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리오프닝 훈풍? 다 옛말일 수도
중국발 리오프닝 훈풍? 다 옛말일 수도
  • 여지훈 기자
  • 승인 2023.03.2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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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적·구조적 변화로 업종별 희비 갈릴 듯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 반도체 업황 악화와 가격 하락으로 급감하며 전체 수출액 감소를 이끌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여지훈 기자] 지난해 말 중국의 방역정책 전환 이후 국내에도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거시적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한중 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중국발 훈풍이 예년만큼 국내 산업 전반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7일 중국 국무원은 방역정책의 일부 완화를 발표하며 3년 가까이 강경하게 고수했던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을 개방으로 전환했다. 당시 국제사회로서도 갑작스러운 발표였던 만큼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 전환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일부 분야에만 수혜가 돌아가 업종별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그동안 지켜온 제조기반 수출 강국으로서 위상이 무색하게도 현재 우리나라 수출은 먹구름이 잔뜩 낀 상태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 반도체 업황 악화와 가격 하락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5%(44억달러) 급감하며 전체 수출액 감소를 이끌었다. 글로벌 IT 수요둔화와 중국 내 생산·물류 차질로 인해 디스플레이(-40.9%)와 컴퓨터(-66.4%) 등 다른 IT 품목 역시 수출이 급감했다.

반도체는 대중 최대 수출품목이기도 하다.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35.6%, 36.8% 감소했다. 올해 1월에는 46.2% 급감했으며, 지난달에도 40% 가까운 감소율을 보였다.

수출 악화는 비단 IT 제품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이미 지난해 9월부터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한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의 70% 이상을 책임지는 중간재에서의 수출 부진이 유난히 두드러진다. 특히 석유화학과 철강의 수출은 올해 1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4.9%, 25.8% 줄었고, 지난달에도 전년 동월 대비 18.3%, 9.8% 감소했다.

우리나라 대중 수출은 소비재 비중이 작고, 중간재 비중이 매우 크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4.2%에 달한 반면 자본재와 소비재는 각각 13.0%, 11.8%에 불과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중간재 감소가 총수출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중간재 수출 급감의 원인으로는 세계경기 부진이란 거시적 경제여건에 더해, 중국의 소비 중심 회복, 코로나 이후 급증한 중국 내 제조업 재고수준, 자체 공급망 구축 노력으로 중간재 제조 강국으로 거듭난 중국의 높은 중간재 자급률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 경기적·구조적 요소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향후 대중 수출 증가를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함에 따라 리오프닝에 대한 과한 기대감은 경계해야 할 것이란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인한 수요 확대가 국제 원자재·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려 국내에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발 리오프닝 기대감 속에서도 업종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업종별 옥석 가리기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중국인 입국 관광객의 증가로 여행·운송 업종에서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이전 월 50만명에 육박했던 중국인 입국자 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감해 1만명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 소폭 회복되긴 했으나 지난해 말 여전히 3만명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의 방역정책이 전환된 데다 지난달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이 재개됐고, 이달 들어 PCR 검사 의무까지 해제되면서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이달 3일 양국 정부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한중 노선을 증편하는 방안을 합의하면서 양국 항공사는 각국이 보유한 운수권에 따라 각각 주 608회 운항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달 말부터 여객 노선 공급이 본격화돼 올 10월까지 순차적으로 증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숙박·음식점업, 운수업을 비롯해 화장품 등 중국 관광객의 주요 지출 품목 관련 업종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5월 1일 중국 노동절 전후로 걸쳐 있는 연휴 대목을 앞두고 단체 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달 20일부터 중국 문화관광부가 외국의 영업성 공연 신청 접수를 재개함에 따라 중국인 멤버가 소속된 아이돌 그룹의 중국 본토 공연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중국 국적을 가진 가수가 소속된 그룹으로는 세븐틴, 엔시티, 에스파, 펜타곤 등이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에는 중국 아티스트들의 공연장 대관이 대부분 이뤄진 데다 중국 본토에서 외국의 영업성 공연을 진행하기까지 5~6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중국 본토 공연이 재개될 것”이라며 “공연 초기에는 중국 가수의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하거나 단독 콘서트가 아닌 합동 공연 형식으로 출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공연은 공산당의 이데올로기 선전을 주관하는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에서 총괄하며, 2015년 빅뱅의 충칭 공연 이후 한국 아티스트가 중국 본토에서 공연을 진행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여지훈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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