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SVB와 저축은행발 위기, 그 진단과 전망 〈상〉
[닮은 듯 다른] SVB와 저축은행발 위기, 그 진단과 전망 〈상〉
  • 여지훈 기자
  • 승인 2023.03.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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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과 부실채권비율 동반 상승, 부동산 PF 부실 우려도
과도한 레버리지와 파생상품이 원인이었던 금융위기와 달리, SVB 사태는 미실현 채권손실과 뱅크런이 근본 원인이다. 사진=뉴시스/AP
국내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한 해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위기가 이들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이지경제=여지훈 기자] 국내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한 해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위기가 이들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1년 저축은행 연쇄 부도 사건에 대한 기시감마저 든다는 말까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에서 영업 중인 79개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38조6000억원으로 전년(118조3000억원) 대비 17.2% 증가했다. 이중 총대출은 115조원으로 기업대출이 70조5000억원, 가계대출이 40조2000억원이었다.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모두 연체율이 전년 대비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년(1.8%)보다 1.0%포인트(p) 상승한 2.8%였으며, 가계대출 연체율도 전년(3.7%) 대비 1.0%p 상승한 4.7%였다.

은행의 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NPL)이 차지하는 비율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4.1%로 전년(3.4%) 대비 0.7%p 상승했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의 동반 상승은 기업과 개인을 불문하고 거래자의 상환능력이 전반적으로 약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산건전성 지표인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13.4%로 전년 대비 13.5%p 하락했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잔액의 비율로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은 수준이라도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 놓았다면 은행이 자체적인 손실흡수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대손충당금적립률이 100%를 웃돌면 자산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보지만, 이는 연쇄적인 은행 위기로 부실채권이 급격히 불어나는 시기엔 들어맞지 않는다. 특히 지금처럼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동시에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손충당금적립률이 낮아진다는 사실은 자산건전성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전년보다 8356억원 늘어 2조5478억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금리 인상에 힘입어 7900억원가량 증가한 이자이익(6조7368억원)에도 불구,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감소했다. 저축은행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3689억원 감소한 1조5957억원이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자본적정성이 높다고 보는데,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13.25%였다. 이는 전년보다 하락했으나 규제비율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다만 규제비율보다 높다고 해서 안심하기엔 이르다.

우려를 키우는 요소 중 하나는 지난 수년간 부동산 호황에 힘입어 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익스포저를 크게 확대했다는 점이다.

23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10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7년 말 대비 3.4배 증가했으며, 전년도에 비해서도 3조7000억원가량 불어난 수치다.

문제는 대규모 여신 거래가 이뤄지는 부동산 PF 특성상, 유사시 자본비율의 급격한 악화를 야기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저축은행을 포함해 비은행권이 참여한 PF 사업장의 리스크 수준이 2020년 말 이후부터 모든 업권에서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 특히 2021년 말 이후 부동산가격 하락과 글로벌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건설·부동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동산경기 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사업 진행이 중단되거나 부실화하는 PF 사업장이 증가해 일부 금융사의 자본비율이 규제비율을 밑돌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규제비율은 8%, 자산총액 1조원 미만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규제비율은 7%다.

다만 한국은행 관계자는 “사업장의 PF대출이 모두 부실화해 100% 손실로 인식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예외적인 경우라도 전체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규제비율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지훈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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