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한 경제 여건, 중국 리오프닝 기대에 ‘찬물’
악화한 경제 여건, 중국 리오프닝 기대에 ‘찬물’
  • 여지훈 기자
  • 승인 2023.03.27 16: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본적인 원인 개선 없이는 소비 회복 어려워
리오프닝 기대에도 불구, 중국 가계의 지갑 문이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여지훈 기자] 지난해 12월 중국 당국의 방역정책 전환으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그 효과가 가시화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최근 경제 여건의 악화로 중국 가계의 초과저축이 소비로 전환되는 속도가 생각보다 더딜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러한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축적된 중국 가계의 초과저축 규모는 최소 4조위안(755조원)에서 최대 7조4000억위안(1397조원)으로 추산된다. 초과저축은 가계의 가처분소득 중 소비되지 않고 저축으로 축적된 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일각에선 이번 리오프닝을 계기로 중국 내 막대한 초과저축에 기반한 소비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초과저축은 위축된 경제 여건을 해소할 마중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경제 여건 악화가 빚어낸 결과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이를 야기한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고는 소비로 전환되기 어려울뿐더러, 전환되더라도 그 속도가 현저히 느릴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전국 50개 도시의 예금주 2만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향후 저축을 더 늘리겠다고 응답한 비중은 지난해 말 61.8%에 달하며 2002년 설문조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소비를 확대하겠다고 답한 비중은 22.8%에 그치며 2016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체감되는 소득 및 고용 상황도 좋지 않았다. 소득체감지수는 지난해 말 43.8로 같은 해 3월(50.2)보다 6.4포인트(p) 하락했으며, 고용체감지수 역시 같은 기간 42.4에서 33.1로 9.3p 급락했다. 특히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고용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의 방역 기조 전환 이후 경제활동이 정상화됨에 따라 중국 소비자물가지수상승률은 올해 1월 2.1%로 전월(1.8%)보다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다시 1.0%로 곤두박질치며 한 달 만에 리오프닝 기대감을 무너뜨렸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상승률 역시 1.0%로 오르는가 싶더니 지난달 재차 꺾이며 0.6%로 떨어졌다. 게다가 1월 물가상승률의 깜짝 상승 역시 춘절 연휴(1월21~27일)가 겹치며 귀향 및 소비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이를 본격적인 소비 회복 신호로 보긴 어렵다는 평이다.

왜 리오프닝 기대에도 불구, 중국 가계의 지갑 문은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는 걸까.

우선 중국 안팎 모두에서 수요 부진이 지속하는 상황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달 7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2월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6.8% 감소한 5063억달러, 수입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2% 감소한 3894억2000만달러였다. 수출입 동반 감소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해외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 내수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실업률 증가와 고용여건 악화도 문제다. 올해 1, 2월 중국 도시실업률은 각각 5.5%, 5.6%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한때 20% 가까이 치솟았던 청년(16~24세) 실업률은 17%대를 웃돌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인민은행의 예금자 대상 조사에서도 향후 고용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자 비중은 2021년 하반기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말 9% 수준까지 떨어졌다.

2021년 9월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개발업체인 헝다(에버그란데) 그룹의 파산 위기로 현재까지 침체를 이어가는 중국 부동산 시장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헝다 위기를 겪으며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21년 하반기 이후 주택판매면적과 신규건설면적이 꾸준히 감소했고, 은행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잔액 증가율도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앞서 인민은행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18.5%는 향후 주택가격 하락을 점쳤고, 3개월 이내에 주택을 구매하겠다고 밝힌 응답자도 16.0%에 불과했다.

이러한 악화한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은 이달 열린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제시된 올 한해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내외’로 제시했다. 이는 전년도의 ‘5.5% 내외’보다 하향 조정된 것으로, 시장에서는 중국의 리오프닝, 전년도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불구,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확대와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중국 정부가 목표치를 낮게 설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도시 신규취업자 수 목표치는 전년 ‘1100만명 이상’에서 ‘1200만명 내외’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청년 실업률이 두 자릿수대에서 고공행진하는 현 상황에서 올해 대학졸업생 수마저 1158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고용·창업 지원정책에 적극 나서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진 KB경영연구소 중국금융연구센터장은 “중국 가계들은 팬데믹 기간의 소득 감소와 부동산 침체로 인해 손상된 가계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더 오랜 기간 저축을 늘려갈 가능성이 있다”며 “고용여건과 소득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 역시 소비자 신뢰 회복을 제약해 중국 가계는 당분간 신중한 소비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어 “의류·신발·화장품 등 일부 소비재 품목은 경제 정상화에 힘입어 반등할 수 있다”면서도 “올해 주택 경기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구·인테리어·가전 등 부동산 관련 품목의 소비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여지훈 기자 news@ezyeconomy.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