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프레임’에 갇혀있는 우리, 세금 '터널시야'는 어디?
[기자수첩] ‘프레임’에 갇혀있는 우리, 세금 '터널시야'는 어디?
  • 이종근
  • 승인 2012.06.0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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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이종근 기자] 우리는 가치 평가에 균형있는, 양심을 가진 평균 시민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하지만 우리가 자각할 정도로 고의적이지는 않지만 의도하지 않은 주관적 프레임(‘frame’은 후레임이 정확한 표음이지만 대중이 프레임으로 쓰니 우리 모두가 프레임으로 쓰는 프레임에 빠져서 산다)에 빠져서 산다는 것을 알고나 살았으면 싶다.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로 반복해서 같은 실험을 해도 결과는 늘 같았다고 한다.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대학원의 연구결과) 이 실험은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주관적으로 인지하고 사는지를 쉽고 간단하게 보여준다. 

 

학자들은 스스로를 꽤 훌륭한 인간이라고 믿는 평범한 우리들의 ‘허접함’을 일컬어 ‘inattentional blindness’(무주의 맹시)라고 부른다. 우리는 눈을 뜨고 있어도 보고 싶은 것만 보니 눈 뜬 장님이라는 거다. 

 

심리학자들은 눈 뜬 장님이 고상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는지 ‘터널시야’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터널시야로 인하여 의사는 멀쩡한 다른 쪽 다리를 잘라내고, 목격자는 엉뚱한 사람을 살인자로 지목하며, 핵 잠수함이 어선과 충돌하고, 첨단 장치를 갖춘 항공기가 어이 없이 추락하는가 하면 공직자가 불법으로 민간인 사찰을 하여 세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렇다면 세금의 터널시야는 없을까? 납세자와 공무원 사이에 낀 대리인들이 모여 이야기하다 보면 농구장 가운데 나타나는 고릴라는 세금의 현장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납세자는 탈세를 합리화하는 ‘절세’의 터널시야를 가지고 있어 과세당국과 대리인들을 애먹인다. 그럼 납세자의 대척점에 있는 조사관들에게는 터널시야가 없을까? 납세자나 대리인들의 경험을 모아 보면 자주 ‘있다’가 솔직한 대답이다. 

 

하버드 대학의 실험결과도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간에 평범한 우리들 중에 반절은 ‘무주의 맹시’를 가지고 있다 하지 않는가. 그러니 필자를 미워하지 말라. 이건 우리들 본성의 문제이다. 

 

가령 조사에는 반드시 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공복다운 의무감이 대표적인 터널시야인 것 같다. 조사 현장에서는 이상하게도 적절한 실적이 있어야 조사가 종결된다는 압박감이 조사관은 물론 대리인들에게조차 공유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납세자에게는 세금누락이 적출되면 본세는 물론 복잡한 가산세가 부과되는데 법인세, 인정상여, 부가세를 다 보태면 고지서는 매출금액에 육박한다. 어디 이 뿐인가. 고의성이 있어 보이면 검찰에 특정범죄로 고발된다. 

 

이쯤 되면 사업이 휘청대고 인생이 팍팍해진다. 납세자들의 터널시야에 대하여는 확실한 응징이 제도화되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개별 조사자나 대리인들에게 물을 차례이다. 대리인이나 조사자들의 터널시야에 대한 제재수단이 납세자 수준으로 제도화되어 있는지 말이다.

 

충분한 장치가 작동되고 있다고 하기에는 왠지 어설프다. 조사현장에서 납세자들은 을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느껴도 감히 이를 ‘뭐라고 말로 할 수가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사현장은 탈세나 세금누락을 찾아 내기 위해 매우 치열하다. 시원한 추징 사례들이 보도되고 있어서 시민들은 박수를 보낸다. 고무적이다. 이럴 때일수록 호황에 불황을 대비하는 경영자의 자세로 치열한 과세현장에서 고릴라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늘 점검하고, 미비한 제도는 납세자의 제재와 형평에 맞는 수준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

 

대중의 심리는 갈대와 같아서 신뢰를 얻기까지에는 오랜 정성이 필요하지만 신뢰를 잃는 건 삽시간의 일이다. 나만은 맹시의 예외라고 자기 방어를 하는 우는 범하지 말자. 선택적 주시는 모든 인간들이 갖는 본능적인 결함이다. 


이종근 tomaboy@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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