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김영덕 기자]철새 보험설계사들로 인해 이른바 ‘고아(孤兒) 계약’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설계사가 고객을 가입만 시켜놓고 보험사를 떠나버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보험 계약이 9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 보험계약 10건 중 9건이 3년 내에 고아 계약으로 전락한다는 것.
14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0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기준 보험 설계사 정착률은 평균 40.2%였다. 이는 신규 등록 설계사 중 1년 이상 정상적으로 한 보험사에서 모집 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설계사의 비율을 조사한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보험설계사 대다수가 3년 이내에 이직하고 1~3년차 설계사의 연차별 이직률은 비슷해 신규 설계사 정착률을 전체 설계사의 정착률로 간주해도 별무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보험가입 고객 10명 중 6명은 1년 내 담당 설계사가 바뀐다는 것이다. 1년 정착률 40%가 2, 3년째 그대로 이어진다고 가정해 보면, 2년 후 정착률은 16%, 3년 후에는 6.5%로 급감한다는 것.
이에 따라 보험 가입 3년을 넘기면 보험 가입 당시 설계사 10명 중 9명이 다른 회사로 가 있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나라 보험업계 관행이 신규 계약을 따낸 설계사가 계약 만기까지 나눠 받아야 할 수당을 미리 한꺼번에 받아가기 때문에 설계사는 신규계약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이지경제>와 통화에서 “보험사 이직율이 전보다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며 “또한 통합 보험을 팔 수 있어 한 회사 소속돼 있는 것보다는 다양한 상품을 가지고 있는 것이 더 유리해졌다. 사실 보험 계약만 성사시키면 장땡이기 때문에 굳이 계속 남아 있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러한 고아 계약은 첫 보험설계사가 관리하지 않는 이상 재대로 된 관리가 되질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보험상품이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해야 고객이 손해를 안 보도록 짜여 있어, 고객이 사후 관리에 불만이 많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도 "신입 설계사가 전문직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으려면 최소 2년의 육성 기간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대다수 설계사들은 위촉된 지 3개월이면 영업 일선에 나온다"며 "미숙한 설계사들의 중도 이직과 불완전 판매가 결국 부실 관리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김영덕 rokmc3151@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