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군’ 코스닥 시장 여전히 ‘천스닥’ 정체 …신뢰 회복 필요
만년 ‘2군’ 코스닥 시장 여전히 ‘천스닥’ 정체 …신뢰 회복 필요
  • 김수은 기자
  • 승인 2021.12.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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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21년전 최고점 2925.50比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우량주 이탈 심각…네이버‧카카오‧SK머티리얼즈 등 100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로 혁신…70여개 상장사 혜택 기대

 

만년 ‘2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코스닥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여전히 ‘천스닥’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증권가 전경. 사진=신광렬 기자
만년 ‘2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코스닥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여전히 ‘천스닥’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증권가 전경. 사진=신광렬 기자

[이지경제=김수은 기자] 만년 ‘2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코스닥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여전히 ‘천스닥’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20년간 코스피지수 수익률은 332%에 달했지만, 코스닥지수는 4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1.8%에 불과하다. 

하지만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코스닥의 위상은 지금과는 달랐다. ‘삼천피’를 달성한 코스피만큼이나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올해 4월 20년 7개월 만에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코스닥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2000년 9월 15일 이후 이때가 처음이다. 코스닥 지수가 20여년 만에 ‘천스닥’을 탈환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과거 최고점과 비교하면 지수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정보기술주들의 성장세를 타고 코스닥은 2000년 3월 10일 2925.50을 달성했다. 거품이 끼어있긴 했으나 이 시기 코스닥 시장은 호황이었다. 1999년 한해에만 751.80에서 2561.40으로 340% 넘게 급등했고 2000년에 들어서도 오름세를 지속했다. 곧 ‘닷컴버블’이 터지면서 6개월 만에 500선 밑으로 추락했지만 3000포인트에 육박하는 기염을 토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올해 코스닥 지수는 1000선을 회복했지만 20여년 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다. 국내 코스닥 시장이 정체되는 동안 ‘코스닥의 원조’인 미국 나스닥 지수는 20년 동안 5000에서 1만5000까지 3배 가까이 뛰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처럼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에 밀려 만년 ‘2군’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코스닥 대표기업들이 우량기업으로 성장 후 코스피로 옮겨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은 코스피 상장이 어려운 벤처나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장이다. 투자자들에게 성장성이 있는 유망주에 투자할 기회를 주기 위해 탄생한 코스닥 시장은 위험성이 높지만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비중은 10%로 턱없이 부족하다. 단기 투자 중심의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은 90%로 압도적으로 높은 실정이다. ‘국내 증시의 큰 손’인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거래 비중이 낮다는 뜻이다. 

거래 편중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량기업들의 이탈이다. 1996년 코스닥 개설 이후 98개 기업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했다. 흡수합병을 포함하면 코스닥 시장을 떠난 회사는 100개가 넘는다. 최근 코스닥 시장을 떠난 SK머티리얼즈를 비롯해 시총 최상위권에 오른 네이버, 카카오 등이 대표적이다. 

유가증권시장 이전으로 인해 증발한 코스닥 시총은 수백조원에 이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0년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한 기업(42개사)들의 시총은 지난 2월 기준 207조원에 달했다.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가기 전 기업들의 코스닥 시총인 66조원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2003년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긴 엔씨소프트는 시총이 6183억원에서 14조4238억원으로 23배 증가했다. 2008년 코스피로 이전한 네이버의 경우 5조6117억원에서 62조4207억원으로 11배 불었다. 2017년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사한 카카오는 6조8866억원에서 50조3737억원으로 7배 증가했다. 

코스닥에서 시작한 셀트리온도 2018년 2월 코스피로 이전한 후 시총이 33조2916억원에서 37조1111억원으로 몸집이 11% 커졌다. 2019년 5월 시장을 옮긴 포스코케미칼도 시총이 3조2262억원에서 11조772억원으로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코스닥에서 몸집을 키우고 코스피로 이사하면 시총이 급증한다’는 말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기업들이 코스닥을 떠나는 이유는 남아 있어도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면 각종 수동적 투자자금(패시브 자금)과 기관 투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의 97%를 코스피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관의 코스닥 투자 비중은 2~3%뿐이다. 

 

한국거래소는 우량주의 코스닥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도입하기로 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거래소 내부 전경. 사진=신광렬 기자
한국거래소는 우량주의 코스닥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도입하기로 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거래소 내부 모습. 사진=신광렬 기자

업계에서는 한국거래소가 ‘탈 코스닥’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3월 한국거래소는 시총이 1조원 이상만 되면 다른 재무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상장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상장을 막기 위한 조치였으나 이후 코스닥 기업들의 연쇄 이탈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우량기업들이 꼽는 또 한가지 이탈 사유는 사업손실준비금 제도의 폐지다. 2006년 폐지된 사업손실준비금 제도는 기업이 이익을 실현했을 때 사업 손실을 보전할 목적으로 준비금을 적립하고, 향후 손실이 발생하면 준비금을 상계해 경영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 코스피와 달리 모험자본의 기능을 해야할 코스피가 모험성을 잃은 지 오래됐고, 혁신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2005년 코스닥시장이 거래소로 흡수 통합된 이후 코스닥은 유가증권시장의 2부 리그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거래소는 거래소가 우량한 혁신 기업들로 구성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 상장사 상위 5% 우량 기업들만 편입된 새로운 코스닥 지수가 나올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 중 상위 5% 내외를 선별해 초우량 기업으로 지정하고 맞춤형 지원을 하기로 했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가 도입되면 70여개 코스닥 상장사가 특별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거래소는 이 기업들을 위해 해외 홍보와 상장 지원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새로운 지수를 만들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자금 유입을 유도할 방침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향후 간접투자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혁신기업을 코스닥 시장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는 나스닥처럼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등 차별화된 혜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신력 있는 제도권 기관 분석에 기반한 정보 제공이 충분해야 한다. 상장폐지된 코데즈컴바인, 코오롱티슈진, 신라젠 등 코스닥을 교란시키는 문제 발생으로 신뢰도가 무너지지 않도록 투자자들에게 코스닥이 ‘믿을 만한 시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로 상장지수펀드(ETF)가 만들어지고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겠지만 지금보다 나은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은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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