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SVB와 저축은행발 위기, 그 진단과 전망 〈중〉
[닮은 듯 다른] SVB와 저축은행발 위기, 그 진단과 전망 〈중〉
  • 여지훈 기자
  • 승인 2023.03.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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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한 유동성 비율, 부동산 PF 부실에 무너질 수도
국내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한 해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위기가 이들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여지훈 기자] 국내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한 해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위기가 이들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1년 저축은행 연쇄 부도 사건에 대한 기시감마저 든다는 말까지 나온다.

SVB 사태는 테크 기업과 벤처캐피탈(VC) 위주의 거액예금 기업 고객들이 테크 업황 악화로 예금 회수에 들어가고, 이에 유동성 확보를 위해 SVB가 손실을 감수한 채로 보유 중인 매도가능증권을 매각하려 들면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SVB가 보유한 만기보유증권의 막대한 미실현 평가손실이 주목받았고, 이에 은행 부실을 우려한 예금 고객들의 대량 인출이 가속화되면서 유동성 고갈을 겪은 은행이 끝내 파산에 이른 사건이었다.

이는 국내 저축은행들에도 큰 경각심을 심어준다.

우선 현재 국내 대다수 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기준치를 웃돌고 있다. 유동성 비율은 3개월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 대비 자산의 비율로, 만기가 3개월 이내인 예금 등 부채의 상환요구가 들어왔을 시 이를 충당할 만한 유동 자산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100%를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유동성이 부족한 것으로 본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상당수 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이 100%대 초반에 머물거나 기준치를 밑돌아 유동성 우려를 심화했다. 다행히 이달 14일 저축은행중앙회 발표에 따르면, 문제시된 저축은행들 역시 유동성 비율이 지난해 말까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92.6%에 불과했던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지난해 말 167.3%까지 상승했고, 100%대 초반에 머물던 저축은행들(키움예스·키움·오에스비·머스트삼일·애큐온·하나)의 유동성 비율도 100%대 중후반까지 올랐다. 다만 페퍼저축은행(149.2%→112.2%)과 우리금융저축은행(161.9%→139.1%)은 되려 큰 폭으로 하락하며 불안의 여지를 남겼다.

대부분 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이 양호한 수준으로 관리되는 것은 긍정적이나 불안 요소가 완전히 가신 건 아니다. 바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위험 때문이다.

과거 2011년 국내 금융시장에는 저축은행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라는 큰 풍파가 휩쓸고 간 적이 있었다. 2011년 1월 삼화저축은행을 필두로 2월 부산, 대전, 부산2, 전주, 중앙부산, 보해, 도민저축은행이 차례로 영업정지됐고, 그해에만 총 15개의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당시에도 부동산 PF에서의 부실이 계기가 됐다. 2000년대 들어 많은 저축은행이 본업인 서민대출에서 벗어나 부동산 PF 대출에 나섰는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치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자 부실화된 대출자산이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이에 자본적정성 기준에 미달한 저축은행들이 연쇄적으로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문제는 영업정지를 받기 직전인 2010년 12월 말 기준 부산, 보해, 전주, 중앙부산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이 각 106%, 131%, 138%, 115%였다는 점이다. 심지어 부산2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173%에 달했다.

이는 자산 부실로 위기가 일파만파 번질 경우, 평소 양호하다고 여긴 유동성 지표가 얼마나 맥없이 그 의미를 잃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수의 저축은행이 지난 수년간의 부동산 호황기를 틈타 또다시 부동산 PF에 대한 익스포저를 크게 키운 만큼, 부동산 PF에서의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2011년과 같은 사태가 재연되지 말란 법이 없다.


여지훈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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