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中서 글로벌 해법 곱씹어봐야
[기자수첩] 삼성, 中서 글로벌 해법 곱씹어봐야
  • 이종근
  • 승인 2012.06.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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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이종근 기자] 세계경제의 중심인 미국과 중국이 여러 측면에서 대결국면에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는 안보상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과의 교역량이 절대적으로 많아 한·미동맹 못지않은 한·중협력이 중요해졌다. 이 과정에서 미·중 간 정치·외교로 미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이러한 변수들 때문에 손에 땀을 쥐어야 할 경우가 많다.

 

 

삼성이 그 변수의 최정점에 서고 있다. 최근 삼성의 최고경영진들이 오는 10월 국무원 총리로 유력시 되는 ‘미래권력’ 리커창((李克强) 상무부 부총리를 집단 면담했다. 이 자리에 삼성의 2인자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을 비롯해 차기 삼성의 오너리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장원기 삼성 중국본사 사장 등이 동행했다.

 

 

글로벌 기업이자 부동의 국내 1등 기업 삼성의 핵심 실세들이 중국의 차기권력을 만났다는 것은 매우 주목되는 사건이다. 리 부총리는 현재도 중국경제의 컨트롤 타워 수장(공산당 서열 7위)인 만큼 삼성에게는 반드시 교감을 갖고가야 할 인물이다. 이규형 주중 한국대사까지 동석했을 만큼 ‘국가 대사(大事)’의 수위로 평가되는 의미심장한 면담이었다. 

 

 

면담시간은 1시간 가량에 불과했지만 만남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지녔다는 것이다. 리 부총리는 현재의 상무부 부총리 직위도 대단하지만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에 예정된 중국내 권력의 핵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의 판단과 의지 여하에 따라 삼성의 중국진출에 상당한 파장이 미친다.

 

 

더욱이 삼성은 중국에 대해 파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중국 진출 20년 만에 누적투자 규모가 이미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올 1분기 말 현재 투자액 105억달러는 중국 내 외자기업 중 가장 많은 액수다. 국내 기업 전체가 투자한 금액이 377억달러인 것과 비교해 봐도 대단한 투자규모다.

 

 

삼성은 지난해 중국에서 510억달러의 견조한 매출을 시현하기도 했다. 중국삼성의 임직원수가 벌써 10만명을 넘어섰을 정도다. 

 

 

삼성은 이제 중국에서 절대 발을 빼서도 안 되고 뺄 수도 없는 위치에 섰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위치를 확고히 다지려면 중국을 배제하고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삼성의 핵심실세들이 현 중국의 실세이자 미래권력인 사람을 향해 우르르 쫒아가 면담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작금 벌어지는 중국의 권력싸움 구도를 보면 심히 우려스러운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덕에 내부의 치열한 권력싸움 치부들이 외부에는 세세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 어떤 권력싸움 보다 치열하다.

 

 

권력싸움이 벌어지면 그 불똥이 기업들로 옮겨 붙는 경우가 흔하게 나타난다. 운이 좋게 따르면 긍정적으로 미치기도 하지만 그 운도 권력의 끝자락에서는 더 큰 위험요인을 덧씌운 눈덩이가 돼 들이닥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의 차세대 미래권력은 주지하다시피 시진핑(習近平) 현 국가 부주석이다. 그는 이변이 없는 한 오는 10월에 있을 중국의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할 공산당 총서기에 오를 것이 확실시 된다. 시 부주석은 이어 국가주석과 당 중앙군사위 주석(현 부주석)도 맡을 것으로 보이고 있어 당·정·군을 한 손에 거머쥘 인물이다.

 

 

시 부주석과 런닝메이트가 될 리 부총리가 총리를 맡으면 현재의 ‘후진타오-원자바오’ 구도가 ‘시진핑-리커창’으로 권력이 대이동 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시진핑이 ‘태자당’ 출신인 반면 리커창은 후진타오-원자바오 계열의 ‘공청단’(공산주의 청년단) 출신이라는 점이다. 권력싸움의 최선봉에 리 부총리가 있는 셈이다. 

 

 

중국내 권력투쟁을 촉발시킨 정점이 된 최근의 ‘보시라이 사건’과 현 권력 및 미래권력의 핵심 언저리에 리 부총리가 이리저리 얽혀져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중국의 권력 이양기(공청단→태자당)에서 위험한 권력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권력서열이 높다고 해도 기업들은 그와 다른 편의 권력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작금의 중국을 보면 알게 된다. 

 

 

이런 점에서 리 부총리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을 철저히 지켜야 할 대상이다.

 

 

중국삼성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중국내 소비자들이라는 것을 되돌아 볼 시기다. 권력은 가장 소극적으로 접근하면서 아기 달래듯 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극도의 조심스러운 행보에서 멈춰서기를 반복해야 한다. 

 

 

물론 중국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는데 대한 행보를 빨리 맞추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3년 후인 2015년에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서비스업 규모가 작년에만 4191억달러에 달해 지난 2000년의 660억달러에 비하면 그야말로 초고속 성장을 했다. 이 같은 서비스업 신장세는 지금도 진행 중에 있어 그 성장률이 평균 18.3%에 달한다. 

 

 

서비스 시장의 확대는 많은 부문에서 소비를 진작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때마침 삼성은 중국 시안에 총 70억달러의 반도체 공장을 투자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삼성이 역동하는 중국경제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앞으로 그 성장요인을 따라 잡기 쉽지 않다. 따라서 중국내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그 안전장치를 확보하려면 중국 권력층과 가깝게 지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을 이해하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중국 정국은 대단히 불안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 발 늦더라도 권력층과 교감을 갖는 일은 일단 자제돼야 한다. 굳이 권력실세와의 교류가 꼭 필요하다면 이번 처럼 그룹의 핵심임원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녀서는 곤란하다. 자칫 권력 후폭풍이 닥칠 경우 최후 배수진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에게 기회를 잡아야 할 떠오르는 시장임이 분명하지만 너무 서둘러서도 안 되는 곳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중국 진출 기업들의 교훈을 들어보면 ‘중국을 너무 믿지 말고 서둘지 말라’는 충고다. 삼성이 이 원칙을 지키면서 행보를 한다면 삼성이 중국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것이지만 조급한 행보를 보인다면 자칫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곱씹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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