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기상황에 뒷짐만 지는 중앙은행
[기자수첩] 위기상황에 뒷짐만 지는 중앙은행
  • 이종근
  • 승인 2012.07.0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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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이종근 기자] 유럽 재정위기 위기로 하루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경제의 최후 보루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신흥경제강국 ‘브릭스’(BRICs) 마저 맥을 못 추는 상황에 빠져들어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인도, 브라질, 러시아의 통화가치가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라 동반 급락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세계의 굴뚝이자 엔진이라는 중국조차 경제지표 조작론까지 거론되면서 실제로는 내리막 기조가 심상치 않다는 전망이 외신들로부터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하는 ‘그렉시트’(Grexit, Greece Exit) 보다 ‘친다운’(Chindown·중국 경기불황)이 더욱 심각한 글로벌 위기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경기부양 대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로재정 위기가 실물경제로 불이 붙으면 사실상 걷잡을 수 없는 대공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대책은 선제적 대응으로 언뜻 적절해 보인다.

 

세계의 대부분 나라들(중앙은행)이 현재 만지작거리고 있는 부양대책은 ‘돈 풀기’와 ‘금리인하’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싼 이자로 돈을 많이 풀어 투자를 촉진하고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차원에서 일견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이 같은 정책은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써온 방안들이다. 너무 오래 그리고 빈번히 사용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조금만 비상 사이렌이 켜지면 각국 중앙은행들의 수순을 미리 알 정도가 됐다.

 

미국만 해도 2008년 당시 기준금리가 4.25%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제로금리에 가까운 0.25%까지 떨어졌다. 미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양적완화도 지속돼 전 세계적으로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가 급팽창했다.

 

이처럼 중앙은행들의 ‘대증요법’은 손쉬운 대처법이기는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자주 사용돼 온 치명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제 이 같은 정책들이 과연 시장에서 경기부양으로 효과를 낼 지 미지수인 상황에 처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3.25%로 전월대비 0.25% 올린 뒤 지난달까지 1년간 동결해 왔다. 저금리 기조의 유지는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통화팽창과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이라는 더 큰 문제를 키우고 있다.

 

욕먹기 싫은 손쉬운 대응책으로 인해 당장은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날이 갈수록 더 무시무시한 시한폭탄을 만들고 있는 꼴이다. 물론 이는 비단 우리나라 중앙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탓에 더욱 위험하다.


결국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경기부양 기능이 한계에 닥쳤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말았다. 중앙은행 간 협력기구인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스위스 바젤에서 총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경고를 대놓고 했다. BIS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금융완화 정책들이 지나치게 길어져 거시경제와 금융시스템에 큰 위험이 생길 수 있음을 적시했다. 

 

미 연준의 금융완화 정책이 시장에서 먹히지 않으면 다른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한 국가의 곳간을 관리하는 기관이면서 경제정책의 총수라고 할 중앙은행의 ‘약발’이 먹히지 않으면 경기불황의 최후 방어선이 무너지는 것에 다름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로 전파되면 막을 길이 없어 ‘동반 가난’으로 대이동하는 막가는 경제파국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 처지에 빠져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나치게 동결하면서 물가관리에 사실상 실패해 선진국들과 비슷한 상황에 이르렀다. 실물경제에 위기 상황이 닥쳐도 한국은행은 뒷짐만 진 채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하는 셈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중앙은행 무용론이 나올지도 모른다. 효과가 있는 정책을 더 이상 내놓을 수 없는 중앙은행은 존재가치가 없으니 당연한 비판이다.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실탄(경기부양책)을 거의 소진했다는 점에서 보면 국제 위기가 다시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섬뜩함이 느껴진다.

 

실물경제의 위협은 모든 사람의 호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지는 가난으로의 추락이다. 가만히 있어도 재산이 줄고 돈의 가치가 끝없이 떨어진다. 지금 세계경제가 그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긴장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위기일수록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더욱 보장해줘야 한다. 일일이 간섭받고 꾸지람을 받는 한국은행의 위상이 계속된다면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금융정책의 실패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역발상의 정책으로 기준금리를 소폭 올려 국민들의 허리띠를 더 졸라매게 하는 정책을 취한다면 당장은 힘들어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실탄을 비축하는 일이 된다. 위기는 우회하기보다 정면 돌파를 통한 방법이 때로는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이종근 tomaboy@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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