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울고’ 카드깡에 ‘낚이고’
생활고에 ‘울고’ 카드깡에 ‘낚이고’
  • 김봄내
  • 승인 2010.08.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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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 구하려는 서민들 불법 카드깡 이용 급증

 

 

지난 16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허름한 건물 앞. 여대생 이모(24)씨가 주위를 살피다 건물로 들어갔다. 약 10분 뒤 건물 밖을 나온 이 여성은 가방 속으로 돈다발을 넣고 있었다.

 

이씨가 명동으로 온 이유는 급전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카드빚에 쪼들려 밤잠까지 설쳤던 이씨는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카드깡을 하러 명동을 찾았다. 이씨는 "2년 전 난생 처음 카드를 발급받았다. 명품가방, 화장품을 정신없이 사들였다"며 "아르바이트로는 도저히 갚을 길이 없어 이 카드 저 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다 카드깡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날 이씨가 카드깡을 하면서 낸 선이자는 대출금 300만원의 14%. 선이자만 42만원을 낸 셈이다. 이씨는 "당장 급한 마음에 카드깡을 하긴 했는데 앞으로 이자를 갚을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이씨처럼 카드깡으로 급전을 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각종 지표에서는 경기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있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실직자 등이 늘면서 되살아나는 시장은 다름아닌 카드깡 시장.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드깡으로 인한 신용카드 회원 제재건수는 3만14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3175건)에 비해 30.1% 늘어났다. 이 중 카드깡으로 거래가 정지된 회원들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48.4% 급증한 6835명에 달했다.

 

올 상반기 카드깡 가맹점 제재건수도 1만74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4323건)에 비해 22.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카드깡으로 인한 가맹점 계약해지도 지난해 상반기 114건에서 올 상반기 540건으로 372.7% 증가하는 등 제재수위도 한층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번 한번만'이란 생각으로 카드깡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결국 신용불량자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회원이 카드깡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수수료가 점점 늘어나면서 정작 원금은 갚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해 금융거래에 제한을 받게 되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

 

여신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카드깡을 이용하게 되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금액보다 20~30% 많은 금액을 결제한 뒤 업자가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결국 상환해야 하는 금액은 불어나게 된다”며 “불어난 금액은 그대로 이용자의 몫으로 넘겨지고 딱히 큰 돈을 구할 방법이 없는 이들은 결국 신용불량자가 되곤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물가는 점점 오르는데 소득은 늘어나지 않고 현금융통의 수단은 꽉 막혀버린 현실에서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의 선택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면서 “하루빨리 이들이 불법경로를 통해 현금융통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실질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봄내 kbn@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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