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현장] HDC 파격 조건, 관양현대 재건축 수주…풀어야 할 과제는?
[생생현장] HDC 파격 조건, 관양현대 재건축 수주…풀어야 할 과제는?
  • 김수은 기자
  • 승인 2022.02.09 06: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2표 차로 기사회생…조합원 ‘아이파크’와 넓은 평수‧숲세권 선호덕
사업중단‧안전‧형평성 논란 제기…광주 사고수습‧행정처분 등 과제

[이지경제=김수은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후 5일 열린 첫 수주전에서 롯데건설을 제치고 시공권을 획득했다.

HDC현산은 경기 안양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의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 투표에서 959표 가운데 509표(53.1%)를 얻어 롯데건설과 92표 차이로 승기를 잡았다. HDC현산의 파격적인 제안에 조합원이 결국 현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재건축은 준공 37년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6만 2557㎡ 부지에 공동주택 1313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4170여억원이다. 

8일 오후 안양 관양 현대아파트를 이지경제가 찾았다.

HDC현산이 진행하던 광주광역시 아파트 건설 현장의 최근 붕괴 사고 후 조합원이 내건 ‘보증금 돌려줄테니 제발 떠나주세요’라는 현수막 대신 새 현수막이 카메라에 들어왔다.

시공사 선정 후 단지 내에는 ‘현대산업개발 보증금 돌려줄테니 제발 떠나주세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은 철거되고 새 현수막이 부착됐다.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관양 현대아파트 입구. 사진=김수은 기자
시공사 선정 후 단지 내에는 ‘현대산업개발 보증금 돌려줄테니 제발 떠나주세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사라지고, 새 현수막이 걸렸다. 사진=김수은 기자

현산은 이번 수주를 위해 특수목적 법인 사업비 2조원 지원, 사업추진비 가구당 7000만원 지급, 후분양 조건으로 평당 4800만원 보장, 대물변제 통한 조합원 이익 보장,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 확대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20년째 현대아파트에 거주 중인 한 조합원 이 모씨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재현된 것 같아 사고 직후 롯데건설을 지지했지만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곳보다 넓은 평수와 높은 분양가를 원한다. 현산이 내놓은 조건을 보니 8평 정도 넓은 곳으로 가도 자부담이 없어 현산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원 김 모씨는 “부실 공사, 안전사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 직후 조합원들 마음을 돌리기 위해 발로 뛰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현산이 제안한 조건들도 마음에 들었다. 아파트 생활을 하다보면 가장 아쉬운 부분이 주거환경이다. 요즘은 대단지보다 조망권, 조경, 산책로 등 다른 조건들이 중요하다. 건폐율이 낮아 쾌적한 단지 환경을 기대할 수 있어서 현산에 표를 줬다”고 강조했다.

실제 롯데건설은 32~40평형 등 중형 중심으로 구성하고 11개 동으로 재건축을 제안했다. 반면 현산은 기존 규모를 고려해 중대형 중심, 9개 동으로 건물 간 간격을 넓혀 단지를 구성해 조합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브랜드 선호도 면에서도 현산은 롯데건설보다 앞섰다. 붕괴 사고 이후 손상된 ‘아이파크’ 브랜드의 힘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과 달리 현산의 브랜드 선호도는 여전했다. 

단지 인근에서 공인중개 사무실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이곳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 대다수가 ‘시그니처 캐슬’보다 ‘아이파크’를 선호한다. 입주 당시 하자가 없었고 거주기간 동안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준공 당시부터 사고 직전까지 막강했던 브랜드였고 최근에 거래 추이를 살펴봐도 현대 계열의 브랜드력은 여전하다. 이번 사고로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합원의 선택은 아이파크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전과 행정처분으로 인한 사업 중단 우려, 형평성 논란으로 반대의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준공 당시 입주한 조합원 이 모씨는 “한 번 사고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두 번이나 큰 사고가 났는데, 어떻게 믿겠나. 수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하도급 과정도 불투명하고 사고 수습에도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분양가도 결정되지 않았고 제시한 약속 이행도 확신할 수 없다. 자칫 행정처분이 떨어져 사업이 중단되면 방법이 없는데 현산에 표를 준 조합원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관양동 현대아파트 지구 재건축 정비사업조합 사무실 전경. 사진=김수은 기자
경기도 안양에 있는 관양동 현대아파트 지구 재건축 정비사업조합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 사진=김수은 기자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이건 명백한 역차별이다. 삼호아파트는 3.3㎡당 2500만원의 분양가가 책정돼 2억원이 넘는 조합원 분담금을 내는 데 비해 관양 현대아파트는 3.3㎡당 4800만원이 책정됐다. 조합원 분담금도 없고 덤으로 환급까지 받는 사람도 생기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달갑게 받아들일 조합원은 없다. 시공사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6년 현산이 수주한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현재 이주를 마친 상태다. 철거를 앞두고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조합원들은 총회를 통해 시공사 재선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산은 기업의 생존이 걸린 수주 전에서 승리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현장 근로자와 가족들을 위한 진심어린 위로와 보상이 진행돼야 한다. 수주전 이전에 최선을 다해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다. 면피용 안전대책이 아닌 지속성이 보장된 안전체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타 사업 수주도 예상되는 만큼 역차별 논란에 대해 해당 사업의 조합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향후 사업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HDC현산 관계자는 “조합원이 믿고 지지해주신 만큼 약속을 철저히 이행하고 빈틈없는 안전시공으로 보답하겠다. 영업정지가 발생해 사업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수은 기자 news@ezyeconomy.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