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잡아라”… KT, ‘리벨리온’과 AI반도체 동맹
“엔비디아 잡아라”… KT, ‘리벨리온’과 AI반도체 동맹
  • 신광렬 기자
  • 승인 2022.07.06 09: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T,  韓 AI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300억 투자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으로 외산 GPU 의존도 극복
국내 최초 ‘AI 풀스택’ 역량 확보…AI반도체 국산화 추진

[이지경제=신광렬 기자] KT가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에 300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통해 사업 협력에 나선다.

6일 KT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AI 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으로, 이 분야에서 우수한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경쟁력을 갖춘 회사다.

2020년 9월 설립된 이 회사는 앞서 카카오벤처스·신한캐피탈과 서울대 기술지주, KDB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누적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KT-AI 반도체 풀스택 확보 전략. 자료=KT
KT-AI 반도체 풀스택 확보 전략. 자료=KT

KT의 이번 투자는 지난해 국내 AI 인프라 솔루션 전문 기업 ‘모레’에 이어 두 번째 AI 인프라 분야 전략 투자다.

KT의 리벨리온 투자 규모는 기관투자자 중 가장 많다. 투자 유형은 ‘시리즈A’로, 시제품 개발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 직전까지 받는 투자다.

KT는 모레와 진행해온 사업 협력에 리벨리온이 동참하도록 해 차세대 AI 반도체 설계와 검증, 대용량 언어모델 협업 등 AI 반도체 사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KT가 AI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가트너 등에 따르면 로봇, 자율주행 등 AI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이 2021년 267억달러에서 2030년 1179억달러로 10년간 약 4배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국내 팹리스 분야 점유율은 1% 수준에 그친다. 게다가 AI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있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대부분의 AI 서비스·솔루션이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CUDA’(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어 의존도가 높다. CUDA 지원이 안되면 GPU의 AI 연산 활용에 한계가 있다.

KT는 외산 의존도 극복과 자체 역량 확보를 위한 노력을 본격화했다.

우선 지난해 KT클라우드가 세계 최초 종량제 GPU 서비스인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HAC)’에 CUDA를 지원할 수 있는 자체 AI 프레임워크 적용에 성공했다.

이는 엔비디아 외의 타 반도체 회사의 GPU 등에도 동일한 개발 환경이 제공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산 AI반도체가 상용화될 때도 별다른 제약 없이 연동 개발 작업을 통해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에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KT-리벨리온 AI반도체 사업 로드맵. 자료=KT
KT-리벨리온 AI반도체 사업 로드맵. 자료=KT

이에 더해 이번 리벨리온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외 AI 반도체 시장 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KT그룹의 AI 인프라 및 응용서비스와 앞서 투자한 모레의 AI 반도체 구동 소프트웨어, 이번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역량을 결집해 연내 GPU 수천장 규모에 달하는 초대규모 GPU팜 구축을 완료한다.

내년에는 이 GPU팜에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 전용으로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접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최초이자 순수 국내 기술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제공하는 ‘AI 풀스택’ 사업자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이진형 KT 경영기획부문 전략기획실 팀장은 “개발할 AI반도체는 AI알 고리즘에 최적화된 NPU(신경망처리장치)로 복잡한 알고리즘에서도 성능이 우수해 GPU 대비 3배 넘는 에너지 효율과 저렴한 도입 비용이 장점”이라며 “앞으로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등 다수 영역에서 수요가 증가할 NPU 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AI반도체는 우선 추론용으로 내놓고, 2024년에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진형 팀장은 “특화된 AI 풀스택 패키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벨리온은 국내 대기업과의 협력을 타진해왔지만 최종적으로는 KT를 선택했다. KT의 의사결정이 스타트업 수준으로 빠르게 이뤄진 데다 국내 IDC·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압도적 점유율을 갖추고 있다는 게 결정적이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국내에서 IDC와 관련해선 KT와 경쟁자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며 클라우드 역시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제외하면 매출 규모에서 의미가 있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선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만큼 국내에선 AI반도체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리벨리온은 먼저 AI반도체 시장에 진출한 SK스퀘어의 ‘사피온’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피온은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이 합작으로 만든 AI반도체다.

박성현 대표는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했던 회사와는 태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무엇보다 IDC 규모에 있어 KT가 훨씬 앞서는 데다 KT가 협력하고 있는 모레, 파두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우리에게는 더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신광렬 기자 singha1235@naver.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