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 양상 퇴직연금 시장…진정 국면 맞나?
출혈 양상 퇴직연금 시장…진정 국면 맞나?
  • 김영덕
  • 승인 2011.11.2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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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운용시 최소 30%이상 타 금융사 상품 운용…고금리 경쟁 진정 될 듯



[이지경제=김영덕 기자]퇴직연금을 취급하는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다음 달부터 퇴직연금을 운용할 때 자사 상품 외에 다른 금융사의 상품을 최소 30%이상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퇴직연금을 유치하려고 역마진을 감수하며 고금리를 내걸었던 금융회사들의 출혈 경쟁이 다소 진정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퇴직연금을 신탁 받은 금융회사가 자사 원리금(원금과 이자) 보장상품을 편입하는 비율이 70%로 제한하게 됐다는 것.

 

가령 A라는 기업이 B은행에 1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관리를 맡겼다면, B은행은 7000억원까지만 자사 정기예금에 넣을 수 있고 나머지 3000억원은 다른 은행의 정기예금이나 보험, 증권사의 상품에 넣어 운용해야 한다는 것.

 

이는 이런 내용을 담은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안이 최근 금융위원회를 통과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이런 조치를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퇴직연금 시장이 노후자금을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마련한다는 본래 의미가 퇴색돼가고, 투자 유치에만 신경 쓴 나머지 안정적 운용 보다는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퇴직연금 시장에는 은행 17곳, 증권사 17곳, 보험사 22곳 등 57개 금융회사가 한꺼번에 뛰어든 상황이다. 이들은 조 단위가 넘어가는 대기업의 퇴직연금을 유치하려고 원금이 보장되는 1년짜리 고금리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다.

 

그 결과 지난 9월 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38조 1125억원 가운데 예금, 저축성 보험, ELS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9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중 79.1%가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상품으로, 이들이 제시하는 금리는 연 4.7~5.1% 수준이다. 이는 현재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 연 3.6%보다 1% 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또한 이 가운데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비중은 은행의 경우 99.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증권사도 자사 ELS 비중이 82.7%에 달한다는 것. 결국 출혈경쟁을 하다 보니 운영 리스크나 역마진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70% 룰’이 적용되면 자사 상품 편입 비중이 떨어지면서 금리 경쟁이 다소 진정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금리로 퇴직연금 상품을 만들어 놓으면 자사 상품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회사가 맡긴 돈에도 높은 금리를 줘야 한다”면서 “결국 은행들이 남 좋은 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금리는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국의 이 같은 기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은행, 증권, 보험 등 모든 권역의 퇴직연금을 판매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달 말이면 대형 금융회사의 상품들은 금융결제원, 코스콤, 보험개발원이 공동개발한 전산망을 통해 취급할 수 있다고 보지만 금융회사들은 연내에는 어렵다고 입장이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공동전산망이 언제 완성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다음 달에는 일단 비슷한 전산망을 쓰는 다른 은행들의 정기예금부터 취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영덕 rokmc3151@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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