떼어내고 드럼통을 펴서 버스를 만들었다. 1960년대 서울 시내버스의 70%가 ‘메이드 인 하동환 자동차제작소’였다.
하동환 자동차제작소가 현재 슈퍼카 브랜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탈리아의 람보르기니와 태생이 비슷한 셈이다. 람보르기니 역시 세계 2차대전 이후인 1963년부터 군수 물자를 모아 트렉터를 만들면서 시작했다.
하동환 자동차제작소는 람보르기니 발족 직전인 1962년 하동환자동차공업 주식회사로 법인 전환한 이후 1966년 동남아시아 브루나이에 자체 제작한 버스를 수출했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1976년 5대의 포니를 에콰도르에 수출한 것보다 10년이 빠르다. 하동환 버스는 이듬해 베트남에도 수출되면서 월남전체 참전한 국군을 수송했고, 이후 리비아에도 선보였다.
1974년 지프차량 개발에 이어 소방차 등 특수자동차로 라인업을 넓힌 하동환자동차공업은 1977년 동아자동차(주)로 사명을 바꾼다. 동아자동차는 1984년 코란도를 출시한 거화를 인수해 코란도를 만들어 일본에 수출했다. 쌍용차가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로 불리는 이유이다.
동아자동차는 당시 트랙터와 고속버스 등을 생산하며 고속 성장을 지속했지만, 군부가 쌍용차의 발목을 잡았다.

쌍용차는 1954년 1월 출범한 ‘하동환 자동차제작소’를 모태로 한다. 그동안 자의반 타의반으로 4번 주인이 바뀌었다. 쌍용차 평택 본사와 공장 정문. 사진=쌍용차
쌍용차는 1954년 1월 출범한 ‘하동환 자동차제작소’를 모태로 한다. 그동안 자의반 타의반으로 4번 주인이 바뀌었다. 쌍용차 평택 본사와 공장 정문. 사진=쌍용차

하동환 회장은 무차입 경영을 고수했지만, 차량 연구개발에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맞자 자동차 사업에 관심이 많고 투자 여력이 큰 쌍용그룹에 1986년 회사를 매각했다. 당시 전두환 군부가 자동차산업 합리화 조치를 단행하자, 하동환 회장이 매각을 결정했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1970년대 박정희 군부의 자동차산업 강제 조정에 이은 두번째 강제 조정이다.
쌍용그룹은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린 1988년 쌍용자동차의 출범을 알렸다.
1997년 외환위기(IMF) 직후 정부는 자동차업계에 구조조정이라는 입김을 다시 한번 불었다.
1998년 1월 대우그룹은 쌍용차를 정부의 강압으로 인수했다. 쌍용차의 두번째 손바뀜이다.
다만, 1999년 8월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쌍용차의 경영권은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2004년 10월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의 세번째 주인이 됐지만, 쌍용차의 우수한 SUV 기술만 쏙 빼가고 상하이차는 2009년 말 한국에서 철수했다.
정부는 기업회생계획안 강제인가 결정에 이어 쌍용차에 대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10년 11월 인도의 마힌드라 &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네번째 주인이 됐다.
마힌드라 인수 이후에도 쌍용차는 적자를 지속했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고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를 감안해 마힌드라는 쌍용차 최대 주주의 지위를 내려놓는다고 발표했다.

쌍용차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서울남부서비스센터를 매각하고, 최근 평택 공장 부지에 대한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자본 잠식을 극복했다. 쌍용차 평택 공장 전경. 사진=정수남 기자
쌍용차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서울남부서비스센터를 매각하고, 최근 평택 공장 부지에 대한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자본 잠식을 극복했다. 쌍용차 평택 공장 전경. 사진=정수남 기자

[이지경제=정수남 기자] 풍전등화(風前燈火).

‘바람 앞에 놓인 촛불’, 현재 쌍용차에 가장 적합한 말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지난달 중순 내렸다.

법원은 쌍용차가 지난해 12월 하순 회생절차 개시신청과 함께 신청한 ‘자율 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받아들여 올해 2월 28일까지 회생절차 개시를 보류한 바 있다.

현재 쌍용차는 기업계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쌍용차가 파산을 면하기 위해서는 새 주인을 찾아 회생계획안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쌍용는 최근 서울회생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점을 고려해 ‘회생계획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키로 했으며, M&A의 조속한 마무리를 통해 회생 절차 조기 종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인 HAAH오토모티브 등 6∼7개 업체가 쌍용차 인수에 긍정적이다.

이중 HAAH오토모티브는 P플랜(법원이 빚을 줄여 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조정)을 통해 2800억원을 쌍용차에 투입하고, 산업은행에 이에 상응하는 지원을 요구했다.

HAAH오토모티브는 자사가 투입한 자금을 신차 개발 등에 사용하고, 산업은행이 내놓은 자금을 회사 운영에 사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산업은행은 회생계획안 등을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 등 6∼7개 업체가 쌍용차 인수에 긍정적이다. 쌍용차 평택 공장 생산 라인. 사진=쌍용차
현재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 등 6∼7개 업체가 쌍용차 인수에 긍정적이다. 쌍용차 평택 공장 생산 라인. 사진=쌍용차

산업은행 관계자는 “M&A를 전제로 한 회생계획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HAAH오토모티브 등이 산업은행에 지원하라고 할 수 없다. 종전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쌍용차와 잠재투자자 간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수의 인수 의향자가 있는 제반 여건을 고려해 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할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가 당초 P-플랜에서 ‘인가 전 M&A’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추진 시기만 다를 뿐 회생절차 개시를 전제로 M&A를 추진해 회생절차의 조기 종결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이 관계자 설명이다.

쌍용차는 서울회생법원과 협의해 조속히 M&A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M&A 완료를 통해 회생 절차의 조기 종결을 추진할 방침이다.

법원이 선임한 정용원 관리인은 “채권자의 권리보호와 회사의 회생, 회생절차개시 결정에 따른 고객불안 해소 등에 최선을 달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쌍용차는 자본잠식을 극복하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중반 서울 구로에 있는 서울서비스센터를 18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자산매각을 지속한다.

지난해 말 현재 쌍용차의 자산은 1조7686억원, 부채는 1조8568억원으로, 882억원의 자본잠식 상태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경기도 평택공장 외 165개 필지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최근 진행했다.

쌍용차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상품성 개선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전기차 출시에도 주력한다. 티볼리 선적 장면. 사진=쌍용차
쌍용차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상품성 개선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전기차 출시에도 주력한다. 티볼리 선적 장면. 사진=쌍용차

이번 자산재평가로 쌍용차의 자본은 1907억으로 자본잠식을 벗어나게 됐지만, 쌍용차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휴 자산을 지속적으로 매각할 예정이다.

이를 감안해 한국거래소는 쌍용차의 상장폐지와 관련해 우선 개선 기간을 부여키로 지난달 중순 결정했다.

쌍용차는 올해 사업연도에 대한 감사보고서 제출일(2022년 2월 15일)까지 상장을 유지하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쌍용차의 주식 거래를 지난해 12월 하순 중지했다.

쌍용차 감사인 삼정회계법인은 2020년 재무재표 감사와 관련, “완전자본잠식과 회생절차 개시 등에 따라 계속기업으로서의 그 존속능력이 의심스럽다”며 감사의견을 거부했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쌍용차의 최근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이 부정적이거나 의견 거절인 경우 상장을 폐지 할 수 있다”면서도 “쌍용차의 이의 신청이 있어 개선기간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의 주당 주가는 지난해 3월 20일 1100원으로 장을 마쳤으며, 같은 해 9월 18일 6200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12월 21일 종가 2717원에서 쌍용차 주식거래가 중간됐다.

아울러 쌍용차는 체중도 줄이고, 임직원 임금 반납과 복지후생 등을 축소하는 등 고강도 경영쇄신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는 우선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기존 ‘9본부 33담당 139팀’을 7본부 25담당 109팀으로 재편했다. 상근 임원 역시 26명에서 16명으로 줄였다.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운동본부가 최근 발족했다. 사진=쌍용차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운동본부가 최근 발족했다. 사진=쌍용차

쌍용차는 상근 임원 급여를 현재 2019년보다 20% 삭감 지급하고 있지만, 임원 급여의 추가 삭감을 다행했다.

쌍용차 임직원은 여기에 2019년 말부터 20여개 항목의 복리후생 중단과 임금 20% 삭감 등을 통해 매년 1200억 상당의 비용을 줄이고 있다.

정용원 관리인은 “회생계획의 철저한 이행과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한 내부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임원진의 고통 분담이 쌍용차의 모든 직원들에게 경영정상화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사를 필두로 지역민과 정치권도 쌍용차 회생에 팔을 걷었다.

평택 시민단체들은 쌍용차 경영정상화를 위해 ‘범시민 운동본부’ 지난달 만들었다.

평택상공회의소, 평택시 발전협의회, 바르게살기운동 평택시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평택시지회, 평택 YMCA, 주민자치협의회, 평택시새마을회 등 평택 지역 30개 시민단체 대표는 ‘쌍용차 조기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 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지역사회와 연대해 쌍용차 정상화를 응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범시민 운동본부는 이달 평택역, 지제역, 송탄역, 안중터미널 등 평택 지역 곳곳에서 쌍용차를 응원하는 시민캠페인을 전개했다. 범시민 운동본부는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서울회생법원,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은행에 제출하는 등 쌍용차가 성공적으로 회생절차를 종결하는데 힘을 보탠다.

평택시민들이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응원 캠페인과 함께 대국민 서명을 최근 받았다. 사진=쌍용차
평택시민들이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응원 캠페인과 함께 대국민 서명을 최근 받았다. 사진=쌍용차

이외에도 평택민생실천위원회, 민주당평택시평당원협의회, 한국우리사주조합총연합회, 평택대학교 총동문회 등 평택 지역사회 시민들도 평택역 앞에서 쌍용차 응원캠페인을 펼쳤다.

범시민운동본부는 “쌍용차는 평택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지역경제 발전과 지역사회 인재육성에 이바지했다”며 “쌍용차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지역사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쌍용차를 응원해 감사하고 송구스럽다”며 “지역사회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사가 힘을 합쳐 회사의 생존과 고용안정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 경영정상화를 이루고 고객 신뢰 제고를 위해 전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사민정 협력회의가 출범하고,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뿐만이 아니라 지역경제 안정화도 추진한다.

이번 협력회의는 유의동 국회의원(경기 평택시을), 홍기원 국회의원(경기 평택시갑), 정장선 평택시장, 홍선의 평택시의회 의장, 김재균 경기도 의원, 정도영 경기도 경제기획관, 정용원 관리인과 정일권 노조위원장 등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이번 협력회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대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쌍용차 팔아주기 운동, 쌍용차와 협력업체 자금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지원 활동을 추진한다.

평택시 역시 쌍용차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통령, 국무총리, 산업은행 등에 건의문과 탄원서 등을 제출하고 있으며, 평택시의회도 행정 지원과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에 힘을 보탠다.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노사민정 회의 장면. 사진=쌍용차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노사민정 회의 장면. 사진=쌍용차

김필수 교수(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김필수자동차연수소장)는 ‘쌍용차가 5번째 주인을 찾을 수 있겠냐’는 본지 질문에 “쌍용차 문제는 답이 없다. 1조원을 투입해도 해결이 안된다”며 “쌍용차는 군살을 빼 고정비용을 줄여야 하지만, 노조는 직원 조정을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쌍용차 노조는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며, 총고용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정일권 노조위원장은 “2009년과 같은 대립적 투쟁을 우려하는 국민적 시선이 있다”면서도 “노사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임금과 단채협상을 최근 11년간 무분쟁 도출했다. 상생의 노사문화를 바탕으로, 경영위기 극복하고 고객이 쌍용차를 구매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 정부의 친노동자 정책 역시 쌍용차 노조의 이 같은 주장을 뒤받침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쌍용차라는 폭탄을 차기 정권에 돌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향후 국산차 산업이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쌍용차는 2007년 매츨 3조1193억원, 영업이익 441억원, 순이익 116억원을 각각 달성했지만, 2016년을 제외하고 2008년부터 적자 전환해 지난해 매출 2조9502억원, 영업손실 4494억원 순손실 5043억원으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올렸다.

이 기간 쌍용차 판매는 42.5%(18만6796대→10만7325대) 급감했다.


정수남 기자 perec@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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