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포트, 여의도로 개미 부른다…투자의견 ‘매수’ 일색
증권사 리포트, 여의도로 개미 부른다…투자의견 ‘매수’ 일색
  • 양지훈 기자
  • 승인 2021.06.03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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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 증권사 ‘매도’ 비율 0.1% 불과…매수 91%
전문가 “보고서유료화 등 대안 마련해야” 지적

[이지경제=양지훈 기자]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3000~3200포인트 사이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투자 의견 ‘매수’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국내 유가증권 시장이 미국, 영국 등과는 달리 기관 투자자의 비중이 높지 않고, 애널리스트들이 상장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라서다.

전문가들이 보고서 유료화로 신뢰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31일 현재 국내 증권사 32개사의 투자등급 평균 비율은 매수 91.2%, 중립(보유) 8.7%, 매도 0.1%로 각각 집계됐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3000~3200포인트 사이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투자 의견 ‘매수’를 제시하고 있다. 5월 13일 코스피 종가. 사진=한국거래소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3000~3200포인트 사이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투자 의견 ‘매수’를 제시하고 있다. 5월 13일 코스피 종가. 사진=한국거래소

리포트 1000건 가운데 1건만 ‘매도’를 제시한 것이다.

리딩투자증권, 유화증권, 한양증권 등 3개사는 매수 의견 100%를 기록해 중립이나 매도 의견을 전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고서 유통 채널과 구독층에 매수 일변도의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영국 등 자본시장이 발달한 국가보다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다”며 “미국은 리서치 보고서의 주요 고객이 기관 투자자며, 정확한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리서치 보고서가 100% 유료는 아니지만, 기관 투자자에게 별도로 제공되는 서비스이다 보니 투자자들의 눈치를 볼 요인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애널리스트가 상장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남 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는 대개 개인 투자자에게도 공개되는 형태이며, 상장 기업 경영진이 많이 본다. 특히 상장 기업 경영진은 자사주 가치가 떨어지는 점에 대해 부정적이라 애널리스트가 갖는 부담감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증권사 보고서의 신뢰성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목표 주가-실제 주가 괴리율 공시’ 제도를 2017년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기업 분석 보고서에서 투자 의견(매도‧매수‧중립)과 목표 주가를 낙관적으로 제시하는 경향이 강한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다만, 제도 시행 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금감원이 2019년 1월 발표한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 제도 운용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목표 주가-실제 주가 괴리율 공시‘ 제도 실시 1년 후 투자 의견이 ‘매수’인 보고서의 비율은 76%로, 시행 전과 같았다. 투자 의견 ‘매도’의 비중도 제도 시행 전후 2%대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보고서 유료화가 리포트의 신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양지훈 기자
전문가들은 보고서 유료화가 리포트의 신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양지훈 기자

목표 주가 달성률은 제도 시행 이전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평균가 기준 목표 주가 괴리율은 공시제도 시행 전 –18.7%, 시행 후 -20.6%로 각각 집계됐다.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보고서 유료화가 신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 유료 구독층이 정착하면 그들은 맞춤형 투자 정보를 원할 것”이라며 “수요층의 요구에 맞게 정보의 정확성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자단체는 투자자가 보고서를 참고 자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투자자는 증권사의 기업 분석 보고서를 참고자료 수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보고서를 맹신하지 말고, 학습을 병행해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려는 자세가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긍정적인 리포트가 소규모 투자자인 개미들을 서울 여의도 증권가로 불러들이는 효과가 있다는 게 일각의 풀이다.


양지훈 기자 humannature8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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