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모텍 대표, 그는 왜 자살을 택했나
씨모텍 대표, 그는 왜 자살을 택했나
  • 이성수
  • 승인 2011.03.2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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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사업확장에 상폐위기 겹쳐… 코스닥 ‘퇴출 쓰나미’ 공포

[이지경제=이성수 기자] 유무선 통신장치 제조업체 씨모텍이 지난 24일 담당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은 지 이틀 만에 이 회사의 김태성(45) 대표이사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확한 자살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그동안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어려움을 겪어오다 상장폐지 위기까지 겹치자 김 대표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단지 한 코스닥 대표의 자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계감사로 상장 폐지될 업체는 올해 들어서만 30곳 안팎으로 추산된다. 횡령·배임 등이 발생해 수시로 이뤄지는 상장폐지 실질심사는 제외하고, 순수하게 3월 회계감사만 집계한 것이다.

 

코스닥 시장에 거센 퇴출 쓰나미가 몰려옴에 따라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리한 사업확장이 화근?

 

씨모텍은 노트북에 연결해 이동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Wibro, HSDPA 등을 개발해 온 통신 전문 회사다.

 

2002년 직원 7명으로 설립된 씨모텍은 USB 무선 모뎀을 세계 최초로 만든 회사로, SK텔레콤의 ‘T로그인’ 단말기 중 상당수가 이 회사 제품이다. 국내의 SK텔레콤을 비롯해 호주의 텔스타, 뉴질랜드의 텔레콤뉴질랜드 등 세계 유수의 통신사업자들이 주요 거래처였다.

 

씨모텍은 설립 2년만인 2004년 매출 83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이어 2005년 154억8000만원, 2006년 344억5000만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M&A)과 사업 확장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3월에는 전기차 사업 참여를 선언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줄기세포 등 바이오사업을 영위하던 제이콤을 인수했다. 8월에는 제4이동통신 참여를 선언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제이콤을 통해 저축은행 인수까지 추진했지만 법적 요건 미비로 무산됐다.

 

신사업을 추진하며 계속 외부에서 자금을 수혈했다. 제이콤 인수에는 최소 230억원을 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씨모텍은 올 1월 연구개발을 명분으로 287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아울러 씨모텍은 그 동안 외환파생상품(키코) 손실로 어려움을 겪어오다 지난해 9월 말 상품계약이 종료됐다. 이후 회사측은 LTE 연구개발 등에 집중해왔다. 특히 올 1월 LTE 관련 제품개발 등 연구개발 투자 목적으로 287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동부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한 유상증자는 실권주와 잔액인수 없이 100% 주주와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한 이후 2개월만에 씨모텍이 감사보고서 ‘의견거절’로 퇴출위기에 몰리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셈이다.

 

◆코스닥 ‘퇴출 쓰나미’ 공포

 

김 대표의 사망은 올해 30개 안팎의 상장사가 퇴출된 가운데 발생한 터라 시사하는 점이 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본잠식이나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업체는 22개사, 감사보고서를 내지 않은 업체 16개까지 더하면 최대 38개사까지 될 수 있다.

 

심각한 실적 부진만 아니면 감사의견 ‘적정’을 받던 관례가 사라지면서 첫 충격을 준 것은 2009년. 2009년 회계감사로 퇴출된 곳은 2008년 16개사에서 40개사로 갑절로 늘었다.

 

모 회계법인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소형사들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자본잠식이 많아졌다. 또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도입되면서 회계감사를 더 엄격하게 하는 요인도 있다”고 전했다.

 

실질심사는 자본잠식이나 감사의견 ‘거절’ 등 형식적인 사유가 없더라도 횡령·배임 등 상장사로서 부적합 사유가 발생하면 퇴출시키는 제도로 2009년 초 도입됐다. 문제 있는 기업이 회계감사에서 가까스로 퇴출을 면하더라도 실질심사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와 관련, 실질심사 강화로 퇴출 증가가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가능하지만 부실기업이 버젓이 증시에 진입하는 시장관리의 허술함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회 상장 등 편법 증시 진입뿐만 아니라 증권사의 기업공개(IPO) 주관 경쟁, 증권당국의 허술한 심사 등으로 ‘부실업체’의 진입을 허용한 것이 결국 사후약방문식의 무더기 상장폐지로 이어지고 투자자 피해를 키워왔다는 것이다.


이성수 ls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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